수원교구 빈첸시오회 박상규 사무국장

“빈첸시오회는 사회의 결핍을 충족시킴은 물론 이것의 원인이 되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밝히는 데 관심을 갖는다. 이를 위해 빈곤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을 조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자선적인 활동에는 정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칙 7.1)

흔히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빈첸시오회)를 가난한 사람에게 자선물품을 나눠 주고 돕는 봉사단체로 알고 있다. 빈첸시오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의 이웃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맞다.

▲ 수원 빈첸시오회 박상규 사무국장. ⓒ배선영 기자
수원교구 빈첸시오회 박상규 사무국장(베네딕토, 56)은 “일상에서 예수처럼 살려고 하는 것”이 빈첸시오회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것을 넘어 “어떻게, 왜 가난한지”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회칙에 나왔듯이 “사회정의 문제에 접근하는 빈첸시오회 고유의 특징은 불의로 신음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사회 문제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원 빈첸시오회가 준비 중인 취업준비와 실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청년들이 어떻게, 왜 고통받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다.

박 사무국장은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처음에는 일자리 알선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 어느 때보다 청년들의 살길이 막막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공감한 박 사무국장은 그들에게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협력과 연대를 강조하는 빈첸시오회의 정신을 따라 박 사무국장은 바다의 별 심리상담센터와 연계해 1월 말부터 소규모 상담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한국 게슈탈트상담심리학회 소속의 전문 상담가들이 재능기부로 청년 10여 명의 그룹상담을 맡기로 했다.

빈첸시오회에 몸 담은 지 30년이 넘은 박 사무국장도 처음부터 빈첸시오회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았던 것은 아니다. 대학생 때 처음 본당에 있는 빈첸시오협의회(본당 빈첸시오회를 협의회라고 부른다)에 들어갔을 때는 그도 빈첸시오회가 단순히 봉사단체인 줄 알았다.

1955년 청주교구 교현동 본당 주임신부인 옥보을 신부(메리놀외방선교회)가 국제가톨릭구제회에서 들여온 구호물품을 주민들에게 나눠 주면서 한국에 첫 협의회가 만들어졌다. 전쟁 뒤 가난했던 한국을 지원했던 이미지가 굳어져 빈첸시오회를 봉사 또는 구호단체처럼 여기게 됐을 것이라고 박 사무국장은 추측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보여 준다면 믿을 것입니다.”

▲ 수원 오자남 생활학습관에 있는 프레데릭 오자남 흉상. ⓒ배선영 기자
빈첸시오회의 시작은 훨씬 전인 18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자 프레데릭 오자남(Frederic Ozanam)이 역사연구회라는 학생 단체에서 “우리는 당신들의 교회가 한때 위대한 교회이자 위대한 선의 근원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 교회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물음을 받고, 이에 응답하기 위해 빈첸시오회를 만들었다.

빈첸시오회는 파리에서 시작해 프랑스 전역으로, 19세기 후반에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2014년 현재는 148개 나라에 협의회 6만 2000개와 회원 85만 명이 있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빈첸시오회는 유엔 소속 공식 NGO단체이며, 2009년에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빈첸시오회는 본당 또는 회사, 기타 단체 등의 협의회와 교구, 국가별 이사회, 그리고 파리의 총이사회로 조직이 구성되는데, 활동의 중심은 협의회이긴 하지만, 국제적 연대기구이며, 긴급구호가 필요한 곳을 찾고, 어려운 회원국을 돕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968년 뉴질랜드 이사회의 도움으로 청주에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집을 지어준 것도 이런 이유다. 이곳을 오자남 마을이라고 부른다.

박상규 사무국장은 단순히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빈첸시오회 회원들은 두 명 이상이 함께 지역 안에 가난한 이들을 찾는데,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대신 은행업무를 봐 주거나 청소, 도배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돕는다.

▲ 서울 빈첸시오회가 연탄을 나누는 모습.(사진 제공 = 서울 빈첸시오 이사회)

박 사무국장은 할머니와 손자 셋이 살던 집을 도와준 경험을 들려줬다. 집에 몇 년 전에 먹은 음식물 포장지가 그대로 있을 정도로 쓰레기가 쌓여 있었는데, 청소를 해 주고 보니 오래된 쌀이 가득 있었다. 복지단체에서 막연히 필요할 것이라고  여기고 두고 간 쌀이었다. 박 사무국장은 이 쌀을 팔아 돈으로 돌려주고,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해 방황하던 큰 아이가 검정고시를 보게 됐다.

한국에는 현재 협의회가 670여 개이며, 활동회원은 7000여 명이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땅을 임대해 감자를 지원했다. 간병인 제도가 일반화되기 전에 간병인회, 미용인회 등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을 도왔고,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무료급식소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수원 빈첸시오회는 얼마 전 몽골에 빈첸시오회가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상규 사무국장이 몽골에 가서 빈첸시오회 회원들을 교육한다.

빈첸시오회 회원이 되고 싶다면, 본당이나 가까운 협의회에 문을 두드리면 된다. 회합을 통해 일상에서 예수의 삶을 따르기를 상기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과 시간과 재능을 베풀” 수 있다. 직접 활동할 수 없다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협력회원이나 후원회원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선량한 사람들이 일관성 없이 행동하고 소심하게 대처함으로써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악이 행해졌던가.”(프레데릭 오자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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