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줌머인연대 로넬 사무국장의 호소
“한국은 점차 다문화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줌머인도 그 일원중의 하나입니다. 저희들도 한국사회에 대한 어떤 책임을 느낍니다.”
지난 4월15일, 문화를생각하는사람들의 31차 문화나눔마당 “소수민족인권과 재한줌머인연대”에서 로넬 차크마 나니 재한줌머인연대 사무국장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방글라데시 동남부와 미얀마 아라칸주와 인접한 치타공산악지대(CHT)에 있는 11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줌머(Jumma, “산에서 농사짓는 사람”이란 뜻)족은 영국,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과 역사의 긴 굴레속에서 애증의 질긴 인연을 이어 왔다.
CHT에서 나고 자란 로넬씨의 삶도 다른 여느 줌머인 처럼 녹록치 않았다. 고등학생때부터 게릴라 전투에 참여했으며 그로 인해 3년간의 감옥생활을 겪어야 했다. 93년에 처음 한국땅을 밟았고 2004년에야 비로소 난민지위를 인정받는다. 지금 그는 한국사회에 줌머인의 실상과 문화를 알리는 일뿐 아니라 한국시민사회와 갖는 연대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줌머인이 김포에 발을 디딘지 16년이 지났다. 이제 그 숫자도 50여명으로 늘었으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자라고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하여 다른 나라의 줌머인과 소통하고 본국의 상황을 보고 들으며 언젠간 돌아갈 조국을 잊지않고 있는 그들은 퍽퍽한 한국의 삶에서도 매년 200만원씩의 기금을 모아 보내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선량한 얼굴에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던 로넬씨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의 티베트, 군사정권과 태풍피해 때의 미얀마,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공격때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의 시위 등을 예로 들며 “눈에 보이는 현안이 있을 때, 커다란 사건이 있을 때만 한국의 시민사회와 한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뿐이고 그 시기만 지나면 다시 잠잠해 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는 덧붙여 “하지만, 그런 잠깐의 관심 조차도 줌머인들에게는 없었다. 줌머인의 문제를 자신과 관계 없는 먼나라의 일로 생각하지말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앞선 4월12일 죽음의 권세를 물리친 예수의 부활을 경축하는 그날, 김포 양촌 다목적 체육관에서는 보이사비(Boisabi) 축제가 있었다. 보이사비는 음식과 술을 나누고 춤을 추면서 평화, 사랑, 단결을 다짐하는 줌머 최대의 축제로 우리로 치면 설날에 해당하는 명절이다. 주변의 다른 이주민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함께해 소박함과 더불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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