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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신도 가끔 “오마이갓”을 외친다[김원의 리얼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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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1  1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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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포스터.(사진 제공 = 엣나인필름)

살다 살다 이렇게 뻔뻔한 영화는 처음인 듯하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얘기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소리 내어 웃고 싶을 만큼 유쾌해졌다. 지금이 한겨울만 아니라면 배꼽을 잡고 바닥을 굴러도 좋을 것 같은 통쾌함이다. 상상력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스케일을 펼쳐 보이며 한바탕 신나게 놀아 보자는 식의 영화다.

물론, 장르는 코미디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Le Tout Nouveau Testament, 2015)”는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3국 합작영화다. 내용을 봐도, 한 나라가 감당(?)하기에는 벅차 보이긴 한다. 제목의 뜻은 ‘새로운 신약성서’쯤 될 듯하다. 실제로 영화 내내 이를 위한 여정이 담긴다. “제8요일” 등을 만든 자코 반 도마엘 감독 작품이다. 국내 개봉일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이 또한 참으로 발칙한 발상인데 영화의 일부인 듯 웃기다. 심지어 청소년 관람불가인데도,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제대로 타고 예상을 웃도는 흥행 중이다.

“신은 존재합니다. 브뤼셀에 살죠. 개망나니입니다. 아내와 딸에게 진상이죠. 다들 아들 얘기만 하고 딸 얘긴 안 하는데, 제가 그 딸입니다.” 영화는 열 살짜리 ‘하느님 딸’ 에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딸은 아버지인 신을 감히 이렇게 한마디로 규정지을 뿐만 아니라, 그 앞에서 악을 쓰고 대든다. “누가 해도 당신보단 백 배 나아!” 후줄근하고 못돼먹은 가부장인 그 아버지라는 아저씨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진다. “서재에 들어갔구나!”

그렇다. 아버지인 신이 할 줄 아는 건,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줄곧 두드려대는 일이다. 아니다. 할 줄 아는 게 더 있다. 즉각 허리띠를 풀어 열 살 어린 딸을 흠씬 두들겨 팬다. 그러고도 화가 안 풀려 아내를 쥐 잡듯 다그친다. 입 벙긋도 못하는 아내는 그저 접시만 만지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오랜 ‘가출’ 중이고, 딸은 아버지의 엄명으로 방에 갇힌다.

신은 한없이 지루하다. 천지창조 이래로 내내 그러하다. 그래서 하도 심심해 피조물이란 것도 만들었다. 남자를 만들었고.... 실패했다. ‘인류’라는 장난감들의 고통에서 우연히 재미를 느낀 뒤, ‘보편짜증유발의 법칙’도 만들었다. 영화 소개에 나오는 법칙들을 옮겨 보겠다.

법칙 2117호. 필요 추가 수면량은 딱 10분 더.
법칙 2129호. 욕조에 들어가기만 하면 전화벨이 울린다.
법칙 2125호. 빵은 잼을 바른 면이 꼭 바닥에 떨어진다.
법칙 2126호. 접시는 꼭 설거지가 끝나면 깨진다.
법칙 2218호. 마트에서 계산할 땐 항상 옆줄이 더 빠르다.
법칙 2231호. 짜증나는 상황은 꼭 한꺼번에 닥친다.

   
▲ “신은 존재합니다. 브뤼셀에 살죠. 개망나니입니다. 아내와 딸에게 진상이죠.” 영화는 열 살짜리 ‘하느님 딸’ 에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사진 제공 = 엣나인필름)

이 가족을 설명하는 도입부는 ‘창세기’, 조숙한 사춘기 딸 에아가 아빠 컴퓨터를 해킹해 지상의 모든 이에게 죽는 날짜를 문자로 전송하고 집을 떠나는 게 ‘출아파트기’다. 세상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이를테면, 전쟁하다 말고 급히 평화협정을 맺는 식이다. 온갖 예측불허의 엉뚱한 상황이 줄을 잇는다. 아버지는 천지창조를, 딸은 파괴를 한 것일까? 세상을 구원할 방법은 오로지 신약성서를 다시 쓰는 것뿐이라고 한다. ‘오빠’가 알려준 열쇠다. 신의 유일한 아들이라는 J. C(이게 실제 그의 이름이다)는 가구 위에 고상으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에아에게 지상으로 내려가는 기발한 방법을 일러 준다. 그는 ‘길’이 된 게 맞긴 한가 보다.

감독은 말한다. “이 영화는 공동 각본가인 토마스 귄지스와 나의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우리는 ‘신이 존재하고, 브뤼셀에 살고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런 상상은 ‘만약 그 신이 괴짜라면? 아들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아무도 몰랐던 딸까지 있고, 딸이 아버지인 신이 너무 끔찍해 그가 가장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있던 비밀인 모든 이들의 죽을 날을 문자로 공개함으로써 복수를 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에아는 새로운 신약성서에 담을 6명의 사도를 찾아 나선다. 그 뒤 영화의 파란만장하면서도 유장한 서사는 이 여섯 사도 혹은 제자들의 삶의 이야기다. 그들 각자의 이름을 단 여섯 개의 ‘복음서’는 이렇게 구성된다. 에아는 그들 가슴속의 이야기들과 ‘음악’과 사랑에의 꿈을 잘 들어주는 이다.

어쩌면 에아가 세상에 내려와 마주한 것은 결국 ‘인간은 어떻게 인간성을 회복하는가’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아의 새로운 신약에서, ‘말하는 사람’은 제자 그 자신이다. 에아는 그저 곁에 있어 줄 뿐이다. 그들 마음속에 언제나 있었지만 너무나 미약해 다 사그라져 버린 것 같은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는 일을 도와준다. 그러면 그들은 스스로 움직이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신약은 이렇게 쓰인다.

이 영화의 재미는 사실 설명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말’로써 설명하려는 것은 어쩌면 소용없는 일 같고, 그저 한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저 시시하고 지저분한 도시 한 모퉁이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기적의 순간들은 의외의 기쁨을 준다. 인간은 ‘죽을 날’을 받아 두었다고 해서 ‘파괴’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스스로 어떻게든 자신을 향기로운 한 송이 꽃으로 피워 내려는 노력의 과정은 그 한 땀 한 땀이 감동적이다.

인류가 탐구해 온 온갖 지혜와 논리들을 바탕에 깔되 ‘물 위를 걷듯이’ 가볍게 떠낸 듯한 기분 좋은 상상이다. 곱디고운 자수를 끝도 없이 짜 내는 여신들의 고운 손끝의 서사가 돌아오기를. 우리 모두 부디 사랑 속에서 평화를 얻게 되기를!

 
 

김원(로사)
문학과 연극을 공부했고 여러 매체에 문화 칼럼을 썼거나 쓰고 있다. 어쩌다 문화평론가가 되어 극예술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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