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없는 교회를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노동하는 인간> 22항에 따르면 "장애인들 또한 천부적이고 신성하며 침해할 수 없는 권리에 상응하는 온전한 인간 주체이"며 "장애인들도 모든 권리를 가진 주체이기 때문에, 그들은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그들의 능력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 신자들도 교회 내에서 비장애인 신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장애물 없이 이동이 가능해야 하고,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교회 내에서 장애인의 접근권이 얼마나 보장돼 있는 지 서울과 인천, 수원, 의정부 교구의 주교좌성당과 가톨릭회관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성당 내 이동권

서울대교구의 주교좌성당인 명동대성당에는 경사로는 있지만, 성당 입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처음 오는 사람의 경우에는 경사로가 어디에 있는 지 찾기도 쉽지 않을텐데 경사로의 위치를 알리는 유도표시조차 없다.

(사진출처: 명동성당 홈페이지)

▲ 명동성당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 성당입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유도표시가 필요하다.

인천교구의 주교좌성당인 답동성당은 공사중이지만, 임시 경사로로 사용하는 철판이 있어서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당 측변의 콘크리트 경사로의 경우는 폭이 좁아 위태로워 보였다. 

▲ 인천교구의 주교좌성당인 답동성당 입구. 임시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 답동성당 측면의 콘크리트 경사로는 폭이 좁아 위태로워 보인다.

수원교구의 경우 교구청 건물의 바닥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왠일인지 주교좌성당인 정자동성당의 바닥에는 점자블록을 찾을 수가 없었다.

▲ 수원교구 교구청에 설치돼있는 점자블록

성당 내로 들어가면 보통 제대로 통하는 중앙 통로와 양옆의 통로들이 있다. 비장애인 신자들은 대체로 양옆의 통로를 이용하게 되는데, 양 옆의 통로가 비좁아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없는 성당들이 많았다.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최소폭의 기준이 80cm인데, 이보다 넓은 통로가 있는 곳은 수원교구 주교좌 성당 뿐이었다. 서울과 인천, 의정부 교구의 주교좌 성당에서는 장애인들이 쑥쓰러움을 감내하고 중앙통로를 이용해야만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 폭이 70cm 안팎인 명동성당의 우측통로에는 휠체어가 드나들 수 없다.


화장실 접근권

명동성당의 화장실과 꼬스트홀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이동을 할 수 있지만, 앞서와 마찬가지로 안내판이 없어서 처음 오는 장애인은 누군가에게 이동 방법을 물어봐야 알 수있게 돼 있다. 

▲ 명동성당의 화장실과 꼬스트홀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인천교구의 가톨릭회관 3층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있었으나 남성 화장실에만 있어서 여성 장애인이 화장실을 이용해야할 경우 보조가 필요한 불편함이 있었다. 

▲ 인천교구 가톨릭회관 3층의 화장실

수원교구 교구청의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유도표시가 부족해 지하주차장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가 어려웠고, 출입구의 유효폭이 75cm로 권고사항에 못미쳐 불편함이 예상된다. 

▲ 수원교구 교구청의 장애인 화장실 출입구

의정부교구 주교좌성당인 의정부성당의 화장실에는 손잡이가 한쪽면에만 달려있어 위험에 노출돼있었고, 공간이 넓어야 하는 장애인 화장실에 온수통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었다.

▲ 의정부교구 주교좌성당인 의정부성당의 장애인 화장실


세세한 관심이 필요

위에서 얘기한 경사로와 화장실은 가장 기초적인 것들이다. 장애인이 교회 내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활동하는데 장애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이밖에도 여러 곳에 세세한 관심이 필요하다. 장애인 주차장의 경우 건물의 출입구로 통하는 경사로와 가까이 있어야 하고, 비장애인의 주차를 통제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주차장의 위치를 안내하는 유도 표시도 있어야 한다. 4개 교구 주교좌 성당의 장애인 주차장에는 모두 유도표시가 없었다.

▲ 인천교구 교구청의 장애인 주차장에 장애인사용자 표지가 없는 차량이 주차돼 있다.

교회 내에서는 미사에 단순 참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성가대, 전례부, 복사 등의 활동들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이런 활동을 함께 하기가 만만치 않다. 경사로가 있는 제대는 찾아볼 수 없었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성가대석으로 갈 수 있는 성당도 많지는 않다. 또한 고해소의 폭이 너무 좁아 장애인의 경우에는 고해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성당도 많다. 이는 교회가 여전히 장애인을 다양한 형태의 신앙활동을 하는 온전한 신자로 바라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의 제대 앞.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는 제대 위로 올라가서 미사 해설을 하거나 독서를 봉독할 수 없다.

▲ 인천교구 용현동 성당의 예전 고해소. 폭이 좁아서 지금은 다른 장소를 고해소로 사용하고 있다.

▲ 의정부교구 주교좌성당 유아방 입구에는 계단밖에 없어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들어갈 수가 없다.

▲ 인천교구 답동 성당에 있는 배수구는 구멍이 너무 커서 휠체어의 바퀴가 빠질 위험이 있다. 권고사항은 폭 1cm, 길이 10cm 이하가 돼야 한다.

교회 내에서 장애인 신자들이 미사참례뿐 아니라 다른 활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들 역시 스스로 움직이며 사고하는 온전한 인간 주체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장애인을 누군가의 보조를 받아야만 하는 사람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교회 내의 여러 가지 장애물 때문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일뿐이라는 사고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들이 장애를 느끼는 것은 스스로 결손된 부분이 있어서가 아니라, 활동영역 안에 장애물이 많아서 불편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장애물을 하나하나 치워버릴 때 교회 안의 장애인 차별은 줄어들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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