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2016년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대폭발 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한 체르노빌 핵발전소 대폭발 3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2016년 4월에는 총선이 예정되어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핵발전소 건설 문제가 화두가 될 것입니다.

2015년 연말 가동이 승인된 신고리핵발전소 3호기는 2016년 상반기에 준공을 목표로 현재 시험 가동하고 있습니다. 신고리핵발전소 3호기의 발전이 시작되면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모두 25기가 가동됩니다. 또한 신고리핵발전소 4호기는 2017년 2월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폐쇄가 확정된 고리핵발전소 1호기는 2017년 6월이 되어야 가동이 중지됩니다.

▲ 울산시 울주군에 건설 중인 신고리핵발전소 3호기와 4호기의 모습. 3호기는 2016년 상반기에 상업 발전을 하기 위해 시험 가동하고 있다. ⓒ장영식

무엇보다 2016년 현재를 기점으로 울산시 울주군에 신고리핵발전소 4호기와 5, 6호기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신울진핵발전소 1-4호기, 영덕 1-2호기와 아직 장소가 확정되지 않은 핵발전소 2기 등,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핵발전소는 모두 11기나 됩니다. 끔찍한 일입니다.

핵발전소 건설은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건설됩니다. 건설 예정 지역의 주민들이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물색합니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명목으로 협박하고 돈으로 회유하기 쉬운 지역을 선택합니다. 도심의 비열한 불빛을 위해 가난한 지역을 희생시키는 것입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았듯이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소외받는 이들이 이중 삼중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합니다. 피난을 갈 수 없는 가난하고 병약한 노인과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합니다. 또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를 당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피난조차 포기하고 맙니다. 사고를 수습하는 곳으로 투입되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투입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중의 한 사람인 김주온 씨는 ‘떠날 수 없는 이들의 정치’에서 “지구적 재앙이 찾아올 때조차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습니다. 그 피해를 먼저 고스란히 떠안는 이들은 결국 가장 가난한 이들, 가장 약한 생명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떠날 수 없는 이들의 정치, 소외된 이들의 정치를 해야 합니다.”(“숨통이 트인다", 황윤 등 지음, 포도밭출판사, 109쪽)라고 설파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나라가 죽임의 문화가 지배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 중의 약자인 사람들을 선택해서 기만하는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습니다. 고리와 신고리핵발전소 건설로 고향을 잃은 골매 마을 사람들의 아픔과 밀양과 청도, 군산의 송전탑 투쟁에서 보았듯이 핵발전소는 눈물과 한숨으로 뒤범벅된 한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 신고리핵발전소 5, 6호기가 건설될 지역인 울산시 울주군 신리 마을 포구의 모습. 왼쪽에 보이는 것이 신고리핵발전소 3, 4호기의 모습이다. ⓒ장영식

2016년을 전망하면서 무엇보다 탈핵을 향한 여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전력소비의 가파른 증가세는 이미 꺾여 전기가 남아돌고 있지만, 핵발전소와 송전선로는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 찬반을 묻는 삼척과 영덕의 주민투표는 탈핵의 여정에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또한 고리핵발전소 단지로부터 11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의 해수를 담수화 해서 수돗물로 공급하려는 부산광역시의 정책은 부산 기장 시민들의 주민투표 요구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2016년은 탈핵을 향한 여정이 더 넓고 더 깊게 뿌리내릴 것을 확신합니다.

▲ '균도 아빠' 이진섭 씨(왼쪽)와 이현만 기장군 의원이 기장군청에서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며 농성하고 있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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