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2월 29일 부인과 이혼하겠다며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최 회장은 회사 투자금 횡령 때문에 복역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면서 성경을 손에 들고 나왔다. 그런 최 회장이 이혼을 원하고 혼외자가 있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천주교 신자인 차 아무개 씨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차 씨는 30대 남자로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차 씨는 최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씨의 결혼이 정략결혼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일이) 이해는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그 처지가 아니고 남의 얘기니까 뭐라 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인 구민선 씨는 “그리스도인 입장에서 볼 때 이혼은 바람직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40대인 구 씨는 가톨릭 신자인 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구 씨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 목적 등이 배우자와 도저히 같이 할 수 없을 경우에는 시험에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그런 상황이라면 여러 번 고심하고 결혼할 때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했는지 돌아보면서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자기 힘으로, 기도의 힘으로도 바꿀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하고 되물었다.

한편, 구 씨는 대기업 수장이 공개적으로 부부 관계의 파탄과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린 데 대해 “사회적으로 지도자급에 있는 분들이 더 부도덕한 일을 많이 하고도 무죄 방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 한 사람에 대해서만 손가락질 해서 되겠느냐”며, 개신교 목사 중에도 성적 추문을 일으키고도 목사직을 유지하고 징계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예를 들었다. 구 씨는 한국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중 손가락질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그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고상균 향린교회 부목사는 개신교에서는 이혼을 어떻게 보는지 묻는 질문에 “내가 아는 한, 가톨릭에서는 성서의 전통과 교회의 전통이 모두 중요한 반면, 개신교는 교회의 권위 위에 성서의 권위가 있기에 삶의 지침이나 교리적 통일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고 목사는 “우리나라 개신교 교단들의 총회 헌법을 보면 ‘둘이 한 몸을 이룬다’ 등 결혼에 대한 표현은 있지만 이혼 이야기는 크게 나와 있는 게 없다”면서 “개신교도 이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만, 이혼에 대해 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진보적 형태의 개신교에서는 이혼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에 앞서 같이 사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경우, 그것을 감내하는 것이 신앙인이 할 일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는 가정이나 사기에 가까운 결혼인 예를 들었다. 또 고 목사는 이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1인 가구 등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원칙적으로 이혼과 재혼을 인정하지 않지만,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늘어난 이혼에 대해 교회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양새다.

이번 주 가정성화주간(12월 27일-2016년 1월 2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는 “자유로운 삶을 선전하며 이혼을 부추기는 대중매체, 이혼과 관련한 법률제도의 홍보, 그리고 합리적인 재산분할제도의 발달 등에 영향을 받아 그리스도인마저도 교회 가르침에 무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느님의 유일한 계획인 ‘사랑의 친교’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고 “그리스도인 부부 역시 배우자의 차이와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지난 5월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와 교회법위원회 공동 세미나 발표에서 가정사목위원 신정숙 수녀는 한 해 한국 가톨릭 신자 부부의 이혼은 6900건 정도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4”에서 밝힌 천주교 신자의 2014년 혼인 무효 판결은 712건이었다.

천주교회에서 혼인은 7가지 성사 가운데 하나로서 교리상 하느님이 정한 “불가해소”(풀 수 없는 것)이어서, 원래의 혼인이 어떤 이유로 처음부터 “무효”였다는 교회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이혼”이 가능하며, 이 절차를 밟지 않고 그냥 국법상 재혼하면 간통으로 규정되어 미사 때 영성체를 할 수 없는 등 제재를 받는다. 천주교회는 지난 10월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열고 이 절차와 제재를 조금 완화하는 쪽으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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