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박병상]

1988년인가? 부산에 있는 어떤 대학에서 유전자를 조작해 변성시킨 미꾸라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무게 400그램에 이른다는 ‘슈퍼 미꾸라지’로 그 소식을 특종으로 보도한 언론은 앞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추임새를 거하게 내놓았다.

400그램의 미꾸라지는 무엇을 어떻게 먹으며 정상인 10그램 미꾸라지와 어떻게 격리시켜 무슨 조건으로 양식했던 걸까? 그런 내용은 일체 전하지 않고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쓴 그 기자는 그저 제공한 보도자료에 충실했을 것이다. 그 과학기술의 결과가 과연 사실인지와 안전성 여부를 따질 생각도 없이 특종에 정신 팔렸고, 먹는 이는 물론 생태적 영향을 취재하지 않는 부실함을 드러냈다.

지금 그 미꾸라지는 없다. 보통 미꾸라지보다 40배 커다란 미꾸라지를 보고 군침 흘릴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기보다 경제성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자연에서 얼마든지 잡아서 식구와 끓여 먹던 미꾸라지는 시방 농촌에 가도 없다. 농약 성분이 남은 농촌은 물을 사시사철 논에 담지 않으니 서식이 아예 불가능하다. 슈퍼 미꾸라지는? 우리가 추어탕에 넣는 미꾸라지처럼 양식했겠지만 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을 테고,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겠지.

▲ 강에서 연어를 잡은 새끼곰.(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미국의 한 교수는 유전자 조작한 송사리 60마리를 같은 종류의 일반 송사리 6만 마리와 같이 키웠다. 그랬더니 놀랍게 40세대 만에 모든 송사리가 멸종되고 말았다. 생식력이 없는 유전자 조작 송사리와 짝짓기하려는 일반 송사리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사태였는데, 유전자 조작 송사리를 생태계에 풀어 놓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유전자를 조작한 미국산 연어의 수입을 허용했다. 그 연어는 덩치가 일반 연어보다 수십 배 큰 모양이다. 자라는 동안 수십 배의 사료를 축내고 조건도 까다로웠을 테지만 자라는 속도가 빠른 만큼 발생하는 이익이 컸는지, 미국은 우리나라에 수출할 궁리를 했고, 타이완 정부가 거부하는 연어를 우리는 받아들였다. 미국의 유기농마켓마다 엄격히 금지하는 그 유전자 조작 연어를.

캐나다 서밴쿠버해양연구소는 일반 연어보다 30배 이상 자라는 연어를 유전자 조작으로 얻는데 성공했지만 알이나 치어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3중 설치한 안전망을 취재팀에 보여 준 적이 있다. 2000년도 이전의 이야기인데, 급속히 자라는 바람에 골격과 내장이 기형이 되고 움직임도 매우 둔해진 연어를 누가 먹을지 알 수 없다. 보는 순간 입맛 떨어지게 만드는 외형이지만 슈퍼마켓에 먹기 좋게 가공 포장해 진열할 테니 소비자는 유전자 조작 여부가 표시되지 않으면 알 수 없겠지.

서밴쿠버연구소는 유전자 조작 연어의 알과 치어가 생태계로 빠져나가는 걸 막았지만 조작된 유전자가 피나 배설물에 섞여 나가는 건 막지 못했다. 미국산 연어는 어떨까?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우리는 알 수 없다. 조작된 유전자가 소비자 몸에 들어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역시 알 수 없다. 맛이야 근사하겠지. 상당한 양식 연어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먹여 키운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포장지에 일체 없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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