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 철수와 영희, 2015

“사장님, 1주 소정근로일수를 다하고 다음 주에도 일을 시키시려면 알바도 하루의 휴일수당을 주셔야 됩니다.”
“어떻게 그런 거까지 다 지키고 사람을 써요.”
“사장님, 요즘 애들 다 압니다. 애들 학교에서 배우기도 해요. 포털사이트 가서 물어보면 다 얘기해 주고요.”
“에고~~ 어쩔 수 없지.”

사장님들과 상담하다보면 수도 없이 마주하는 장면이다. 애당초 노동법이라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는 사장님들은 ‘주기로 한 돈 주면 됐지 뭐가 이리 해 줄게 많아’하고 하소연하기 마련이다. 초짜일 때에야 법 취지가 어쩌고저쩌고하고 길게 설명했지만 그렇게 설명해 보아야 잘 알아듣지도 못할 뿐더러 꼭 해야 되느냐고 되묻기 일쑤다. 오히려 위에 얘기한 것처럼 ‘요즘 애들 다 안다. 안 지키면 애들이 고소한다’고 한마디 하는 것이 빨리 정리되고 좋다.

▲ 이수정 지음, 홍윤표 그림,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 철수와영희, 2015
우스갯소리 같아 보이지만 노동교육이 왜 중요한지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알아야 권리도 찾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한두 명 권리를 찾아가다 보면 어느덧 모든 이가 권리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청소년을 위한 노동교육은 노동자의 권리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래의 사회구성원인 청소년이 알아야 사회 전체로 보아도 노동인권을 이해하는 구성원의 비중이 늘어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 노동교육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아마도 본격화된 것으로 따지면 이제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나의 노무사 리즈시절인 2003-4년 정도가 청소년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막 시작되는 단계였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때 이후로 먹고 산다는 이유로 한 것이 없지만 그래도 나름 애정을 가지고 청소년노동에 대한 활동들을 꾸준히 지켜보았다. 지켜본 바로 지난 10년간 가장 꾸준히 활동해 온 청소년 노동관련 단체가 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이고, 이 단체에서 노무사로 꾸준히 활동해 온 이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이수정이다. 개인적으로 저자를 알지는 못하지만 청소년노동과 관련된 활동에서 저자의 이름을 쭉 봐 왔던 터라 새롭게 책을 낸 것이 반갑다.

오랫동안 청소년 노동인권활동을 해 온 저자답게 책 내용들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10대가 마주하게 되는 노동현실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노동현장이 어떤지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노동현장이 궁금한 독자라면 너무 법률에 얽매이지 말고 읽는 게 좋다. 법보다는 청소년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들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어 본다고 생각하고 보면 재밌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나 같이 이미 40대에 들어선 분들은 청소년들의 삶을 알고 있다는 자만은 버리는 것이 좋다. 우리가 살았던 시기와 지금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다르다. 청소년 노동(청소년을 갓 벗어난 20살 안팎까지 포함해서)은 기존 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노동시장에도 청소년노동을 사용하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청소년 노동을 일탈로 보던 시대와는 한참 달라졌다. 이런 것을 모르면 이른바 ‘꼰대’가 되는 거다. 그러므로 꼰대가 되기 싫거나 나의 이야기에 놀라신 어른이 있다면 이 책을 한번 꼭 읽어 보길 권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이 책의 본래 목적이 10대가 읽는 책인데 내 시각으로는 10대의 눈높이보다는 10대를 바라보는 어른의 눈높이에 맞추어진 책으로 보인다. 책의 목적이 노동법이라는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10대의 노동현실과 노동인권을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런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노동과 관련된 책이 나올 때마다 느꼈던 아쉬운 점이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은 정보 제공이나 현실 비판도 중요하지만 노동권이 재산권처럼 우리 사회의 시민권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데 좀 더 중점이 가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의 노동인권 향상은 노동자의 권리의식 향상뿐만 아니라 치킨집 사장님도, 부장님도, 재벌 총수도 노동권을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미래의 노동자이자, 치킨 사장님이자, 그리고 재벌 총수이기에 이들 모두에게 노동권이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의 권리임을 가르칠 유일한 기회가 바로 청소년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10대가 읽든 40대가 읽든 그게 뭐 대수인가. 이런 책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어리다고 깔보지 마라.”라는 이 책의 이야기가 “여자라고 깔보지 마라, 육체노동자라 깔보지 마라, 돈 없다고 깔보지 마라”라는 말과 어울려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면 그걸로 훌륭하지 않은가?

김의석 (요셉)
'노무법인 사람'에서 일하는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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