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사가 전부 아니다

“지금은 자비의 시대입니다. 평신도들이 자비를 실천하고 다양한 사회 환경에 자비를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이 열렸다. 이제 본당과 가톨릭 공동체는 “무관심의 바다 한가운데 있는 자비의 섬”이 되려 한다.

지난 8일 자비의 희년이 시작됐다. 13일 주일에는 전국 교구에서 개막미사가 열렸다. 이 특별한 희년에 신자들은 각 교구에서 지정한 순례지나 성당에서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평신도는 교회의 자비를 몸소 느끼는 것과 동시에 그 스스로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자비로운 사람이 돼야 한다고 요청받는다.

▲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해 연탄나눔을 하는 인천교구 청년. ⓒ지금여기 자료사진
신자들은 자비의 희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결심을 할까?

평소 거리 미사에 자주 참여하는 ㄱ씨(서울대교구)는 자비의 희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찾아보진 않았지만,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영성을 살아 내라는 교황님의 일관된 말씀과 그동안 보여 주신 여정과 통하는 것 같다”며 자비의 의미를 되새겼다.

ㄱ씨는 소외되고 아픈 이들을 위한 거리 미사에 계속 함께하며 자비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또한 주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특히 가족과의 사이에서 자신이 옹졸해질 때 하느님의 너그러움을 기억하기로 결심했다.

ㄴ씨(대구대교구)는 자비의 희년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묻자, “낙태의 죄에 대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떠올렸다. 교황은 지난 9월 “이 순간을 좌절로 느끼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다”며 모든 사제에게 희년 동안 낙태에 대해 용서를 청하는 이들에게 죄를 사해 주는 권한을 주었다.

자비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ㄴ씨는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낮은 자의 마음으로 주변 사람을 위하고 사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비의 희년에 전대사를 받는 것 외에 스스로 자비를 실천하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는 신자도 있었다.

ㄷ씨(인천교구)는 자비에 희년에 어떤 것을 실천할 것인지 묻자, 주보에 나온 성지에 가서 전대사를 받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ㄹ씨(인천교구)는 자비의 희년에 자신뿐만 아니라 연옥 영혼을 위해서도 전대사를 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돌아가신 분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마음이 불편할 때 참아 주는 것,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물질적으로 도와 주는 것도 자비라고 강조했다.

“하느님께서 한없이 우리를 참아 주신 것처럼 그렇게 인내하였는지” (자비의 얼굴 15항)

자비의 희년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칙서 “자비의 얼굴”에는 육체적 활동과 영적 활동을 나눠 그리스도인이 자비를 실천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우선 육체적인 활동은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고, 나그네를 따뜻이 맞아 주며, 병든 이들을 돌봐 주고, 감옥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며, 죽은 이들을 묻어 주는 것”이다.

자비의 영적 활동은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며, 죄인들을 꾸짖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우리를 모욕한 자를 용서하고, 우리를 괴롭히는 자를 인내로이 견디며,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또한 “고문당한 이들, 상처 입은 이들, 채찍질 당한 이들, 굶주리는 이들과 난민들의 몸에서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몸을 우리가 알아보고 만지며 정성껏 돌보아야 한다.”

각 교구에서도 주보와 홈페이지에 자비의 희년에 대한 공지와 각 교구에서 정한 자비의 문, 순례지를 안내했다. 또한 2016년 사목교서와 교구장 메시지를 통해 자비의 희년의 의미를 밝히고, 자비를 베풀 것을 강조했다.

특히 제주교구는 지역의 이슈와 관련된 사항을 자비의 실천으로 제안해 눈길을 끈다. 제주교구는 개인과 공동체가 실천할 것을 나눠 주보에 안내했는데, 공동체의 실천으로는 “4.3의 갈등과 치유를 위해 노력하기,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해 노력하기, 분열과 폭력을 일삼는 이들의 회개를 위해 묵주기도 바치기” 등을 제안했다.

개인적 실천으로는 “가족, 친적 간에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기, 냉담자들과 교회를 멀리하는 이들과 대화하기, 병든 이들을 방문하고 교정사목 돕기, 소공동체에 참여해 실천 나누기” 등이 나와 있다.

자비는 자비의 희년에만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 “자비는 교회생활의 토대다.” 2016년 11월 20일 자비의 희년은 막을 내린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 내 삶에 깊숙이 뿌리 내리도록 준비할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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