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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해방신학과 마리아 2[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해방신학의 마리아론
홍인식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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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11  11: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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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나는 라틴아메리카의 상황과 대중신심의 측면에서 마리아론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해방신학의 입장에서 마리아에 대한 생각을 전개해 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1955년 제1차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부터 시작하여 2007년 아파레시다 회의까지 발표된 주교 문서에 나타난 내용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 뒤에 이 문서들을 중심으로 하여 해방신학에서 마리아론이 차지하고 있는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주교협의회(CELAM)의 마리아론

1. 제1차 회의(1955) 
   
▲ 루르드의 성모상.(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리오데자네이루의 제1차 주교회의 문서는 마리아론에 대하여 많은 언급을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히 적은 부분에서 언급된 마리아론에서도 깊은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 1차 회의 문서의 한 조항에서 단순히 “예수의 성심과 죄 없으신 동정녀 마리아, 아메리카의 여왕 마리아를 믿으며”라는 구절에서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이 문서가 또 다른 조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스텔라 마리스 마리아”에 대한 구절은 오히려 뒷날 신학적으로 크게 비판을 받았다.

2. 제2차 회의(1968)
콜롬비아의 메데인에서 제2차 주교회의가 개최된다. 이 회의 문서는 마리아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 단지 주교문서를 발표할 때 이 문서를 보호해 달라는 요청을 마리아에게 할 뿐이다.

3. 제 3차 주교회의(1979)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제3차 주교회의가 개최된다. 이 대회의 문서는 이전의 다른 문서들과는 달리 마리아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나타나고 있으며 언급의 횟수뿐만 아니라 마리아에 대한 중요한 신학적 표현이 나타난다. 이 문서에 나타난 마리아에 대한 언급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이 문서는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와 전형’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마리아는 모든 인간에게 가족적 마음을 일으키는 ‘어머니와 여성’임을 강조한다.(푸에블라 문헌 295항) 그녀는 라틴아메리카의 복음 선포에서의 교사다.(290항) 푸에블라 문헌은 교회는 마리아를 어머니로 여기는 한 가족공동체임을 확인한다.(285항) 마리아는 “자신의 역동적인 삶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에 자신의 삶을 열고 참여하는 완벽한 신자와 제자의 완벽한 형상”으로 여겨진다.(296항) 또한 마리아는 “그리스도와의 가장 밀접하고 친근하고 거룩하고 그리고 유일한 진정한 사랑, 결국에는 영광으로 종결되는 사랑의 이야기를 엮어나감”으로서 소통의 전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292항)

이 문헌은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와 마리아 안에서 “남자와 여자의 진정한 형상을 발견”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330항) 그 뿐만 아니라 이 문헌은 바오로 6세의 권고(‘현대의 복음 선교’ 81항)을 인용하면서 새로운 복음화와 성령강림의 사건의 과정에서 “마리아는 쇄신된 복음화의 별”이 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푸에블라 문헌은 이전의 문서와는 달리 마리아에 대하여 상당한 언급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마리아는 라틴아메리카인들의 가톨릭 신앙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문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4. 제4차 주교회의(1992)
본 대회의 문헌은 무엇보다도 마리아를 문화 복음화에서의 전형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라틴아메리카 대륙 민중들의 가톨릭적 정체성의 기본이 되며 “신앙의 신실성에 있어서의 헌신자의 삶의 전형”이기도 하다.(85, 283항) 본 문헌은 이전의 문헌에서 더 나아가서 마리아는 “사목에 있어서 그리스도와 함께 자유로운 의사를 가지고 최대한 참여함으로써 역사의 주역이며 주체자가 된다.”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그녀는 민중의 신앙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15, 53항)

5. 제5차 주교회의(2007)
   
▲ 파티마의 성모를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세 어린이. (왼쪽부터)히야친타, 루치아, 프란치스코.(사짙 출처 = ko.wikipedia.org)
본 문헌에서 마리아는 선교적 제자로 소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선교적 제자의 양성자로 나타나고 있다. 그녀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 앞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구원의 계획과 사역에 있어서 마리아의 존재가 부각된다.(25항) 그녀의 역할은 “그녀의 아들 예수의 선교사와 제자 형제 아들로서 민중의 출현에서 결정적이고 뺄 수 없는 모성적 존재”로 민중을 화해시키고 연합시키는 것이다.(43항) 특히 본 문헌은 그리스도를 따름에 있어 강하고 자유로운 여성으로서 마리아를 강조한다.(266, 269항) 또한 ‘마리아의 노래’는 자신의 실재를 향해 스스로를 헌신하며 그것에 예언자적으로 임하는 한 여인의 모습이라고 말한다.(451항) 마리아의 노래로부터 교회는 다양한 형태의 배척과 온갖 종류의 폭력에 지배당하고 있는 여성들의 침묵당한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야 함을 강조한다.(454항) 이런 의미에서 마리아는 여성의 정체성과 가치를 회복하는 데 근본적이다.(451항) 본 문헌에서는 마리아의 보다 적극적이고 역사 변혁적인 역할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위의 문헌의 발전과정에서 살펴본 마리아는 억압받는 이들에게 정체성과 존엄성 회복에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본 문헌들의 정신과의 연관성에서 해방신학은 마리아에 대해 어떤 신학적 위치를 주고 있는 것일까?

해방신학의 마리아

라틴아메리카의 가톨릭 교회의 경우 언제나 마리아를 소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역사적 시도들이 분명히 있었다. ‘죄인들의 피난처’ 혹은 ‘고난 받는 이들의 위로’ 등의 기능으로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마리아론은 결국 라틴아메리카 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는 여성의 가치에 대한 저평가, 남성중심의 세계 그리고 패배주의에 대하여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연약한 이론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마리아론은 이 지역의 억압적인 권력들에 의하여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소극적 마리아론에 대항하여 해방신학의 해방자로서의 마리아론이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라틴아메리카의 억압과 해방의 이중적인 사회정치 경제구조는 해방신학자들, 특히 레오나르두 보프로 하여금 마리아에 대한 새로운 해석학적 접근을 하도록 만들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그리고 대중적 마리아에서 “해방자로서의 우리의 성모 마리아”를 발견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새로운 마리아의 발견은 먼저 상황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민중적 발견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해석학에서부터 출발하는 신학적 발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해방적 마리아에 대한 이해는 민중적 그리고 신학적 이해의 유기적인 연관성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본 글에서는 해방신학적인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된 마리아론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살펴보도록 하려고 한다.

해방의 마리아론은 사회구조의 변혁을 향한 역사적 시도의 역동적 구조에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방자 예수의 해방적 그리스도론과 해방적 마리아론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리아론은 라틴아메리카의 대중신심에서 매우 중요하고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손쉽게 우리는 해방적 마리아론이 전통적 대중문화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이끌어 내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믿음으로부터 출발하는 온전한 변화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해방적 마리아론이 해방신학의 가난한 자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에서 어떤 영성적 기능을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해방의 마리아는 그녀의 하느님을 향한 신앙과 그녀의 삶을 통해 민중 해방 현실의 깊은 차원으로 이끌어 가는 역할을 감당한다.

마리아가 해방의 과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보다 심오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의 증언을 통하여 해방의 과정에 참여하는 하느님 백성의 투쟁과 삶의 모습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그녀의 삶 자체가 민중의 삶이었다. 그녀는 이 땅의 가장 가난하고 연약한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였다. 마리아의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 자체가 해방 과정의 시작이다. 왜냐하면 해방은 가난한 사람들의 존엄성에 대한 인정과 연대를 통해 시작되고 지속적인 힘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 예수를 향한 지극한 모성애를 통해 정의와 해방의 사역 참여자들에게 영감과 동기를 부여해 주고 있다. 그녀는 모든 가난한 사람과 고통당하는 사람을 위한 해방의 사역을 향한 그리스도교적 희망의 원천이다. 그녀는 평생 가난하고 겸손한 그녀의 삶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해방은 부의 축적과 권력의 소유가 아니라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섬기며 연대 속에서 살아가는 것임을 증언해 주고 있다. 해방신학은 이런 면에서 민중의 삶을 살아온 마리아를 진정한 해방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삶의 전형으로 소개하고 있다.

   
▲ 과달루페 성모.(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마리아에게서 보이는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우선적 선택의 모습과 또 가난한 사람들의 마리아를 향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양면의 모습이다. 마리아는 자신 스스로가 가난한 삶을 살아옴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 그녀에게 가장 깊은 영향을 미쳐왔음을 보여 왔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마리아는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의 순간에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존재로 등장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대중신심에서 마리아는 가난하고 힘없는 대중에게 그 어떤 신적인 존재보다 그들에게 가까이 있는 존재로 인정받는다. 라틴아메리카의 마리아 성지를 중심으로 존재하는 이야기에서 마리아는 언제나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출현한다.(과달루페, 루르드, 파티마 성지 등) 마리아 성지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방문하고 경배를 표한다. 마리아 성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정치경제적으로 억압받고 소외받는 계층에 속해 있다. 이러한 사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마리아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어머니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녀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존엄성과 연대감을 회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마리아는 해방 사건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해방신학에서 마리아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단순한 이론적이고 사변적, 신학적 의미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 해방 사건에서 민중들에게 마리아는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농민들의 경우 토지개혁을 위한 투쟁에서 마리아 형상은 그들을 하나로 묶고 연대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바하칼리포르니아 주의 멕시코 농민들의 토지개혁 투쟁에서 등장한 과달루페 마리아 형상은 그들의 투쟁에 영감과 동기는 물론 지속적인 투쟁의 에너지를 공급한 원천이 되기도 하였다. 마리아는 이제 라틴 아메리카에서 정복의 상징에서 자유와 해방의 마리아로 그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대중신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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