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칼럼]

11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폭력시위로 악화시킨 책임자로 지목되다시피 한 민노총의 한상균 위원장이 10일, 24일간의 조계사 피신을 중단하고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5일의 제2차 집회는 모두가 다짐한 대로 평화시위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평화시위의 서막이 오른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시위는 왜 ‘폭력’ 시위가 됐는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발표, 조중동, 종편, 관영화 되다시피 한 공영방송 텔레비전 보도만 보면 한 위원장이나 민노총이 폭력의 책임자인 것같다.

그러나 아시아의 인권과 발전을 위한 포럼(‘포럼-아시아’)은 제1차 ‘민중총궐기’ 직후 “한국(정부)은 시위를 탄압하기 위해 과도한 폭력을 중지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집회자유 침해와 평화시위 탄압에 대해 반복해서 우려를 표명했지만 한국 정부는 인권보호자, 평화시위자들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한 증거다.”

12월 4일부터 서울에 인권 감시단까지 파견한 ‘포럼-아시아’는 9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정부가 “물대포와 차벽을 불법 사용했다. 참가자들과 (시위)주최자들에 대한 보복을 중지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 시위자들이 폭력을 사용했다는 비난은 한마디도 없었다.

▲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에 나선 시민들이 시청에서 혜화동 서울대병원까지 행진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포럼-아시아는 1991년 아시아 16개국의 47개 인권단체들이 창설한 지역 인권감시단체로 제1차 민중총궐기 때부터 한국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해 왔다. 포럼은 차벽을 세워 시위자들의 자유로운 행진을 방해한 것은 경찰의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시위대들이 이에 항의하게 되고 그것이 폭력으로 확대됐다는 해석이 감지된다.

사실 군사정권 시절, 정권은 모든 시위를 불법으로 보았다. 경찰은 시위를 무조건 탄압했다. 그 관행이 30년 가까이 계속되는 동안 경찰은 시위대에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 했고 시위대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폭력으로 대응했다. 시위 = 폭력이라는 나쁜 관행이 일상화 된 역사적 배경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경찰이 한동안 시위대의 폭력을 도발해 그것을 구실로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관행이 있었음을 전문가들은 인정한다.

포럼-아시아는 물대포를 사용한 것, 버스로 차벽을 세운 것, 집회 조직자와 참가자들에 대해 보복을 가한 것을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제1차 집회 때 경찰이 물대포를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시위대를 향해 발사했으며 가톨릭 농민회 대표 백남기 씨에게는 그가 경찰에 아무런 위험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머리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했으며 이것이 그에게 신체적 중상을 입혔다고 비판했다.

포럼은 백씨에 대한 폭력 사용은 국제적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경찰은 “필요할 때만 그리고 그 임무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유엔 법집행관리 행동준칙)고 밝혔다.

포럼 감시단은 또 버스 차벽은 “조건적 집회허용이나 집회의 종료 또는 해산으로 예방할 수 없는 긴급하고 분명한 중대한 위험이 있을 때만 최후 수단으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헌재 2009년 판결)고 지적했다. 그런데 임시로 확인한 바로는 차벽은 11월14일의 집회 전에 세워졌다. 이것은 선제적이다. 이것은 항의시위가 차벽이 없어도 평화적이고 합법적일 수 있다는 국제적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유엔은 일찍이 한국정부의 집회자유 제한에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포럼은 상기시킨다. 뿐만 아니라 한국정부에 대해서 헌법과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보장된 기본권적 자유를 행사한 사람들에 대해 모든 고소와 보복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민중총궐기 집회를 모니터링한 포럼 감사팀은 한 달 뒤인 2016년 1월 이에 관한 정식보고서를 작성해서 한국을 공식 방문, 집회와 결사자유권에 관해 유엔에 보고할 유엔 특별보고자 마이나 키아이 씨에게 제출한다. 그때까지 감사팀은 한국정부가 2015년 12월 5일 집회에서 보여 준 바와 같이 앞으로의 집회에서도 집회자유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포럼-아시아의 기자회견 내용을 읽어 보면 우리의 집회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는 사정을 이제 국제사회에서까지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1960-70년대에는 미국도 시위가 자주 폭력화해서 많은 사람이 우려했다. 그러나 20세기가 저물면서 시위에서 폭력이 상당히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구 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저서 ‘서구 민주국가에서 경찰이 대중시위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1988)에 의하면 시위에서 폭력이 줄어든 첫째 이유는 경찰이 폭력을 적게 사용하면서 시위대의 폭력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한 대로 임무를 수행하며 시민의 시위권을 인정하고 그의 신체적 안전을 보호하는 데 신경을 쓰면서 상호 간 적대관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위대의 신체적 안전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백남기 씨의 머리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사회는 개인의 안전과 재산의 보호를 위해 경찰의 보호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이 월권하면 국민의 자유가 희생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민주사회에서 시민과 경찰과의 관계는, 시민은 경찰에 의한 보호를 필요로 하지만 반면에 경찰의 월권으로부터의 보호도 필요로 한다. 아브라함 링컨의 말이다.

 
 

장행훈(바오로)
파리 제1대학 정치학 박사,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초대 신문발전위원장, 현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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