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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없는 교육을 위하여[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공부방의 아이들이 자신이 받은 상장을 펼쳐보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영식

작고하신 박완서 선생은 1970년대에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산문집을 발표합니다. 산업화 이후 이기적이고 물질중심적 자본주의의 논리로 달려가는 한국 사회를 풍자하며 산업화 시대에 배제되는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는 산문집입니다.

1990년대 말, IMF로 대변되는 금융위기 속에 이 시대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는 자본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게 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신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희생을 상징하는 계급입니다.

이러한 무한경쟁 시대에서 ‘차별’과 ‘배제’는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부의 대물림은 학력의 대물림이 되고 있습니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유행하는 불행한 시대입니다. 당연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 공부방은 아이들이 선생님이 되고, 선생님이 아이가 되는 수평적 교육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영식

‘학교’라는 정규 교육 과정 뒤 사교육과 가정교육에서 배제된 아이들이 지역아동센터라는 공부방에서 방과후 돌봄 교육을 받습니다. 공부방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방과 후 집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집에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돌볼 부모들이 일터에서 돌아오지 않았거나 결손 가정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사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무한경쟁시대에 차별 받고 배제된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은 경쟁 없는 교육을 지향합니다. 아이들이 선생이고, 선생이 학생인 수평적 교육관으로 공부방이 운영됩니다. 그 누구도 그 누구에게도 차별과 배제 없이 모두가 존중받고 모두가 삶의 주인으로서의 교육을 지향합니다. 경쟁보다는 서로를 배려하고, 무한 소유보다는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을 지향합니다. 모두가 삶의 주인이며 나누고 섬기는 숙의 민주주의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무한경쟁시대라는 말에는 무한 소유와 무한 소비라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더 많이 가지려고 하며, 더 많이 소비하려고 합니다. 자족하지 않는 무한 소유와 무한 소비의 삶은 불행이라는 수레바퀴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대림 제2주일을 보내면서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속에 스며 있는 하느님의 자비로움을 맛볼 수 있는 나날이길 소망합니다.

   
▲ 공부방 아이들이 자신의 성장을 담은 행복한 상장을 펼쳐들며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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