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품앗이 대전 한밭레츠 10주년 심포지엄에서 배우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법동 282-9번지, ‘공동체 화폐 두루로 만드는 행복한 마을’ 이라는 슬로건 아래 태어난 한밭레츠가 자리 잡고 있다. 1999년 70명으로 시작하여 현재 620명 회원과 회원업소 약 80여개, 연간 1만 건 이상의 품앗이를 통해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대안경제 운동 단체로 성장하였다. 한밭레츠는 민들레의료생활협동조합과 대안학교인 대전푸른숲학교를 만드는데도 산파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지난 11일 대덕구 문예회관에서 회원 및 축하단 약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밭레츠 1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 및 자료 전시, 품앗이 장터를 열었다. 이번 행사도 후원 없이 회원 스스로 마련하는 것으로 곳곳에 회원들의 손길이 담겨져 있었다.

지역품앗이 한밭레츠

▲ '품앗이 통장'에는 거래내역이 상세히 적혀 있다.

캐나다의 마이클 린턴에 의해 시작된 레츠(LETS=: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는 국가나 은행이 발행한 돈을 사용하지 않고 자립적 삶을 지향하는 지역통화 시스템이다.

지역품앗이 한밭레츠는 품앗이, 두레, 계 등 우리 민족의 상부상조의 전통을 되살리고 지역 안에서 통용되는 공동체 화폐(두루)를 통해 회원들이 노동과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교환제도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노동과 물품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제공 받을 수 있는 ‘다자간(多者間) 품앗이’ 제도이다.

사무국 역할을 하는 등록소에서는 거래 안내 도우미 소식지 발행, 품앗이 만찬(회원 친목도모, 장터운영 등) 준비 등을 하며, 회원이 세 사람 이상 요청할 때는 목공교실, 도예교실, 우리 옷 만들기 등 품앗이 학교를 연다. 트럭, 캠코더, 빔 프로젝터 등을 비치해 놓고 물품공유소를 운영하며 두루부엌 등을 통해 밑반찬과 농산물 직거래를 실시한다. 또한 여성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7개의 동에서 지역모임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두루’는 모든 물품이나 서비스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현금대신 사용되는 공동체화폐의 명칭으로 '두루두루' 또는 '널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1,000두루는 1,000원과 같다. 현금과 두루를 같이 사용할 경우 전체 가격의 20~30% 이상을 두루로 거래함을 원칙으로 하고 초창기는 실제로 두루 화폐가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회원의 계좌를 통해서 거래 내역을 기록한다.

▲ 공동체화폐 '두루'

 

 

 

 

 

 

 

화폐는 교환 수단이 되어야

최종덕(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 대표)씨는 축하 메시지를 통해 ‘관계적 힘’에 대해 역설하며 "한밭레츠는 지역공동체 안에서 일부 핵심 인사들의 주도에 의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천-성찰-실천으로 이어지는 지역 주민의 관계적 힘을 통해 성장 할 수 있었다"며 축하했다

이어 "돈이 인간생활을 원활하게 하는 교환수단이 아니라 자본 축적의 수단으로 기능함으로써 공동체는 붕괴되어 왔다. 인류사회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삶이 희망적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회복이 급선무"라며, 지역화폐 운동은 공동체의 회복 뿐 아니라 자주적인 협동적 기반 위에 창조적으로 꾸려 나가는 데 가장 뛰어난 도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속되고 있는 지역화폐 운동인 대전 한밭레츠는 엄청난 중요성을 갖고 있다며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씨는 "한밭레츠의 존재와 지속적 발전이 우리 사회의 비전이 될 것"이라며 10돌을 축하했다.


이어진 주제발표는 천경희(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회원이 발제자로 나서 ‘세계의 지역화폐’에 대해 소개하고, 한밭레츠를 처음으로 설계하고 지도해 온 박용남(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소장은 ‘국내 지역화폐 운동’에 대해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어 도법스님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생명평화 세상을 꿈꾸지 않은 적이 없고, 일찌기 오늘날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적이 없으나,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라는 반문을 통해 올바른 현실인식을 통해서만이 생평평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온 우주가 그물처럼 유기적 공동체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의 법칙에 따라 존재자체가 공동체임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보편적 진리와 인간존재의 가치를 안다면 공동체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면서 레츠 운동이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레츠가 없었다면 전업주부로 살았을 텐데 지금은 당당하게 ‘생활 활동가’

또 회원들이 말하는 한밭레츠 10년을 회고하는 발표에서 고 연(주부, 씨앗어린이도서관장)씨는 레츠가 없었다면 전업주부로 살았을 텐데 지금은 당당하게 ‘생활활동가’ 라고 말할 수 있다며 감회의 눈물을 비추었다. 여성노동자회 임윤옥 씨는 “우리 회가 20년이 되었다. 한밭레츠를 배우러 왔다”며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IMF 사태를 전후로 지역화폐 단체가 30개나 되었는데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현재 금융위기로 많은 곳에서 지역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럴 때 한밭레츠도 한층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노인이나 주부 등 시장경제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재활용으로 자원낭비를 줄이고 나누고 보살핌을 통해 거대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건전한 소비의 주체로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공동체임을 새롭게 인식하는 10주년 기념잔치는 소박한 만찬과 회원들과 어우러지는 시간을 통해 무르익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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