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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해방신학과 마리아 1[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홍인식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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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27  16: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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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푸는 성모 마리아

파라과이에 살 때의 일이다. 파라과이에는 가톨릭교회의 유명한 마리아 성지가 있는데 수도 아순시온에서 약 6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카아쿠페라는 지역에 있다. 이 마리아 성지는 라틴아메리카 4대 성지 중의 하나로 매년 12월 8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신자들이 모여들어 성대한 축제를 벌이곤 한다. 무려 한 달 전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걸어오는 사람, 성지 가까운 곳에 이르러서는 무릎으로 기어 성지까지 오는 사람, 갖가지의 모양으로 온갖 정성을 다하면서 카아쿠페 성지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축일이 가까이 오면 정부는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통을 통제하고 각종 편의 시설을 제공하기도 한다. 젊은 청년이었던 나에게 이런 광경은 장관이었다. 물론 개신교 신자였던 나에게 그런 모습이 약간 생소했지만 마음속에는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저런 희생과 정성을 드리게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경이로움도 생겼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탈라르 성 요셉 성당은 “매듭 푸는 마리아”를 모시고 있다. 이 성당에서는 매달 8일 매듭 푸는 성모 마리아 모임이 있는데 이날이 되면 3만 명 이상의 신자들이 몰려오곤 한다. 삶에 매듭이 맺혀 있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매듭이 풀리기를 기대하면서.... “매듭 푸는 마리아”를 향한 기도는 1700년경 독일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 한 신부에 의해서 1984년 시작되었고 1998년 프란시스코 교황이 베르골료 추기경 시절 이것을 권장하면서 모든 가톨릭 신자들에게 급속히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교인들에게 성모 마리아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 지역의 가톨릭을 언급하면서 성모 마리아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면 해방신학에서 성모 마리아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글과 다음 번 글을 통하여 나는 해방신학의 마리아론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성모 마리아론은 특히 마리아론에 대한 사전적 지식과 이해가 없는 나와 같은 개신교인들에게는 가톨릭과의 대화에서 아주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나는 먼저 라틴아메리카 대중 신심의 측면에서 성모 마리아론을 소개하고 그 뒤 해방신학적 측면에서의 마리아론을 소개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가톨릭과 대중 신심

   
▲ 멕시코의 과달루페 성모. 원래 이미지에는 머리 위에 왕관이 있다. 1700년경 그림.(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종교성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믿음과 종교성을 구분해서 말해야 한다. 복음적 전망에서 볼 때 믿음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예수 안에서 나타나는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들이고 예수와 그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하는 한 인간의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종교성이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신성에 접근하고 또 인간적인 다양한 수단으로 그 종교적 경험을 표현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대중 신심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군도 갈릴래아는 “민중 종교성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어떤 특정한 과학적인 정확성을 가지고 그 한계를 규정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대중 신심을 “정의”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만 그에 가까운 개념만을 설정하는 것을 시도할 뿐이다.(세군도 갈릴래아, 대중 신심과 목회, 마드리드, 크리스티안다드,1979, 79-88쪽)

바오로 6세 교황(1897-1978)은 대중 신심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그것은 민중 속에서 발견되는 믿음의 특이한 표현이며 또한 신을 찾고자 하는 심정의 특별한 표현이다. 그것은 어쩌면 진리(믿음)와 선의 추구를 향하는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현대의 복음 선교”, 48항) 1976년 라틴아메리카 주교협의회(CELAM)가 주최한 “대중 신심과의 만남”에서 대중 신심은 “한 특정한 인종 사이에서 발생하는 특별한 종교조직 형태, 종교의식, 신앙 등의 집합”이라고 정의되고 있다.(라틴아메리카 주교협의회, 교회와 민중 종교성, 33항) 또 라틴아메리카 가톨릭교회의 주요 문서 중의 하나인 푸에블라 문서(444항)는 이것에 대하여 “대중 신심은 한 종교가 어떤 특정한 민족 사이에서 취하게 되는 문화적인 현존이나 혹은 문화적 형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대중 신심은 일상생활에서 얻어지는 여러 가지 생활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인간의 필요에 의존하게 된다. 민중 종교성이란 각 민족 사이에서 발생한 종교적 전통을 통하여 다음 세대로 전수되는 종교적 표현이나 혹은 종교적 사상이라고 볼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대중 신심은 매우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대중 신심은 어떤 면에서는 그리스도적인 요소 혹은 세미-그리스도교적인 요소들도 가지고 있다.

대중 신심과 성모 마리아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대중 신심의 혼합주의적인 성격 아래에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는 많은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독특한 종교행사가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했다. 모든 종교에서 볼 수 있는 순례행렬은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크게 성행하고 있다. 마리아가 발현했다는 성지순례의 행렬은 특정한 날에는 줄을 잇고 있으며 전국적 행사로서 온 나라가 들끓는다. 마리아에 대한 경배는 이곳 라틴아메리카 대중 신심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마리아 경배는 이 지역에서 세대와 세대를 걸쳐 내려온 역사적인 경배 사상이다. 마리아 경배에 대한 것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라틴아메리카 가톨릭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작업이 될 것이다. 정복 초기부터 지금까지 500여 년 동안 이곳에서 마리아는 모든 예술 작품의 초점이 되어 왔다. 미술, 문학, 음악 그리고 대중가요 등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의 삶과 깊게 연관이 되어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마리아 경배의 기원을 유럽의 전통으로부터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오히려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었던 마리아 경배사상이 이 지역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고 더 성행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토착민(인디오)들의 마리아 상에 대한 애착은 어쩌면 마리아 상의 얼굴의 모습과 피부 색깔을 그들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마리아 상을 만들면서 자신들의 얼굴과 피부색을 거기에 새겨 넣었다. 이러한 것들은 마리아에 대한 경배사상을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게다가 흥미로운 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마리아 성지 즉 마리아가 발현하였다고 전해지는 마리아 발현 성지들이 일반적으로 정복 시대 이전의 원주민들의 종교적 성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마리아 성지는 다른 어떤 성지 보다는 건강을 회복하고 또 해방을 받는 중심지로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크게 부각되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적어도 238개에 달하는 마리아 성지가 있으며 그 외에 마리아 경배를 위한 기도처 등은 수천 곳에 이른다.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하여 억압을 받고 있었던 토착민(인디오)들은 “피부색이 비슷한 마리아”의 얼굴상에서 무속적 경배와 위로를 발견했던 것이다. 마리아 경배와 마리아와의 동일시는 그들에게는 일종의 인간의 존엄성의 회복이며 하나의 해방이었다. 이렇듯 마리아 경배는 어떤 면에서 토착민(인디오)들에게 하나의 위로와 해방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대 라틴아메리카 가톨릭에서 발생한 해방신학에서도 마리아를 해방의 어머니로 말하고 있으며 그 반대편에 있는 전체주의적인 정부와 교회도 마리아를 그들 정부와 교회에 대한 충성심의 고취의 목적으로 마리아 경배를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의 라틴아메리카의 독재적인 군사정부들은 예외 없이 마리아 경배를 장려하였으며 그들의 군사혁명의 영감을 준 수호신으로 경배하였던 것이다. 거의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는 마리아 성지를 공식화했으며 각 국가마다 적어도 한 곳 이상의 마리아 성지가 있다.

   
▲ 필리핀의 페너프란치아 지역의 성모행렬.(사진 출처 = en.wikipedia.or)

마리아 경배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접근

라틴아메리카 대중 신심의 형성, 특별히 마리아 경배가 라틴아메리카에서 독특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라틴아메리카 가정의 역사적 형태와 구조 그리고 가정 안에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과 기능의 문제와 매우 깊은 연관이 있음을 많은 사회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별히 라틴아메리카 가정에서의 여성이 차지하는 위상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사회에서 여성은 가족 감성의 중심이 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사회에서 대부분의 남성들은 혼외정사에 익숙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여성들과의 동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남성의 권위(?)는 그가 소유하고 있는 물질적 부를 넘어서서 여성편력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왜곡되고 병적인 사회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라틴아메리카 남성들은 이러한 왜곡된 여성편력으로 인해 한 가족 안에서 감성적 위치를 상실했으며 결과론적으로 자녀들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게 감성적 의존을 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많은 경우 남편(남성, 아버지)들은 자신의 아내(여성, 어머니)들에게 이러한 라틴아메리카 남성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참아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면 여성에 대한 순결 요구는 매우 강하다는 것이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모순된 모습이기도 하다.

많은 라틴아메리카 가정에서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인 권위로 무장되어 있는 아버지(남성)는 자녀들에 대하여 엄격하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어머니(여성)는 자녀들에 대한 온정과 따뜻한 이해와 포용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공포심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어머니의 따뜻함과 포용함에서 보호를 받고자 하는 정서를 갖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들은 아버지와의 관계성립에서 어머니를 중재자로 간주하기에 이른다. 어머니와 자녀들 사이의 중재적 의존 관계가 성립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멀리 있으며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상황은 종교적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남성(아버지)으로 표현되는 신보다는 따뜻하게 보이는 여성(어머니)에게 가까이 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런 의미에서 라틴아메리카 민중은 여성인 동정녀 마리아에게 엎드려 기도하면서 그 어머니가 하늘에 있는 엄한 아버지를 부드럽게 설득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마리아 경배는 단순한 교리 혹은 제도적인 교회의 가르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생애의 초기부터 이루어지는 감성형성의 상징적 확산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들의 마리아 경배는 생애 초기부터 형성되는 어머니(여성)에 대한 감성적 의존관계로부터 시작되는 보다 심층적인 본질이라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마리아 경배는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삶과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마리아에 대한 공격은 단순한 교리의 차이나 공격이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공격과 자신의 가정과 가족의 사랑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유의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라틴아메리카에 온 개신교 선교사들은 마리아 경배를 신앙과 교리적 차원으로만 이해하고 문화적 차원을 무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리아 경배에 대한 공격은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교인들에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이들이 마리아 경배를 교리적 혹은 신앙적 그리고 신학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이며 가족적 차원과 감성적 차원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에게 마리아는 해방의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마리아는 기계적이고 이성적이며 가부장적이고 제도적인 권력과 권위에 의해 억압받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에게는 해방의 기회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들은 마리아에게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따뜻함, 부드러움, 포용의 신비한 신을 만나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해방의 공간으로서의 성모 마리아가 해방신학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그에 대한 신학적 의미에 대해서 언급할 것이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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