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인권]


지난 주말 벚꽃놀이를 위해 여의도에 모인 인파가 30만 명이라고 한다. 집회를 위해 10만 명 모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나로서는 30만 명이라는 숫자가 놀랍기만 하다. 이들이 따뜻한 봄날씨에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고 있던 주말, 20만 명이 넘는 수의 미등록이주민(정부에서는 불법체류자로 분류함)들은 며칠 전에 있었던 사태의 충격 속에 분노와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 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 중, 서빙을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갑자기 멈추어 TV를 주시하였다. TV에서는 한 여성이 남자들에 의해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우리 테이블에 오신 아주머니는 “왜 저러는 거예요?”하고 물으셨다. 내 친구가 “아마 불법체류자인가봐요.”하고 답했다. 아주머니는 서빙을 멈추시고 TV를 뚫어져라 쳐다보시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다. 나중에 보니 중국에서 오신 조선족이신 것 같았다. 그 분께는 이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 동영상 참조_http://www.tagstory.com/video/video_post.aspx?media_id=V000305145 )

이 사건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단속을 했던 공무원이 자신이 한 일이 왜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 행동이 대수롭지 않은 일반적인 것이라는 대답인 것이다.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공식적인 반성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여성 이주자에게 과연 사과를 했을까? 주위를 시끄럽게 하여 오히려 자신들을 곤란하게 하였다해서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을지 걱정이다. 용산참사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서 호들갑만 떨고 피해자들에게 사과는커녕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고 간 이 정부는 어쩌면 그 여성도 테러용의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어딘가에서는 외국인이다. 우리 모두 한국을 벗어나는 순간 외국인이고,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하면 외국인노동자이다. 박지성과 이승엽이 외국인노동자이고, 해외에 있는 기업이나 또는 미국의 작은 샌드위치 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한국인들도 모두 외국인노동자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일 비자가 없거나 만료되었다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너무나 명료하고 범죄자로 취급하기엔 억울한 구석이 많은 이 ‘불법체류자’를 추방하기 위해 안달이다. 이유가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란다. 이 말을 뒷받침하기위해 정부는 ‘불법체류자’들을 범죄자, 또는 무서운 사람들로 단숨에 포장해 버린다. ‘불법시위자’를 ‘폭력시위자’로 포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출입국관리사무소별로 ‘검거할당제’를 실시해 매달 3천~4천명씩 잡아들이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매달 3천명이라 했을 때, 일년에는 3만6천명이다. 20만 명을 다 잡으려면 6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도 수십만명의 합법이주노동자들이 있고 그들의 비자가 곧 끝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불법체류자’를 다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정책이 없고서야 말이다. 한마디로 운이 없으면 잡히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의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이제는 머리를 써야 할 때이다. 많은 것을 몸으로 때우려는 현 정부의 방향이 뒤로하고 ‘불법체류자’를 검거하기위해 쏟는 비용과 시간을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에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때 한국의 시민들이 지난해 촛불을 통해 그러하였듯이, 미등록이주노동자들 역시 거리로 뛰쳐나올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권력의 힘’보다 ‘사람의 힘’이 더욱 무섭다는 것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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