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근 신부, 골롬반회 첫 한국인 지부장

성 골롬반외방선교회가 한국 진출 82년 만에 첫 한국인 지부장을 선출했다.

골롬반선교회 첫 한국인 사제이기도 했던 김종근 신부는 골롬반 성인 축일이자, 서품 22주년 기념일인 11월 23일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취임식을 겸한 미사에 앞서 만난 김종근 신부는 첫 한국인 지부장으로서 소감을 묻자, “무겁다”고 입을 열며, “오늘이 있기까지 한국에서 모든 것을 봉헌한 선배 신부님들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하고, 그들의 길에 흠이 되지 않도록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골롬반선교회가 한국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한 지 82년. 한 세기에 가깝고 두 세대를 거치는 시간이다. 그동안 선교회가 추구하는 선교의 방향은 어떻게 달라졌고, 오늘날 지향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김종근 신부는 골롬반회가 196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했던 선교활동은 어느 선교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모아 세례를 주고 성당을 지어 조직으로서의 교회를 만드는 것이었지만, 그 뒤에는 한국 교회가 가진 많은 은총과 능력을 부족한 곳에서 나누는 것이라며, “한국 교회의 해외 선교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선교사들이 해외에 나가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양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선교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 11월 23일 골롬반 성인 축일 미사에서 신임 지부장 김종근 신부가 선배 신부들을 비롯한 골롬반회 모든 동반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현재 한국 골롬반회에는 한국인 사제 4명을 포함한 사제 31명, 해외에 파견한 평신도 선교사는 60여 명이 있다. 현재 골롬반회 현황과 선교사 양성에 대해 묻자, 김 신부는 “초기 사제 150여 명에 비하면, 회원 수가 많이 줄었고 또 고령화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젊은 한국인 사제와 선교사들이 꾸준히 양성되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사제회임에도 평신도 여성 선교사들이 동등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골롬반회는 1990년 한국 교회 최초로 평신도 선교사들을 필리핀에 파견하는 것으로 시작해, 2015년 현재 칠레, 미얀마, 타이완, 미국, 피지 등에 14개 팀을 파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여성 선교사들도 상당수다.

김종근 신부는 해외 선교 활동의 의미에 대해 “이제 대부분이 아는 것처럼 신자수를 늘리고 건물을 짓는 선교는 이미 지났다”면서, “어디에서 선교를 하든, 한 사람이 태어나 하느님이 지은 창조물로서 소중함을 깨닫고, 빈부와 사상, 피부색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교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교사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현지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면서, “선교사들은 현지인들보다 더 많이 알고, 가진 사람이 아니라 겸손으로 그들의 모든 상황을 나눠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종근 신부는 앞으로 3년 임기동안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지만, 특별히 무엇을 한다기 보다, 골롬반회의 80년 역사, 선교사들의 정신과 여정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에서 활동하다가 노년을 맞은 선배 사제들의 삶을 돌보는 것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교사들의 활동과 양성을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근 신부는 1990년부터 칠레에서 선교 실습을 했고 1993년 사제품을 받았다. 칠레 산티아고 인근 빈민가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원주민 보호구역인 ‘푸에르토 사베드라’에서 생활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에서 성소지도, 선교센터 관장 등을 맡다가 2007년 다시 칠레로 돌아가 올해 5월까지 활동하던 중 한국 지부장을 맡게 됐다.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는 아일랜드 출신인 에드워드 갈빈과 존 블로윅 신부가 중국선교에 뜻을 두고 창립, 1916년 10월 아일랜드 주교회의에서 선교를 위한 신학교와 선교회 설립 허가를 받고, 1918년 6월 29일 교황청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33년 6월로 10명의 회원이 파견돼 전라남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전쟁을 비롯한 한국 근현대의 사건을 함께 겪으며 서울교구, 원주교구 등에서 활동을 이어 갔고, 1980년대는 본당사목뿐만 아니라 도시빈민, 단주 및 단도박 교육 프로그램, 토착화 연구, 노동사목, 생활상담, 유기농법 농사, 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한 프로그램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는 해외 선교를 위한 선교사 양성과 파견,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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