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콘 응시]

▲ 2008년도 참회와 속죄의 성당 파주

En Cristo
예수 부활하셨네! 알렐루야!!!!

제대마다 개나리와 병아리, 나비 등 기쁨을 상징하는 노랑으로 일색이다. 온 세상이 알렐루야를 외치며 죽음에 대한 승리를 축하하는 부활을 인간의 눈으로 느끼는 기쁨의 표시!!

이콘에서는 금을 많이 사용한다. 누구도 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금은 변하지 않는다. 금은 화려하다. 금은 때묻지 않은 영원성과 왕권, 신성을 의미한다. 또한 금은 영광과 부귀를 상징한다. 특별히 하느님의 아름다움과 찬란함을 표현하며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고귀, 고결함을 나타내기에 이콘에서 만큼은 이 모든 것의 의미로 금을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을 대신하여 녹색이나 황토색, 또는 어떤 성인이냐에 따라 다른 색감을 사용하기도 한다.

자! 이콘을 바라보자.
주위의 금빛에서 말해 주듯 이콘 전체에서 '알렐루야~!!!'를 외치며 영광스러운 부활의 기쁨으로 우리의 시선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한다.  손과 발의 못자국은 고통을 넘어서야만 만나게 되는 그 무엇을 우리에게 보여 주시는 듯 선명하다.

부활의 영광으로 빛나는 옷을 입으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천사들의 눈빛 또한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그분의 부활은 인간의 굳어있는 마음에 새싹을 틔우는 것이리라.

부활절 전례를 위해서 복사들에게 전례연습을 하고 또 하였다.
나도 잘 모르기에 이때는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으면 어린 녀석들이 더 잘 기억해 내어 겨우겨우 넘어갔다.

성 목요일 저녁미사!
시작 해설에 이어 입당성가가 울려 퍼졌다. 눈감고도 할 정도인 복사들은 긴장하였지만 연습 때 보다 더 진지한 표정으로 장엄한 입장을 시작하였다. 그들의 입장만 보아도 가슴이 뭉클하였다. 제대 앞에 도착하여 모두 인사를 하고 올라갔는데 어!? 사제가 보이지를 않는다. 얼른 제의실을 보니 아직도 안에 계셨다. 순간 복사 대장에게 다시 돌아가라 사인을 하니 녀석이 사태를 파악하고는 복사들을 이끌고 그 장엄한 걸음으로 흐트러진 모습없이 제대를 한바퀴 돌더니 옆길로 돌아 다시 제의실로 가는 것이다!!!

이어 대영광송이 시작되고 종복사는 상태가 좋지 않은 땰랑이 종을 들고 열심히 치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한쪽 종이 떨어져 나갔다. 급 긴장한 종복사들은 멈출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종을 쳤다.

어찌 어찌 중반부에 이르자 그날 전례를 맡은 복사들이 복사방에 다 모이게 되었다. 그때 복사 대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긴장 하지마. 실수할 수도 있어. 이제부터 우리가 잘 하면 돼! 앞의 일은 잊어버리자. 화이팅!” 일제히 “알았어” 하며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던 복사들!

향로를 잡아 주는 향합 복사에게 “손이 많이 뜨거웠지? 자! 차가운 물통이라도 쥐고 있어. 그리고 장갑을 두겹으로 끼자. 손 데이지 않게 조심해” 세심한 배려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들 주위로 머무는 일치의 성령을 느낄 수 있었다.

성 금요일, 부활성야, 대축일 미사까지 반복된 연습과 연습으로 무사히 전례를 마친 복사들은 신학적인 부활의 의미나 전례의 중요성을 다 떠나, 이미 그들이 보여준 복사방 안에서 보낸 한 주간의 모습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기쁨과 은총이 어린 아이들의 가슴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서로를 깎아내리고 실수에 가차없이 독한 말을 쏘아 부치며 무엇을 어떻게 잘못하나를 감시하듯 곁눈질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상 시선과 다르다. 드러나게 잘했다는 칭찬은 받지 않았지만, 수고했다는 박수 한번 받지 못했어도, 서로를 격려하며 자신들이 한 것에 그저 기뻐하고 감사하며 위로와 격려를 잊지 않는다. 복사들이 오늘따라 보석처럼 빛나며 내 가슴에 아름다운 한편의 시(詩)처럼 읽혀지며 부활의 알렐루야를 환호하게 한다.

내면으로부터 샘솟는 기쁨이자 평화는 바로 삶에서의 부활이다. 그 부활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굳은 마음의 돌무덤을 열어야 할 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무한한 사랑이신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

알렐루야!!!


임종숙/ 루시아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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