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종단이 함께 본 회칙 '찬미받으소서'
불교와 개신교, 이웃 종교는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어떻게 읽고 있을까.
11월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는 ‘교종 프란치스코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종단 간 대화마당이 열렸다.
개신교를 대표해 ‘찬미받으소서’의 신학적 의미와 사목과제를 살핀 한국기독교연구소 김준우 소장은 “회칙은 단순 사목 지침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에게 긴박하게 요청하는 21세기 영적 혁명을 위한 선언서”이자 “개인주의를 조장하는 정치인, 기업가, 대학, 교회들을 깨우는 기상나팔이며, 가톨릭 전통의 영적 에너지를 결집시킨 매우 중요한 선교백서”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김 소장은 회칙을 ‘21세기 영적 혁명을 위한 선언서’라고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 “그리스도교가 지금까지 경전과 전통이라는 과거에 집착해 기존질서를 정당화하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종교-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을 양산해, 교회를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거나,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며 기복적이고 운명과 역사에 비주체적이고 수동적인 신자들을 양산하며, 현실도피주의로 화석화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자비하심이 인간에 대한 보호와 보장으로 믿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집단 최면과 영적 파산의 뿌리라고 지적하면서, “교회가 전통적으로 개인의 영혼구원을 강조해 이기주의와 자연파괴에 대한 무관심, 비합리성, 배타주의에 근거한 몰상식과 폭력성, 권위에 대한 굴종(노예 도덕)을 초래한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톨릭프레스> 김근수 편집인은 회칙이 개인에게 집중하는 교황문헌들과 달리 개인보다 구조의 문제, 구조악과 실천을 강조하는 해방신학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실천적 응답, 성모마리아를 통한 여성성의 회복을 요청하고 무엇보다 이를 위한 신학자들의 역할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편집인은 회칙을 듣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면서, “회칙의 메시지를 반대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야만,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회가 가르침을 끊임없이 설명하려 애쓰면서 실천에 주저하는 것은 균형잡히지 않은 것이며, 위험하고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고(미국방문 당시)를 인용하면서, 생태 회칙이 단지 밖으로 가톨릭교회의 이미지를 우호적으로 만들거나, 교회 안에서 몇 번의 세미나 주제로 삼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은 “지금과 다른 시스템은 가능하다”는 상상력의 회복을 강조했다.
“기후변화의 전 지구적 현실과 종교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발제한 그는 기후변화 문제는 단지 기후 조건의 변화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며, 빈곤, 질병, 불평등, 인권, 젠더 등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해야 하며, 그 해법 역시 시스템을 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이런 시스템의 핵심에는 인간의 욕망이 있으며, 스스로가 욕망에 빠져 있다는 각성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서 종교가 무엇을 할 것인지, 그 역할을 물었다.
최원형 소장은 종교의 역할은 인간을 고통해서 해방시키고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돕는 존재이며, 오랜 시간 욕망을 제어할 지혜를 축적해왔다면서, “종교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인류 앞에 놓인 재앙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므로, 종교가 본래의 면목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가 시대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회칙이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시대의 과제가 시대의 언어로 적혀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제 종교는 개인의 수행이나 구원, 깨달음의 차원을 벗어나 지구를 구원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하며, 그러한 전환은 종교 내부에서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종교로부터 성찰하고 말씀의 시대에서 실천의 시대로 나갈 것을 촉구했다.
이 자리는 작은형제회 한국관구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 특별위원회가 주관했으며, 황종렬 교수(대구가톨릭대 신학부 겸임교수), 고계영 신부(작은형제회), 맹주형 사무국장(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이 논평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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