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현장에서 매일미사 계속 이어갈 것

 

 

 ▲ 2009년 용산참사현장 부활성야 미사(동영상/최금자)

 

▲ 문정현 신부는 연행되거나 체포되기 전에는 긴장되다가 막상 당하면 편안해진다며, 그 평화를 나눠보자고 이야기했다.(사진/고동주)

 4월 11일 토요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문정현(전주교구), 오기백(성골롬반외방선교회, 박병석 신부(인천교구)의 집전으로 예수 부활 대축일 부활 성야 미사가 열렸다. 미사 전 추모문화제에서 집회 해산 방송을 반복하던 경찰들도 부활 성야 미사의 진행 중에는 방송을 멈췄다.

"오, 참으로 복된 밤, 하늘과 땅이 결합된 밤, 하느님과 인간이 결합된 밤!" 어둠을 물리치는 빛의 예식으로 부활 성야 미사가 시작됐다. 부활초에서 옮겨붙은 촛불이 미사 참례자들에게 나눠지면서 어두웠던 용산4구역이 다시 밝아졌다. "기뻐하라. 자모이신 성교회..." 부활찬송기도문이 울려퍼지는 용산, 거룩한 교회가 이곳에 자리잡는 듯 했다.  

에집트를 탈출하던 백성들이 홍해를 가르고 하느님의 천사로 인해 마른 땅을 밟는 동안 죽음과 생명이 뒤바뀌는 놀라운 광경을 참석자들은 상상했다. 그들은 새로운 땅으로 갈 것이다. 화답송으로 <그날이 오면>이 흘러나왔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 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곳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은 아니었으리
그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은 아니었으리
그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강론에서 문정현 신부는 "우리는 예수부활대축일을 준비하면서 서로 발을 씻겨주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 당신 하셨던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겠노라고, 가난하고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특별한 연민을 갖고 살겠노라고 다짐한 것"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사진/김용길

 그는 칡흙같은 어둠이 깔린 가운데 세상을 밝혀줄 빛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빛의 예절이 단지 연극인지, 상징인지, 실제인지 물었다. "그렇다. 이것은 상징이다. 어둠을 뚫고 빛을 밝히기 위해 수난의 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순교해야 한다는,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야 한다는 상징이다. 그러나 이 상징은 실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문정현 신부의 음성은 점점 떨려왔다. 용산에서 죽은 자들에 대한 연민이 복받쳐 올라왔는지, 아니면 이 밤에 너무 기뻐서 그런지 알 수 없다. 문 신부는 용산참사를 다룬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책을 소개하며, 그 책 첫장을 넘기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둘째장을 넘기면서 가슴이 저려왔다고 했다. 여기서 "물러설 수 없는 진실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용산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상생의 길이며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일갈했다.

 

사진/김용길

 그날 무덤 주변에는 경비병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으며, 제자들은 다 도망가고 몇몇 여자들만이 남아 있었다고 전한다. 여자들이 마침내 부활절 새벽에 무덤에 가니 돌문이 활짝 열려있고, 예수는 거기에 없었다. "예수는 무덤에 갇혀 계실 분이 아니다"라고 문 신부는 말했다. 막달레나는 이를 보고 쏜살같이 제자들에게 알리고, 제자들이 가보았으나 정말 예수는 무덤에 계시지 않았다. 예수를 만나려면 고난의 땅 갈릴래아로 가야 했다. 그분은 그곳에 계시다.  

문정현 신부는 성야미사가 진행되는 장소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위에서도, 가까이에도 멀리서도 삼업하게 지키고 서있는 경찰들을 가리키며, "경찰이 이렇게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진실이 드러날까봐 두렵기 때문"이라면서,  제자들이 시신을 훔쳐갔다고 말하는 것은 이제 소용이 없는 짓이라고, 철거민들과 전철연이 자해공갈단이요 떼쟁이라고 뒤집어 씌운 것은 잘못이라고, 이명박 정권과 그 하수인들이 이들을 죽였다고 선언했다. 이어 "진실은 결국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밤도 이 세상도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는 국사범, 신성모독죄로 죽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를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거룩한 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철거민들은 살기 위해, 소통하기 위해 망루에 올라간 것이다. 내 말 좀 들어달라고..." 하면서 앞으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용산 참사 현장에서 계속 매일미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진실이 밝혀질 때 이 곳이 곧 거룩한 땅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전경들을 만나더라도 다투지 말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저들이 깨닫게 하소서"라고 고개 숙여 인사하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끝까지 가자고 제안했다.         

이 날 미사 후에는 부활 달걀을 나눴다. 문 신부는 이 달걀이 톡 터져서 새 생명이 솟아남을 의미하듯 "용산참사의 진실이 톡 터져서 알려지도록 모두 달걀을 드시"라고 말했다. 또한 유가족들은 경찰들도 고생을 한다며 부활 달걀을 나눠줬다. 

사진/김용길

4월 12일 일요일,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주최로 봉헌된다. 미사 후에 참석자들과 점심을 나눌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