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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천왜성, 한국천주교 전사 깃든 곳마산교구, 웅천왜성에서 미사 봉헌

“웅천왜성을 쌓기 위해 동원된 조선인 포로들의 희생과 조선 복음화에 대한 세스페데스 신부의 원의를 기억하며 이 미사를 봉헌합니다.”

10월 31일 오전, 경남 창원 진해구 남문동에 자리잡은 웅천왜성에서 산상 미사가 봉헌됐다.

마산교구가 후원하고 마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최한 이 미사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돼 지난해를 제외하고 올해까지 6번째 봉헌됐으며, 이날 미사에는 마산교구 총대리 배기현 신부를 비롯한 사제 4명과 50여 명의 신자, 수도자들이 참석했다.

   
▲ 웅천왜성 정상에서 바라본 바다. 남해 앞바다 수군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충지다. ⓒ정현진 기자

산상 미사는 2013년까지 ‘한국 최초의 사목터 성역화 기원’을 지향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 미사에서 배기현 신부는 성역화가 아니라 전란 중에 세스페데스 신부를 통해 깃들었던 하느님의 손길을 기억하고, 왜성 축조에 동원된 조선 백성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라고 그 의미를 고쳐 말했다.

경남도 기념물 제79호로 지정된 웅천왜성은 1592년 일어난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부산, 남해 지역 주요 전략지에 쌓은 왜성 중 하나다. 일본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중 울산에서 순천에 이르는 일대에 31개의 왜성을 쌓았으며, 경계와 방어, 휴전기의 은신처 등으로 사용했는데, 특히 격전지였던 진해에는 웅천왜성을 비롯해 안골, 명동, 자마 등 4개의 왜성이 있다.

이 4개의 왜성을 지은 것은 왜군 선봉장이자 천주교 신자였던 고니시 유키나가다. 이 가운데, 웅천왜성은 제2 거점이기도 했지만, 고니시 유키나가가 왜군 천주교인들을 위해 청했던 예수회 세스페데스 신부가 약 1년간 머무르기도 했던 곳이다.

   
▲ 웅천왜성 인근 한 공원에 세워진 세스페데스 신부 방한 400주년 기념비. 이 기념비는 세스페데스 신부 고향인 스페인 톨레도의 비야누에바 데 알카르데테 시민들이 헌정했다. ⓒ정현진 기자
세스페데스 신부는 스페인 출신 예수회원으로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었지만, 고니시 유키나가의 초대로 1593년 12월 27일 쓰시마섬과 부산포를 거쳐 들어와 1595년 6월까지 웅천왜성에서 왜군 천주교인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세례, 고해성사 등의 사목 활동을 했다.

이 때문에 일본 교회사를 연구하는 서양학자들 일부는 임진왜란을 천주교의 조선 전교 시작으로 보기도 하지만, 한국교회사학자인 조광 교수는 2001년 경향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교회 임진왜란 기원설’은 사료적 근거가 없고, 사료가 없이는 역사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기현 신부는 이날 강론을 통해 “웅천왜성에서 세스페데스 신부가 사목활동을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한국교회’ 첫 사목지라거나 그로 인해 이곳이 성지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다만, 임진왜란 훨씬 이전인 1576년 즈음 교황청이 조선을 ‘난징대목구’에 부속시키고 선교지로서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세스페데스 신부가 조선 전교의 원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기현 신부는 이에 대한 또 하나의 근거로 세스페데스 신부가 본국에 보낸 친필 편지에서 조선에 대해 언급한 것 그리고  일본에 돌아가서도 조선인 포로들을 교육시키고 세례를 주는 등 조선인 선교를 위해 노력해 일본에 라우렌시오교회라는 조선인 자체 교회가 형성되기도 했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배기현 신부는 “이는 한국 천주교 역사의 ‘전사’로서 기억되어야 한다”면서, “어두운 전란의 역사 속에서도 하느님의 손길이 잠시라도 세스페데스 신부라는 빛으로 깃들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사를 봉헌하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이 성을 짓기 위해 고통당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조선인 포로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오늘 미사에서 붉은 영대를 가져 온 것도 바로 그들의 고통과 비참한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10월 31일 웅천왜성에서는 왜성 축조로 죽어간 조선인 포로들과 세스페데스 신부의 조선 전교 원의를 기억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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