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파리 근교의 한 불법체류자 수용소에 수용된 외국인들이 단식 투쟁을 벌였다.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과 비인간적인 대우에 항의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여름 사르코지 정부가 들어선 이후, 외국인 불법 체류자 추방 연간 목표량을 할당한 이후로 외국인들에 대한 검문 강화, 불법체류자에 대한 무리한 검거로 기존의 불법체류자 수용소가 넘쳐난다.

그 와중에 프란치스코회 수사들 14명이 불법체류자 수용소에 있는 외국인들의 여건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월례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1월 4일자 기사이다)


뚤르즈의 까피톨 광장에서 특이한 장면이 목격된다. 12월25일, 도시 한복판의 이 광장엔 성탄시장의 작은 간이상점들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이십여 명이 모여 원을 이루고 있었다. 오후6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한시간 동안 한마디의 말도 없이. « 불법체류 외국인 수용소의 감금상태에 항의하기 위해 »라는 문구와 더불어 사진이 붙여진 두 개의 피켓을 볼 수 있었다. 뚤루즈의 프란치스코회 수사들이 서명한 이 알림판은 « 선의의 모든 시민들이 우리의 침묵에 동참하도록 초대합니다 »라고 끝맺고 있었다. ‘침묵에 동참’이라는 말은 강조가 되어 있다.

프란치스코회 뚤루즈 분회의 최연장자인 알랭 리샤르 수사(83세)는 « 우리의 지원이 조금 빈약하기는 합니다 »라고 인정하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 멈춰서서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내려 놓거나 어떤 것을 할 수 있는가 묻는 사람들을 볼 때는 가슴이 찡합니다. » 이 ‘침묵의 동그라미’를 제안한 알랭 수사가 말했다. 면도도 하지 않고 평상복 차림이다. 이들 14명의 프란치스코 수사들은 지난10월부터 매달 마지막 화요일 까피톨 광장에 모여 꼬르느바리유의 불법체류자 수용소에 억류된 외국인들의 구금상황에 그들의 방식으로 시위하기로 결정했다.

« 많은 사람들은 이 수용소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어요. » 알랭 수사는 강조한다. 그는 2006년 7월 뚤루즈-블라냑 공항의 활주로 주변에 들어선 이 감옥 같은 건물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사진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 사람들이 사진들을 보면서 어느 나라에서 찍었는가 자주 묻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이것이 여기로부터 십여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얘기해줘요. » 이 노년의 수사는 작년 1월말 이 곳을 방문해서 사진을 찍었고, 몇 시간 후에는 수도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진을 게재했다. (www.franciscainstoulouse.fr)

(인터넷이라는) 뉴 테크놀로지 덕분에, ‘침묵의 동그라미’는 점점 확대되고, 뚤루즈 수사들의 월례 시위의 원 안에는 6명의 젊은 대학생들이 합류하여 꾸준히 동참하고 있다.

알랭 수사는 수용소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어서, 외부에서 찍은 사진들로 만족해야 했다. 그는 거기에 갔을 때 느꼈던 외국으로 유배된 채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것 같은 감정을 떨치지 못한다.

수용소는 시외곽 공단지역의 끝자락 밖에 있다. « 모든 곳으로부터 격리된 이런 곳은 부모를 죽이거나 한 큰 죄를 지은 사람이나 가게 될 만한 그런 곳 같아요. » 라고 말하며 팔십대의 수사는 감정이 흔들린다.

Cimade와 같은 인권단체들은 수용소가 지나치게 격리된 곳에 있다는 점을 비난했다. 변호사 및 법관 노조도 이들 외국인들을 재판하기 위한 법정을 수용소 내부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하는 탄원을 낸 상태다.

수용소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유럽의 비행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의 비행기 인도센터가 세워졌다. 최신형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하는 부유층 고객들에게 주문한 비행기를 인도하는 사설 공항이다. 극단적인 두 세계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공존하고 있다.

Cimade의 상근자, 리오넬 끌로스는 이 수용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가 받은 몇 안되는 외부인 중 한 사람이다. «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성탄 기간에 더욱 자신들이 세상으로부터 잊혀졌다고 느낍니다. 그들이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텔레비젼이고, 성탄과 연말의 축제 기분을 TV의 이미지로만 겨우 접할 뿐입니다.» 끌로스는 뚤루즈 프란시스코 수도사들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면서, 이를 아르헨티나의 독재에 항거하다가 실종된 사람들의 어머니들의 침묵시위인 부에노스아레스의 « 5월의 분노 »의 원에 비유한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사실 알랭 수사는 뚤루즈로 오기 전에 미국과 남아메리카에서26년 동안 활동했었다. 파리 개신교 신학교에서 시작된 국제 화해 운동 (MIR)의 지지자인 알랭 수사는 간디와 비폭력 정신에서 교훈을 얻어, 침묵의 동그라미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알랭 수사는 ‘시위’ 보다는 ‘행동’이라고 말하기를 선호한다. « 기도를 통해서 혹은 침묵을 통해서 모든 개인으로부터 휴머니즘을 일깨우는 것 혹은 다시 각성하는 것, 그것은 이미 하나의 행동» 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 행동에 좀더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뚤루즈 프란치스코회 수사회 홈페이지는 CIMADE나 불법체류자들의 가족과 취학 아동들의 추방에 반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경없는 교육네트워크(RESF)과 같은 단체로 연결해준다. « 이들의 활동은 필수적입니다. » 라고 알랭 수사는 평가한다.

뚤루즈 국경없는 교육네트워크의 장 프랑소와 미나르 대표는 수도회의 투쟁에 반갑고 놀라웠다고 말한다. 이 세속의 인권연대 활동가는 자신들의 활동에 동참하게 되어 반갑다고 밝혔다. 그는 월례기도회에서 불법 체류자들을 위한 활동에 대한 좋은 징표를 보기를 원한다.

이민자 지원 단체들로 비난을 받아왔던 경시청 조차도 뚤루즈 프란치스코회 수사들의 시위에 공식적으로는 축하를 보냈다. 장-프랑소와 카렌코 경시청장은 알랭 수사가 그의 기도에 공무원들을 포함시키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 « 교회는 우리를 성찰하게 할때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제 행위, 영혼 그리고 생각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 보고 있습니다. »

« 우리 공동체에선 고통 받는 이들과 더불어 고통을 주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하는 것은 그저 흔한 일입니다. » 라고 알랭수사는 말한다.

/안정현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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