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종말론은 일반적으로 세상과 역사의 끝에 발생할 일들과 관련되어 있다.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신학은 인간의 역사는 종말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고 그 역사의 끝에서 완전한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해방신학의 경우에서도 비록 체계적인 가르침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역사의 종말과 관련된 생각들이 형성되어 있다.

오늘은 해방신학에서 말하고자 하는 종말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묻고자 한다. 우리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해방신학의 종말론의 주요한 신학적 특징은 무엇인가? 해방신학이 주장하고 있는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인간'에 대한 주장은 초역사적인가 혹은 역사내재적인가? 또한 그 과정은 어떠한가이다.

이를 위해서 나는 몇 번에 걸쳐서 해방신학의 종말론의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적으로 나는 구티에레스가 그의 저서 "해방신학"에서 언급하고 있는 '종말의 정치적 차원'에 대하여 살펴 볼 것이다. 그뒤 레오나르두 보프의 저서 "또 다른 삶에 대하여 말해보자"에서 전통적 그리스도교 신학의 종말론적 주제들이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Mysterium liberationis"에 수록되어 있는 혼 소브리노의 하느님나라의 개념에서 출발하는 종말론에 대하여 언급하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해방신학 종말론의 일반적인 특징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간략하게 서술하려고 한다.

일반적인 특징

해방신학의 종말론은 전통적 종말론과 다음과 같은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전통적 신학으로부터 비판의 동기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첫째는 해방신학의 종말론은 전통적인 신학의 전제에 앞서 사회학적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의 상황이 종말론의 전제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불의하고 억압적인 현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역사 저편을 향하는 종말론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해방적 종말론은 불의한 현 사회적 구조를 극복함을 전제하고 있다.

오직 죽음 이후의 세계를 종말론적으로 이해함으로써 내세적 종말론에 기울어져 인하여 불의한 현실의 극복과 새로운 세계의 건설에는 초연함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신앙의 모습이라고 여기는 대다수의 교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해방적 종말론은 인간에게는 행동과 실천을 통한 희망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해방신학의 종말론은, 역사의 종말은 억압과 불의와 가난이 극복되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희망론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종말의 역사에서 예수는 해방의 종말론적 패러다임으로 이해된다. 예수의 사역은 당시의 불의한 유대사회의 변혁을 위한 해방의 사역으로 이해되어진다. 그것은 사회적 변혁을 의미하고 있다. 예수의 사회적 변혁으로부터 이해되는 종말론은 역사내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해방적 종말론은 인류의 역사가 당면하고 있는 갈등적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깊숙히 참여함으로써 변혁을 이루어내는 구체적 행동이다.

사회변혁을 향한 교회의 선교 행위는 종말론적이며 그리고 그것은 종국에는 정치적 행위로 연결되어진다. 오늘 많은 교회들이 정치적 행위로부터 자신을 구별하고 종교와 정치를 구별하려는 시도는 해방신학에서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 해방의 종말론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적인 내용의 하나이면서 인간이 당면하고 있는 가난과 억압의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을 던져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것이 하느님나라의 실현이며 그것은 역사의 실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예수의 변혁을 향한 해방의 사역은 지극히 종말론적이다.

셋째, 해방신학의 종말론적 주장은 가난하고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자리에서부터 형성되어진다. 종말이 결국 가난과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 하느님나라를 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출발점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의 자리이어야 한다. 그들의 삶의 자리에서 역사의 실현과 하느님나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삶의 자리에서 출발되는 종말은 해방을 행한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되어진다.

넷째, 해방적 종말은 이론을 넘어서서 행위와 실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이론에 앞서 실천의 우선순위를 주장한다. 하느님나라는 역사 안에 내재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의 현존은 해방을 향한 종말론적 실천으로 표현되어진다. 성서읽기와 그를 통한 종말론적 이해는 실천의 빛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성서의 종말론적 내용은 상황적이고 역사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므로 삶의 자리에서의 실천을 통해서 하느님나라의 종말론적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나라의 실현은 해방의 수단으로서의 정치적 행위를 통하여 가능해진다.

다섯째, 해방적 종말론은 정치적이다. 위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서 해방적 종말의 정치적 성격을 기술해왔다. 해방적 종말의 정치적 차원은 해방신학에 있어서 핵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종말론적 현실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역사내재적 삶의 자리를 전제하고 있음은 이미 언급되었던 바 있다. 해방신학에 있어서 종말론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정치적 복원을 향하여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구체적으로 불의한 체제를 변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해방적 종말론의 핵심이다. 가난과 억압을 확대 재생산해 내고 있는 불의한 사회-정치적 구조와 체제의 변혁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사회주의적 체제를 지향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해방적 종말론은 사회주의적 체제를 향하고 있다.

여섯째, 해방적 종말론은 사회적 지원을 넘어서서 참여적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자신들이 처해 있는 종말론적 상황의 이해와 의식을 넘어서 자신들의 해방을 위한 투쟁에 참여해야 한다. 종말론적 해방의 역사에 참여함으로써 그들은 비로소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참여는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의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정의로운 사회, 하느님나라를 기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해방적 종말론이 주고 있는 기대와 희망은 참여적이며 주체적이다.

일곱째, 해방적 종말론은 유토피아적이다. 역사적 지평은 종말적 유토피아에 의해 규정된다. 유토피아는 예수에 의해 시작된 종말의 역사를 실현하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되고 있다. 구원과 정의로운 삶을 향한 부활은 오직 이 같은 종말론적 유토피아의 건설로부터 이해된다.

▲ 1월 22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주관한 ‘순화지구 철거민과 함께하는 미사’ ⓒ강한 기자
위의 해방신학의 종말론은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의 전통적 신학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들의 비판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이루어졌다. 첫째는 해방신학의 종말론이 신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 그것도 가난한 사람을 종말의 해석학의 주체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해방의 종말론이 아니라 해방의 사회학이라는 비판이다.

둘째는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출발하는 종말론은 역사 안에서의 하느님의 섭리활동을 거부하거나 상대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며 가난한 사람들이 종말의 온전한 지평으로 떠오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역사 안의 하느님의 섭리활동에 대하여 잘못된 이해를 갖게 되므로 하느님의 인간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에도 해방신학의 종말론은 종말을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현 세계로 당겨왔다. 현재의 삶의 현장은 미래의 출발점임을 다시한번 상기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은 결코 불의와 가난을 용인하는 신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전통적 신학은 해방신학의 종말론을 통하여 자신들이 얼마나 종말을 현재의 삶, 정치-사회-경제적 현실과 분리시켜왔으며 따라서 사회변혁의 동력을 잃게 하고 그로 말미암아 불의하고 억압된 현실을 유지시켜 나가는 데 일조를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신학은 종말이 좀 더 그리스도인들의 현재의 삶에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신학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종말론적 차원이 죽음 이후 혹은 역사 너머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늘의 상황에서 가난과 억압의 삶의 자리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진정한 그리스도교적 종말론은 우리로 하여금 역사와 초역사의 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변혁시켜 나가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해방신학의 종말론의 구체적인 내용 중에서 종말론의 정치적 차원, 종말론과 또 다른 삶의 모습 그리고 종말론과 하느님나라에 대하여 해방신학자 세 사람, 구티에레스, 보프 그리고 소브리노를 통하여 알아볼 것이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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