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식 목사의 해방신학 이야기]

지난 글에서 나는 해방신학의 교회론은 무엇보다도 해방의 프락시스라는 측면에서 이해돼야 함을 역설했다. 그리고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출발하는 “아래로 부터의 교회”를 의미했다. 이러한 해방신학의 교회론은 라틴아메리카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이 제시하고 있었던 시대적 도전에 대한 응답이었고 그리고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교회에 대하여 새로운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교회론이 오늘의 위기 상황에 대하여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가를 살펴보려고 한다.

1. 교회 존재의 의미와 구원

해방신학의 교회론은 우리로 하여금 교회 존재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성찰하도록 하였다. 교회의 존재의 목적에 대한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교회의 역사적 사명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하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민중이 착취를 당하고 죽음의 위협 앞에 처해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현실 속에서 구원의 긴급성과 관련한 교회의 사역에 새로운 성찰을 하도록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해방신학의 교회론은 라틴아메리카의 교회들로 하여금 구원의 질적 그리고 역사적인 차원에 대하여 천착하도록 만들었다. 구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교회는 구원의 통로로서 어떠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교회로 하여금 오늘의 상황에서의 교회의 사역의 내용과 방향을 결정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억압과 가난의 상황에서 교회는 해방적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구원의 질적인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에서 뿐만 아니다. 오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부터 발생한 불의하고 공정하지 못한 오늘의 사회에서 교회의 사역은 프락시스로부터 출발하는 해방과 정의로운 사회의 건설이라는 구원의 질적인 면을 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해방신학의 교회론은 초자연적이며 초역사적인 측면에서의 구원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의 교회의 사역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교회 중심적 혹은 초역사적인 종말론 중심의 구원론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해방신학의 교회론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교적 구원의 통전적인 측면을 회복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따라서 오늘의 교회는 연대와 자유 그리고 생명 평화의 공동체를 이룩하는 역사적 사역에 참여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교회는 해방적 프락시스를 통하여 진정한 의미의 구원의 사역을 실행해 나갈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를 회복할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해방을 위한 헌신의 모습을 보일 때, 다시 말하자면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하여 그리고 성령의 역동적인 행위와 더불어 이 땅 위에서 진정한 해방과 구원을 이루어 갈 때 그의 존재의 의미는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해방신학의 교회론은 이미 귀족화되고 특권화 됨으로써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과의 연대로부터 멀어져 있는 오늘의 교회를 향하여 교회존재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상기시켜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복음 선포는 불의에 대한 고발, 권력의 욕망에 대한 포기와 가난한 사람들을 향하여 하느님 나라의 오심을 선포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고 있다.

▲ 지난 9월 14일 탈핵 천주교연대 출범식에 참여한 사제들이 영덕군청을 향해 걷고 있다. ⓒ강한 기자

2. 하느님의 백성과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와 성령

해방신학은 무엇보다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별히 가난하고 억눌린 백성들의 공동체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를 이룬다. 이러한 교회의 이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기초공동체라고 하는 형태로 표현되었다. 기초공동체는 성직체계를 중심으로 교회를 이해하고 있던 당시 가톨릭교회에 큰 충격을 던져 주기도 했으며 또한 교황청으로부터 박해를 받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해방신학은 교회를 성령의 역동적인 활동의 장으로 생각하였으며 특히 성령은 생명의 영으로서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사이에서 활동하면서 그들을 해방의 세계로 이끌어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그리고 성령 활동의 장으로서 교회는 우리로 하여금 교회의 본질적인 모습이 무엇인가를 깨닫도록 하고 있다. 특정하고 전문화된 소수의 사람들 혹은 성직 체계 등 조직과 체제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역사 현장 속에서 복음으로 새로운 생명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임을 보여 주고 있다. 해방신학의 교회론은 교회는 생명의 영, 예수의 영의 작품임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정의와 생명의 구원의 사역에 동참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오늘의 교회는 과연 생명과 정의의 예수의 영에 의해 촉발됨으로써 해방의 역사적 구원의 사역에 앞장서고 있는 것일까?

3. 해방신학과 교회의 표지들

전통적으로 신학은 교회는 하나이며 사도적이고 우주적이며 거룩하다고 설명해 왔다. 교회의 표지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에 대하여 해방신학은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였다.

(1) 하나됨에 대하여: 교회의 하나됨은 정통 교리(orthodoxia)의 일치성에 의한 것을 넘어서야 한다. 오히려 교회의 하나됨은 역사를 향한 정통 실천(ortho praxis)의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역사 안에서 보다 정의롭고 연대적인 사회의 건설을 향한 실천으로부터 해석돼야 한다.

(2) 우주성에 대하여: 정통 실천으로부터 이해되는 교회의 하나됨은 교회의 우주성을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과의 연대성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교회의 진정한 우주성과 초월성은 오직 연대에 기초를 하고 있어야 한다. 역사 안에서 소외되고 억압받아 왔던 하느님 백성들과의 연대는 교회로 하여금 진정한 우주성을 회복하도록 만들고 있다.

(3) 거룩함에 대하여: 교회의 거룩성은 단순한 윤리적인 이해를 넘어서야 한다. 그것은 다름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름은 항시적이며 그리고 구체적인 변화, 다시 말하자면 거듭남의 경험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교회의 거룩성은 억압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거룩함은 단지 거룩한 하느님에 대하여 긍정적인 응답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죄와 이기주의에 대하여 거부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교회의 거룩함은 오히려 이 사회로부터 억압받고 소외되고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더욱 강화돼 갈 것이다.

(4) 사도성에 대하여: 교회의 사도성은 교회의 사명에 대한 역사적 신실함으로 이해돼야 한다. 교회의 사도성을 폐쇄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도성은 교회의 사명에 대한 역사적 승계와 연관하여 이해되어져야 한다. 사도적 교회는 지금까지 교회의 체제에서 소외되고 무시됐던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을 포함하는 교회로 이해돼야 한다. 교회는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구원의 역사적 주체로 인식하고 그들과 함께 연대하면서 구원의 사역을 이루어 나가고자 할때 진정한 의미의 사도성을 갖게 될 것이다.

요즘 오늘의 교회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학적 주제의 하나는 교회론과 관련된 것이다. 교회를 향한 사회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있는 요즘의 상황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교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향한 응답이 어떠한 것인가는 교회의 사역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지을 것이다.

게르하르트 로핑크(Gerhard Lohfink)는 그의 저서 "예수님이 원하셨던 교회"에서 다음과 같이 교회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1.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
2. 성령의 현존이 두드러지는 교회
3. 모든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사라지는 교회
4. 함께 나누고 사는 삶이 실현되고 실천되는 교회
5. 형제사랑이 기본이 되는 교회
6. 지배를 포기하고 서로 섬기는 교회
7. 세상의 문화를 거슬러 올라가는 교회
8. 사회를 향한 하느님 나라의 상징이 되는 교회

예수님이 원하셨던 교회의 모습은 체제, 교리 혹은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서 벗어나 해방의 실천으로부터 출발하여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구원의 사역을 감당해 나갈 때 이루어질 것이며 그리고 그 교회는 이 사회의 희망의 상징으로 서게 될 것이다.
 

홍인식 목사
파라과이 국립아순시온대학 경영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M. DIV.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에서 호세 미게스 보니노 박사 지도로 해방신학으로 신학박사 취득.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 교수 역임. 쿠바 개신교신학대학 교수 역임.
현재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 교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