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영 신부] 10월 11일(연중 제28주일 ) 마르 10,17-30

한 사람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런데 이 사람은 오늘날 개념으로 말하면,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아니 그 이상의 사람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어릴 때부터 계명을 다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열 가지 계명에서 여섯 가지만을 언급하고 있지만, 문맥상 이 사람은 십계명 모두를 성실하게 지켜 온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사람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계명을 충실하게 살아온 그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라고 하시면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너무나도 명시적입니다. 네가 가진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라고, 그들과 함께 나누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는 삶을 살아왔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나눔이 없는 삶"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사람은 네가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울상이 되어 예수를 떠납니다. 왜냐하면 그는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재산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기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다시 오늘 복음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예수께 달려와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선하신, 선생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던 이 사람, 많은 재물을 가졌기 때문에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생활을 하였을 것이고, 계명을 지켜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충실한 삶을 살아왔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도둑질도 하지 않았고, 횡령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그가 모은 재물은 정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그는 윤리적으로도 올바른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그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을까? 부자로 살면서도, 계명을 지키며 살아가면서도, 자신에게 그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삶의 어떤 공허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부와 권력을 가지고 세속적인 영화를 누리면서, 늙지 않고 오래오래 살기 위해서 불로초를 구하고자 했던 진시황제처럼, 그도 그렇게 오래 살고 싶어서 예수님께 달려와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했을까? 그의 의도가 그 무엇이든지 간에,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가진 것을 팔아서 가난한 이들에게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재물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재물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은 재물에 집착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질적인 재물에, 물질적인 소유에 묶여 있는 겁니다. 그래서 "네가 가진 것을 팔아서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너는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이 말씀은, 네가 지금 움켜쥐고 있는 물질적인 재물을 놓아 버리고 하늘의 보화를 잡으라는, 너의 마음을 붙잡고 있고, 너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 재물로부터 벗어나라는 예수님의 초대를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네가 가진 것을 가난한 이에게 주라는 말씀이 그저 네 재물을 포기하고 가난뱅이가 되라는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는 분명 재물에 묶여 있는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루카 12,16-21)에서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탐욕에도 빠져 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예수께 왔던 그 사람은, 결국 예수를 떠나 다시 재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 말씀은 단지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기보다는, 재물을 움켜쥐고서 다른 이들과 나눔이 없는 사람들, 재물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들, 재물에 대한 탐욕에 빠져 있는 사람들로 저는 이해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했던 사람에게 예수님은 두 가지 단계를 제시합니다.

하나는 가진 재물을 나누라는 겁니다. 나누는 삶을 살라는 겁니다. 이 말은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것을 놓으라는 것입니다. 내 삶의 안전을 재물에 의지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게 나눔의 삶을 살고, 내가 집착하고 있는 것들을 놓아 버리고 나서 당신을 따르라는 것이 두 번째 단계입니다. 당신을 따르라는 것은, 당신에게서 배우고 당신이 살았던 방식으로 살라는 것이고, 복음의 가치들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저에게 질문은 던집니다. 과연 내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고 무엇을 놓지 못하고 있는가? 무엇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가?
 

 
 
최성영 신부 (요셉)
서강대학교 교목사제
예수회 청년사도직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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