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의 슬픔, 보이사비 축제에 초대합니다

 

▲재한줌머인연대는 한국에서 줌머족의 문화를 소개하는 활동을 하고있다

교회력으로 부활대축일을 맞이하는 오는 4월 12일 김포에서 방글라데시의 소수민족 축제가 열린다. 한국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줌머(Jumma)인들이 여는 보이사비(boisabi) 축제다.  줌머인들은 방글라데시 동남부 치타공산악지대(chittagong hill tracts : CHT)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줌머족은 오랜 기간에 걸쳐 방글라데시 정부와 군대, 주류 벵갈리정착민들에 의한 각종차별과 인권침해, 토지강탈 등으로 고통받아왔다. 그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진 채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한국에도 약 30명이 난민으로 정착해 있다. 이번 축제는 <재한 줌머인 연대(JPNK)>가 마련한 행사인데, 이들은 주로 김포지역에 모여살며, 2002년부터 단체를 결성해 줌머인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방글라데시 줌머인들의 인권상황과 자치권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 응한 로넬 차크마 나니(재한 줌머인 연대 사무국장)씨는 2004년 12월 난민인정을 받은 후 부인과 9살난 아들과 함께 한국에 살고 있다. 로넬씨는 방글라데시의 줌머 치타공산악지역 태생으로 방글라데시 군사정부에 대항한 반정부운동과 게릴라전에 참여했다. 그 대가로 3년동안의 감옥생활 끝에 1993년 한국에 입국, 난민인정신청을 하고 2004년에서야 난민지위 인정을 받았다.

▲로넬 차크마 나니(재한 줌머인 연대 사무국장)는 2004년 한국정부에게서 난민지위 인정을 받았다.

로넬 씨에 따르면, 2002년에 처음 8명의 줌머인들이 모여서 줌머인연대를 결성되었는데 이제 아이들을 포함해서 5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주중에는 생계를 위해 김포 지역 인근 공장에서 일하고 주말에 모여서 공동체를 다지고 있다. 처음에는 민족, 국가, 종교, 권력의 경계를 넘어 국제연대 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만든 '경계를 넘어'의 도움을 받아 모임을 가졌으며, 이들의 주선으로 2007년부터는 '아름다운 재단'에서 약간의 후원을 받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줌머인연대 결성 이후에 방글라데시의 인권상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줌머인들의 존재를 알리고 연대를 바라는 문화행사의 하나로 보이사비 축제를 준비했으며, 보이사비 축제는 매년 4월에 열리는 줌머인들의 '설날'이라고 한다. 이들은 봄을 맞으면서 새해를 시작하는데, 이날을 "평등평화의 날"이라고 말한다. "이 날은 나뭇잎 하나도 자르면 안된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격 없이 지내며, 아이들이 어른 앞에서 술을 한 잔 마셔도 용서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라고 로넬 씨는 말한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줌머인들이 방글라데시에서 자치권을 획득하여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동남부에 위치한 치타공 산악지대(CHT)의 선주민들인 줌머족은 챠크마, 마르마, 트리퓨라, 탄창갸, 미로, 루샤이, 큐미, 컁, 바움, 팡콰. 링 등 12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치타공 산악 지대가 방글라데시의 영토이기 때문에 줌머족도 방글라데시 국민이라 할 수 있지만, 줌마족은 방글라데시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벵갈리족과 인종이 다르고 언어와 종교를 비롯한 모든 문화가 다르다.

그럼에도 줌머족이 방글라데시 영토에 속하게 된 것은 국경선 긋기의 정치적 싸움에서 그들의 의사가 전혀 고려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악 지대에서도 고래의 싸움이 벌어지면 새우등이 터지는 법이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수십만 군대와 뱅갈리인들을 CHT에 이주시켜 줌머에 대한 인종청소를 시작한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시절, 줌머족은 인도에 속해 있는 상태에서 그나마 자치권을 인정받았으나,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하고 다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나뉘면서 파키스탄의 한 일부분이 되게 된다. 이때부터 줌머족의 탄압과 고통의 역사가 시작되는데, 파키스탄 정부는 치타공 산악 지대에 수 백 가구의 이슬람인들을 정착시키면서 줌머 주민들을 내쫒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타공 산악 지대에 수력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경작 가능한 땅의 약 40%를 수몰시키고 땅을 잃은 10만 명 가량의 줌머 사람들을 인도로 내쫓았다. 민족말살정책에 가까운 파키스탄 정부의 행위에 불만을 갖고 있던 줌머인들은 1971년 방글라데시(당시 동파키스탄)의 독립전쟁이 일어나자 벵갈리인들과 함께 전쟁에 참가해 파키스탄에 맞섰다.

줌머족은 새로운 국가가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도 파키스탄과 다르지 않았고 줌머족의 고통은 더해만 갔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모든 정책은 주류 벵갈리족 위주로만 돌아갔으며, 방글라데시 정부 역시 군대를 동원해 줌머의 땅을 강제로 빼앗고 벵갈리 이주민들의 정착촌을 건설했다.

그러나 1억명을 넘는 방글라데시 전체 인구에서 불과 65만명에 불과한 줌머족은 말 그대로 힘없는 소수민족일 뿐이었고, 방글라데시 인구의 98%를 구성하는 벵갈리 족과는 인종과 문화가 완전히 다른 줌머족의 문화와 자결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이에 줌머인들은 정당 활동과 무장 투쟁으로 방글라데시 정부와 군대의 탄압에 맞섰지만 정부와 군대, 벵갈리 정착민들의 탄압은 더욱 거세졌다. 군대는 무장 세력을 색출한다는 명목 하에 줌머인들의 집을 수시로 수색하였고, 죄 없는 민간인들을 투옥시키고 고문하였다.

그러는 동안, 벵갈리 정착민들은 군대의 보호 아래 정착촌을 늘려나갔고 줌머인들을 공격해 방화와 폭행을 일삼으며 줌머족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계속되는 벵갈리인들의 공격에 20만 명 이상이 고향을 떠나 인도나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다.

1997년 12월, 25년 이상 이어진 싸움을 끝내고자 줌머의 정당 PCJSS(Par Parbattya Chattagram Janasamhati Samity, ‘치타공 산악 지대 사람들의 연대 연합’이라는 뜻)은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고, PCJSS의 무장 조직인 샨티 바히니는 총을 내려 놓았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정부가 약속한 평화협정의 조항들은 이행되지 않았고, 정부는 줌머에 제한된 지역 자치를 제안하였다.  

▲1973년대 CHT자치권을 위해 방글라데시 정부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선포한다

이에 학생들을 비롯한 일부가 PCJSS에서 분리되어 UPDF(연합민중민주전선)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구성하고 완전자치’를 요구하며 줌머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이후 지역위원회를 구성해 방글라데시 정부의 협력세력이 된 PCJSS와 완전자치를 요구하며 반정부 활동을 벌이는 UPDF의 갈등까지 줌머족이 떠안아야할 새로운 고통 중 하나로 더해지게 된다.

정부와 평화 협정을 맺은 지 12년이 지났지만 줌머인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줌머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줌머 사람들은 이러한 방글라데시 정부의 부당한 탄압을 세상에 알리고 방글라데시 정부에 압력을 가하여 자신들의 고통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로넬 씨는 "줌머인들이 워낙 소수라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면서, 지금처럼 계속 정부의 억압을 받으면 자꾸 약해져서 민족 자체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인 2008년에 유럽에서 '치타공산악지대위원회'가 만들어져 이들을 돕고 있는데, 영국 국회의원도 참가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참여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로넬 씨는  "지금은 방글라데시 사람들도 우리를 돕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는 줌머인 문제가 인종 문제라고 생각해 왔는데, 최근엔 방글라데시 자체의 문제라는 생각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적으로 보았던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우릴 돕고 있다. 우리는 모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평화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한국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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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사비 축제

◎ 일시 : 2009년 4월 12일 일요일 오후 2시~6시
◎ 장소 : 김포 양촌 다목적 체육관
◎ 주요 행사 : 줌머 전통공연, 몽골 축하공연, 노래 공연, 영상, 다과 등

[찾아 오시는 길]
지하철 2호선 당산 역 1번 출구 → GS편의점 → 60-3 버스(1시간 20분) → 양곡터미널 하차(도보로 5분) → 양곡고등학교 뒤지하철 5호선 송정 역 1번 출구 → 60-3 또는 60-2 버스 → 양곡터미널
[후원계좌] 국민은행 019601-04-200319 예금주 : RONEL NANI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제31차 문화나눔마당
"소수민족인권과 재한줌머인연대"

◎ 일 시 : 2009년 4월15일(수) 오후 7시30분
◎ 장 소 : 인권연대 교육장 (4호선 한성대입구 7번 출구) 02-3672-9443 
◎ 이야기손님 : 로넬 차크마 나니(재한줌머인연대 사무국장)
◎ 접 수 비 : 3,000원(사전접수), 4,000원(현장접수) /* 문화를생각하는사람들 후원회원 무료

자 료
www.webhard.co.kr(id:jslaura / pw:Lawrence)
문화나눔마당 - 31차_소수민족인권과재한줌머인연대 폴더 內

문 의
문화를생각하는사람들 (02-336-5642)
이종수 (017-224-9818). jslaur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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