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교회가 천국 가는 법

독일에서 가장 부자 교구인 파더보른 대교구는 2014년 말 현재 40억 유로(약 5조 원)가 넘는 자산을 갖고 있다. 이렇게 많은 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가난한 교회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고, 이 돈을 좋은 목적에 쓰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독일의 몇몇 교구는 자신의 재정상태를 공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서부지방에 있는 파더보른 교구가 제일 부자다. 파더보른 교구가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자산은 40억 유로가 넘는다. 2억 7900만 유로는 유형자산으로서 대부분 부동산이다. 하지만 자산의 대부분은 정기예금과 같은 금융자산으로서 36억 유로나 된다.

교회가 건물을 갖든 주식을 갖든 간에 40억 유로는 엄청난 숫자다. 파더보른 교구는 이 돈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교구 총대리인 알폰스 하르트는 “이런 수단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 사목활동을 돕고 카리타스(사회복지회) 지원비를 충당한다. 그리하여 우리 교구의 160만 신자들뿐만 아니라 교회 밖의 이들도 혜택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 파더보른 대교구 주교좌성당.(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파더보른 교구 관할구역의 인구는 480만 명이다. 가톨릭교회는 3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고 교구 대변인 애기디우스 엥겔은 <DW>에 밝혔다. “우리 고용인들에게 안전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임금 지불과 연금 등이 포함된다.”

한 가지 보기로, 파더보른 교구에는 500개의 가톨릭 유치원이 있다. 운영비의 90퍼센트는 국가 지원이지만 나머지 10퍼센트는 교구가 부담하는데 여기에 해마다 1500만 유로가 들어간다.

또 교구가 소유한 많은 건물을 관리하고 보수하는 데에도 돈이 든다. 증권에 들어가 있는 15억 유로는 유치원이나 교육관, 성당 등에 보수가 필요할 때 쓴다.

엥겔은 “우리가 소유한 건물 하나 당 14만 유로의 예산이 있다는 계산이 되는데, 실제로는 어떤 성당의 첨탑 하나만 보수하려고 해도 150만 유로(20억 원)가 든다”고 설명했다.

정치학자인 카르스텐 프러크는 이와 같은 파더보른 교구의 논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는 <DW>에 “비상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했다.

프러크는 개신교뿐 아니라 가톨릭교회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하는 교회상과 실제 교회가 가난에 관해 움직이는 것 사이에는 소스라칠 정도의 격차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이 난민에게 다가가 위로할 때 보여 주는 모습은 좋다. 그는 가톨릭교회는 가난한 이들 편에 서야 한다고 반복하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하지만 그런 말만 갖고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는 가톨릭 신자들(의 공동체인 교회)은 “가난한 교회”가 아니며, 그보다는 오히려 전 세계에 걸쳐 병원, 숙박소, 호스피스 센터 등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이라고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파더보른 교구 같은 여러 교구들이 공개한 재정상태를 보면, “가톨릭교회가 아주 신뢰할만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적어도 서부 독일에서는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고 있는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독일어판 “가톨릭통신”(CNA)인 <KNA>의 편집장인 루드비히 링-에이펠은 “가톨릭교회가 많은 돈을 갖고 있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회가 하고 있는 여러 중요한 사업들 때문에 이 많은 돈이 실제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일에서 가톨릭교회는 정부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이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는 주체”라는 것이다.

독일 교구들은 아주 부유할지 몰라도 독일의 가톨릭교회는 또한 많은 돈을 해외에 쓰고 있다. 재산의 일정 부분을 다른 나라의 자매 교회들을 위해 쓸 목적으로 떼어 놓고 있다.

링-에이펠은 “독일 교회는 개발도상국을 돕는 데 (세계교회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다. 가난한 나라 원조사업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 즉, 교회는 부유하지만 개발 원조에 많이 투자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독일 교회가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아님에도 이해할 것이며 교황이 독일 교회를 비판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편집자 주- 파더보른 교구는 해외원조에 특히 적극이다. 한 예로, 한국의 가톨릭농민회는 1960-80년대에 파더보른 교구를 비롯해 독일교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는데, 이는 가톨릭농민회가 당시 전체 농민운동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할 수 있었던 중요한 한 요인이었다.)

기사 원문:  http://www.dw.com/en/a-church-for-the-poor-or-a-wealthy-corporation/a-1875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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