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학생들이 보는 홍콩 민주화운동

9월 28일, 수백 명의 민주화운동가들이 모여 지난해의 자발적인 우산 운동 1주년을 기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청년 가톨릭 신자들도 그때를 신앙과 관련해 회상했다.

에스더 탐은 20대 후반의 교사다. 그녀는 당시 일과가 끝나면 저녁마다 도심에서 벌어지던 시위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멍한 느낌 속에 “내가 왜 여기 앉아 있지?”라고 물었다.

그 당혹감을 한 사제에게 얘기했더니 그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고, 그대로 따라라”고 했다.

“나는 예수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경찰이 비무장 학생들에게 최루가스를 뿌리는 것을 봤다면 말이다.”

▲ 9월 28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시위대가 홍콩 정부청사에 우산 운동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다.(사진 출처 = ucanews.com)

2014년 9월 28일 당시, 시위대는 경찰이 뿌려대는 최루액을 막기 위해 우산들을 들고 나와 자신들을 보호했다. 그리고 세계 언론은 이들 시위대를 우산 운동이라고 불렀다. 시위대는 당시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구호로 뭉쳤는데, 센트럴은 홍콩의 금융사무 중심지다. 이들은 중국의 특별행정자치구인 홍콩의 직접선거와 보통선거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중국은 영국의 영구조차지이던 홍콩을 1997년에 반환받은 뒤 50년간 본토의 공산주의와 별도로 자본주의 경제를 인정하는 일국양제 정책을 펴고,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사법, 경제 등에서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행정수반과 의회 의원들을 주로 간선으로 선출하여 통제권을 놓지 않고 있다.

작년에 몇 달에 걸쳐 이어진 이 시위는 9월 22일 한 무리의 학생들이 정부청사 구역 부근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학생들만의 시위였으나 9월 26일에 학생시위대가 정부청사구역 일대를 완전 장악했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최루액을 쓰기 시작하자 일반 시민이 대거 시위에 참여하기에 이르러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농성시위대가 15만 명이 넘었다.

가톨릭대학생 출판물인 <가톨릭 대학생>(CatholicPostSec)의 학생기자인 니컬러스 리는 “지난해 12월 시위대가 강제해산될 때 사진들을 찍으면서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운동이 막 끝났을 때는 처음에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내 안에서 부정적 감정들을 느꼈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에게 신앙이란 (신앙을 가지지 않은) 자기 친구와 학우들보다 자기가 더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하느님이 의로운 편에 서시리라고 확신했다.”

시위가 끝난 뒤 리는 여러 세미나와 토론회에 참여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다.

처음에는 그는 우산 운동은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원래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할 일이 있다.” “시위대들 사이에도 서로 갈등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실망하고 힘을 잃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뒤돌아보면서, 리는 “하느님은 역사의 진정한 결정자로, 자신의 계획을 갖고 있으며,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많은 것이 있다”고 이해한다.

에스더 탐은 홍콩사회가 지금도 분열돼 있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우산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정부 편에 서는 사람이 있다. “양쪽은 극단적이다. 토론할 공간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녀는 홍콩의 은퇴주교인 젠제키운 추기경의 말에 동의한다.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가인 젠 추기경은 “성공은 언제나 곧바로 오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단하지 않고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리스도인은 예언자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개인적 이익 때문에 포기해서는 안 되며 대중의 평등과 공정을 위해 싸워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위에 참여했던 스티븐 수이는 민주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인간 존엄, 특히 평등한 참여를 통해 인간 존엄을 쟁취하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리는 시위대는 배울 기회가 있었다고 본다. 그는 우산 운동에 대해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면서, “우리는 사회운동을 통해 즉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경험에서 배워서 다음번에는 더 잘하도록 해야 한다. 대중 생활에 끼치는 불편을 줄이거나 앞으로 나아갈 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기사 원문 : http://www.ucanews.com/news/young-hong-kong-catholics-reflect-on-umbrella-movement/7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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