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본당에 두 주임신부 협력”

천주교 부산교구가 “하나의 본당에 두 명의 주임신부”를 두는 ‘협력사목’ 제도를 시행한다.

부산교구는 지난 9월 30일 발표한 사제 인사를 통해 2개 본당에 각각 신부 2명을 주임으로 임명했다. 범일 성당에는 김영호, 윤승식 신부가, 반송 성당에는 강정웅, 이창주 신부가 협력사목 주임 사제로 10월 9일 부임할 예정이다.

부산교구 총대리 손삼석 보좌주교는 10월 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서면 인터뷰에서 부산교구의 협력사목은 “주임급 두 신부가 동등한 권한과 의무를 지니고 사목을 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교회법적 근거로는 제517조 1항에 있는 ‘사목의 연대 책임’을 들었다.

천주교 성당은 한 명의 주임신부가 있고, 본당 규모가 커 사제가 더 필요하면 보좌신부를 두는 것이 전세계적인 기본 형태다.

▲ 부산교구 반송 성당 (사진 출처 = 반송 성당 홈페이지)

손 주교는 부산교구가 협력사목을 시작하는 이유로 “한두 사람의 신부와 수도자들이 본당에 상주하면서 사목하거나 협조하는” 기존의 본당 사목을 계속하기 어렵게 하는 “많은 변화가 저절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부산교구의 본당 중 25퍼센트 정도에 수도자들이 없다”면서 “본당뿐 아니라 각 수도회의 여러 사정들 때문에 파견받거나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가 매년 내놓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보면 수도회와 수도자 수는 정체됐거나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하나의 성당에서 여러 주임급 신부가 사목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일은 부산교구가 처음은 아니며, 10여 년 전부터 몇몇 교구에서 시도돼 온 사목 방식이다. ‘공동사목’이라는 용어를 쓰는 교구도 있다.

천주교가 협력사목, 공동사목을 시작하는 것은 본당 공동체의 대형화, 사제 인사 적체와 관련이 깊다. 서울대교구가 2011년 발간한 “서울대교구사”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등 특정 지역 본당 관할 신자 수가 기존 본당에서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 경우, 공동사목 제도를 도입하면 막대한 본당 신축비용이 소요되는 본당 분할을 하지 않고도 본당의 소규모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제들의 인사 적체에 대해서는 최근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사목서한에서 거론한 적이 있다. 이 주교는 2014년 11월 서한에서 “후배 사제들의 부주임 임기가 장기화되면 사제적 삶의 활력과 보람을 잃을 수 있다는 선배들의 진심 어린 염려”가 협력사목 도입 동기였다고 설명했다.

9월 23일부터 시행된 부산교구 협력사목 지침에서는 그 목적으로 첫째, 경험이 풍부한 사제들이 서로 협력해 풍성한 사목적 결실을 맺게 하는 것과 함께, “본당 사목구 주임의 소임지가 제한된 사목 현실” 속에서 사제들이 자신의 사목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부산교구 범일 성당 (사진 출처 = 범일 성당 홈페이지)

이 지침에 따르면 본당 주임을 맡아 본 사제는 누구나 협력사목을 담당할 수 있고 지원자를 우선으로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주임을 역임한 적이 없는 ‘주임급 사제’도 협력사목 임명을 받을 수 있다. 협력사목을 맡은 두 주임신부는 본당 사목구를 공동으로 대표하지만 법적 최종 책임자는 선임 사제이며, 두 사람은 본당 사목협의회의 공동의장이 된다.

▲ 손삼석 부산교구 보좌주교.(사진 제공 = 천주교 부산교구 전산홍보국)
손삼석 주교는 주임신부 1명의 사목에 비해 2명이 협력사목을 하면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혼자서 사목을 하면 일관성과 통일성은 있겠지만, 자칫 고착된 사고와 판단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없지 않다”며 “두 주임신부가 서로 협력하고 논의하고 나서 결정하면 그만큼 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본당에 ‘두 어른’이 있는 데서 생길 수 있는 어려움, 잘못하면 신자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대해 손 주교는 “발전적인 모습으로 사목자들이 일하려고 하니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구는 정기적으로 협력사목 신부와 만나서 애로사항, 문제점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교구의 상황을 보면 서울대교구는 2005년부터 ‘신자들이 원하는 현장 중심 사목과 교회 소형화’를 목표로 3개 본당을 모태로 만든 8곳 본당에서 공동사목을 시행한 바 있으며, 마산교구에서는 대표적 예로 4명의 주임신부가 4개 지역을 담당하는 사파 공동성당이 있다.

의정부교구에서는 교구 사제 204명 가운데 19명이 협력사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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