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사회교리-9]

교황 프란치스코의 기후변화에 관한 환경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는 지난 100년 동안 나온 교황의 문헌 중 가장 놀랍고도 혁신적인 문서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 문헌이 가톨릭이나 다른 그리스도교 신자들뿐만 아닌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회칙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욕구에 기반을 둔 변화의 프로그램을 역설함과 동시에, 이러한 필수불가결한 욕구가 탐욕과 이기적인 욕망과는 다르다는 근본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한상봉

프란치스코 교황은 <찬미받으소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을 필요로 하고, 또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상호관계를 필요로 하고 우리가 서로에게 베풂을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과 똑같이 살아 숨쉬는 본능이다. 또 우리가 자연 앞에서 경이로움과 숙연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인간의 다른 본능과도 차이가 없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과,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동일한 도덕정신에서 나오며, 우리가 그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한다면 평화를 찾지 못할 것이다. 자연은 인간이 사는 세계 너머 저 어딘가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자연은 불가분하게 서로 이어져 있다. 따라서 이 관계를 옳게 설정해야 한다."

이런 전제로 시작하여, 교황은 기만적이고 진실하지 않은 자본주의의 욕망과 인간 본성 안에 깃든 소비지상주의 측면을 맹렬히 비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한한 것이지만 인간 생존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요불가결한 욕구와 끝없는 욕망을 명백히 구분한다. 이러한 욕망은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욕구는 충족시켜 주지 않으면서 언제든 다른 것들과 쉽사리 맞바꿀 수 있는 허망한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꼭 필요한 욕구조차 충족되지 않는 반면, 부자들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위해 흥청망청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우리가 오늘날 처한 환경위기는 이러한 욕구들 사이의 문제를 연결시킨다.

교황의 이러한 비판은 현재 세계 질서를 변호하는 두 개의 진영, 곧 환경문제를 부정하는 이들과 환경문제 해결을 낙관하는 이들을 모두 공격한다. 교황의 환경회칙은 지구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위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과학자료들이 명백한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회칙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점차 줄여나가야 하며 재활용이 가능한 연료의 사용을 향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칙은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만을 동원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이 점이 바로 자유롭고 광범위하며 낙관적인 소비성향을 가진 현 세계와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과학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끝없는 욕망이라고 교황은 주장한다. 끝없는 욕망에 관한 문제는 도덕적인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소비욕에 빠져 더 이상 허우적거리지 말고 그것으로부터 빠져 나와야 하는 도덕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6월 18일 환경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하고 "정의의 새 패러다임으로서 온전한 생태계"를 제시하고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뛰어넘어 "생태적 회개"를 하도록 촉구했다.
교황이 이런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바탕은 가톨릭 사회교리의 전통이며, 1960년대에 유행했던 도덕적인 사고도 들어 있다. 당시 지식인들은 핵무기에 관한 인류의 의식이 아직은 유아기 단계에 있어 파괴의 능력이 판단의 능력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었다.

이제 다시 한 번 우리는 온 지구를 파괴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새 시대는 예전의 냉전시대와 또 다르다. 파괴력의 균형은 더 이상 핵무기의 사용이 보복적인 핵의 사용을 불러오는 그러한 상호파멸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가난한 나라가 부자들의 죄를 짊어지고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부모 세대의 과소비와 이기적인 생활 방식 때문에 일어난 문제들을 미래에 짐 지고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교황이 말하는 '생태적 부채'라는 것이다. 먼 훗날, 자원전쟁과 생태계 파괴로 언젠가는 지구가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을 때 우리 후손들이 뼈아프게 갚아야 할 빚을 말하는 것이다.

교황의 말에 누가 귀를 기울일 것인가? 오랫동안 수많은 비슷한 얘기를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교황은 분명하게 질타한다. 왜 이번에는 달라져야 하는가? 대답은 확실하다. 우리가 이대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만 살기 위한 수단을 택한다면 다 같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이 타인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보살피고 도와줄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이고 도덕적인 삶의 방식이 생겨나지 않는 한, 이 지구는 더 이상 우리가 살아갈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교황의 파격적인 주장은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교황의 주장에 반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황의 말이 옳다. 근본적인 변화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이름처럼 생태계 문제와 가난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내용을 첫 번째 교황회칙으로 발표했다. 경제주의, 성장주의, 소비주의를 비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희생자가 가난한 이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에서 'The Guardian view on Laudato Si': Pope Francis calls for a cultural revolution(2015. 6. 18)'이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루었다 권은정 작가가 번역한 기사를 전재한다.


뜻밖의 소식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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