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적 이민정책, 태아 보호 호소

<뉴욕타임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마치고 떠나면서 환영나온 군중에게 스페인어로 “부에노스 디아스”(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것에 주목하며, 이는 그 자신이 지닌 남미 뿌리를 상기시키면서 이날 그가 한 연설에서 더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촉구한 것의 의미를 대중에게 아주 쉽게 전달해줬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민 정책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교황 연설에서 양측 다 각자가 원하던 요소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한 기후변화나 이민처럼 이미 오랫동안 대립전선이 형성된 문제들을 놓고 정치인들이 교황의 연설에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쿠바 방문에 이어 곧바로 23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24일에는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다.

▲ 미국 애리조나 주 더글러스에서 멕시코 국경에 설치된 장벽을 두 사람이 넘고 있다.(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25일에 교황이 의원들에게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이민을 더 개방해달라고 감동적인 연설을 했음에도, 오바마 정부의 이민 개혁을 강력히 반대해 온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교황의 발언은 자신의 견해와 아무런 갈등이 없다고 봤다. 오바마 정부는 불법 이주민 수백만 명에게 합법 지위를 주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나는 쿠바 이민자의 아들로서, 미국은 합법 이주민을 환영할 뿐 아니라 찬양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면서, “우리가 국경을 확고히 하고 누가 이 나라에 들어오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법치를 믿는 것과 전적으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크루즈 의원은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언제나 인간적이고, 정의로우며 형제애적인 방식으로 새 이주민을 맞아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에 환호했다. 교황이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서 미국으로 올라오는 이들은 ”자신들의 더 나은 삶을 찾아서, 그리고 자신들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오고 있다고 주장하자 박수를 쳐댔다.

이들은 심지어 교황의 이러한 호소를 듣고 격심한 대립에 빠진 이민 토론의 대세가 자기들 편으로 기울 수 있다고 봤다.

민주당의 조셉 케네디 3세 하원의원은 “교황의 발언은 이민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공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기시켜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전시킬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교황 성하가 분명하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공화당원들은 동성결혼과 낙태에 관한 교황의 권고를 들으면서 자신들과의 공통점을 찾았다. 교황은 가정 안에서 “근본적 관계들”에 대한 위협이 있으며, “발전의 모든 단계마다 인간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하원에서 가장 보수적인 공화당의원 그룹의 지도자인 짐 조던 의원은 교황이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무조건 보호”하라는 말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으며, “교황이 특별히 이 큰 윤리 문제에 초점을 둬서 기쁘다”고 했다.

그럼에도 다른 공화당 의원들은 교황이 미국 의회의 정책 결정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제임스 인호프 상원의원은 “선출된 사람들(의원들)이 교황이 진짜로 이런 일들에 관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예언은 거의 즉각 증명되었다. 교황이 “협력 정신을 새롭게 하자”고 호소했음에도, 교황 연설 몇 시간 뒤에 있었던 (합법 낙태와 피임 지원 등이 포함된) 가족계획 프로그램 지원예산을 줄이자는 공화당의 결의안은 당파적 대립 끝에 통과되지 못해서 정부가 9월 30일부터는 예산 없이 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고, 이에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원내대표는 일단 가족계획 프로그램 문제를 제쳐놓고 12월 11일까지는 정부가 지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다음주에 이 제안을 놓고 첫 투표가 있다.

사실, 이날 교황의 연설은 현장에서는 음향시설이 안 좋은데다가 교황이 익숙지 않은 영어로 연설하면서 문장이 잘 이어지지 않았고, 의원들 대다수는 사전 배포된 연설문도 갖고 있지 않아서 의원들은 곧바로 연설을 이해하기에 제법 곤란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의 연설은 의사당 안팎에서 감동적인 반응을 받았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자부하는 이로서, 교황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했었다. 그는 또한 감동을 받으면 크게 울거나 잘 흐느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의 행진. 가운데는 마틴 킹 목사 부부.(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설 중에 1960년대의 흑백차별 철폐를 외친 시민권 운동 행진에 대해 언급할 때는, 동료의원들은 당시 애틀란타 주 셀마에서 행진을 주도했다가 엄청 두들겨 맞았던 – 피의 일요일 사건 – 존 루이스 의원을 둘러싸고 서로 어깨를 걸기도 했다.

의사당 밖에서는, 진주목걸이를 하고 양복을 쫙 빼입은 이로부터 담요를 둘러싼 이주민 가족들, 밝은 스니커를 신은 힙스터 족부터 킬트 옷을 입은 가톨릭학교 여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꽉 메웠다. 그 중에 한 사람은 “프란치스코를 대통령으로!”라고 외쳤다. 미국은 2016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회계사로서 버지니아에서 온 마리사 베슬리버는 “교황은 우리가 겪고 잇는 모든 문제들을 다 다룬다”면서, “이민 문제에서 전쟁, 난민 문제까지. 그는 의사당에서 모든 이를 다 즐겁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확실한 것은, 내가 어떻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어쩌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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