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는 명절에 집에서 차례를 지내는 신자들을 위한 별도의 지침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을 만들어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차례를 지내려는 신자들은 이 지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인터뷰한 젊은 천주교 신자들 중에는 아예 이러한 지침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광주대교구, 의정부교구 등 몇몇 교구에서 주일과 겹치는 올해 한가위(9월 27일) 주보에 이 내용을 요약해 공지했으나, 이미 2012년에 공표된 이 지침을 주보에 다시 싣지 않은 교구도 많았다.

수도권에서 성당을 다니고 있는 한 신자는 주교회의 제례 지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의 가족들 중에는 천주교 신자가 많지만 제사는 가톨릭 예식과 관계없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신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전화 통화에서 “제사, 차례를 따로 지내지 않기 때문에 (지침에 대해) 몰랐고, 관심을 안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 천주교 신자 가정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한편, 또 다른 30대 신자는 친척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집안이어서, 그동안 책자를 참고하며 지침대로 천주교식 제사를 지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이 “괜찮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신교에서는 제사를 조상에 대한 우상숭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져가야 할 한국의 전통문화이며, 제례와 천주교 예식을 섞고 포용하는 것에 대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신자도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 지침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은 지적했다. 그는 “(천주교식으로 제례를) 하고 싶어도 자기가 많이 찾아봐야 하고, 어르신들은 인터넷에서 찾기 어렵다”며 “찾더라도 설명이 어렵게 돼 있다”며 좀 더 알기 쉽게 적은 책자나 인터넷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은 주교회의 2012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설, 한가위 명절 미사 전이나 후에 거행하는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 의식에 관한 지침’도 이때 함께 승인됐다.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은 기일 제사나 명절 차례를 지내려는 신자들을 위한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각 가정의 전통과 풍습에 따라 변형해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상 위에 십자가와 조상의 사진, 이름을 모시며, 촛불을 켜고 향을 피워 준비한다. 신자들은 제례 전에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을 깨끗이 하고, 복장을 단정히 갖춰 입고 준비한다. “성경”, “가톨릭 성가” “상장 예식” 등의 책을 준비해야 하며, 음식상을 차릴 경우 형식을 갖추려 하지 말고 소박하게 평소에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릴 것을 권장한다.

제례 예식은 가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성호경과 성가, 성경 봉독, 가족들에게 권고하는 가장의 말씀, 분향과 절, 위령 기도, 음식 나눔 등의 순서로 할 수 있도록 지침을 구성했다.

지침에서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허락한 제례는 유교식 조상 제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그리스도교적으로 재해석한 예식”이라며 “조상 숭배의 개념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신자 가정에서 제례는 의무가 아니며, 기일 등 선조들을 특별히 기억하는 날에는 가정 제례보다 위령 미사를 봉헌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 지침의 내용이다.

또한 지침에서는 기일 제사와 명절 차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제례’라는 말을 쓰고 있으며, “신위(神位), 신주(神主), 위패(位牌), 지방(紙榜)이라는 유교식 제례 용어는 조상 숭배의 의미를 연상시킬 소지가 있어, ‘조상(고인)의 이름’, ‘조상(고인)의 사진’ 등의 용어로 대치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아래의 주교회의 홈페이지 게시물에서 볼 수 있다.
http://me2.do/5W8UpBX2
http://me2.do/xm80TP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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