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종교가 웬수일지도


한 남자가 자기 어머니와 누이를 칼로 찌른다. 자기 형제와 그 처를 삽으로 때려죽인 자도 있다. 그리고 자기 동생을 죽인 자도 있다. 모두 가족 간 재산 다툼 때문이다.

그리고 또 이달에는 고인의 유산목록 작성에 반대한 가족, 친척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부고장을 보낸 이도 있었다.

이런 일들은 과거에 포르투갈 식민지로 현재도 가톨릭 신자가 주민의 1/4나 되는 인도 서부의 고아 주에서 가톨릭 신자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가톨릭 신자들의 조상들은 식민지 당국과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드넓은 농토를 갖게 됐는데, 이 재산의 분할을 두고 자손들이 서로 다투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포르투갈은 한때는 강대국으로서 교황청으로부터 스페인과 함께 전 세계를 양분하여 교회 선교권과 보호권을 위임받았다.

▲ 고아 주의 위치.(사진 출처 = ko.wikipedia.org)
고아 주는 1510년부터 포르투갈 식민지로 마카오와 함께 포르투갈의 아시아지역 교두보였으나 1961년에 인도가 강제 탈환하여 연방정부 직할령으로 삼았으며, 현재는 인도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주다. 야자수가 늘어선 해수욕장이 많아 국제 관광지로 유명하며, 지난 20년 새 인도 전역에서 이주민이 몰려 땅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투자도 몰리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부모가 재산을 분배할 때 공평하지 않았다거나, 법적 분배권을 내세운 형제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예전에 부락회의(판차야트, 마을 내 형사재판권까지 사실상 가진 전통적 자치공동체) 촌장이었으며 현재는 경찰관인 엘비스 고메스는 이런 분쟁은 기본적으로는 이 지역의 대가족제도가 핵가족으로 분할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아 대교구의 대주교가 이런 분쟁들을 가톨릭 정신에 따라 처리할 특별 법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메스는 “예전에는 공동체 생활이었다. 한 형제가 다른 형제를 돕고, 한 사람의 재산은 공동재산으로 생각했다. 현재 사회에서는 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과학자인 안토니오 페르난데스에 따르면, 여성의 지위 향상도 여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전에는 여자는 결혼지참금을 가지고 다른 집안에 시집가면서, 가족 재산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문서가 있어도 집안 재산을 상속할 (남자 형제들과) 동등한 권리가 있다는 법률 조언들을 받으면서, 여성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만약 형제 가운데 하나가 집안 토지를 상업용지나 아파트 용지로 전환하면, “딸들도 역시 (월세 등) 그에 따른 이익을 분배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딸들이 동등한 지분을 찾으려 하는 데는, 남편이 강력히 요구해서인 경우가 많다.”

상담사인 발렌테 아자베도 신부는 질투가 불화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부모가 특정 자녀만 편애해서 재산을 더 많이 주는 경우가 있다.”

로사리오 대학 학장이자 심리상담사인 시몬 디니즈 신부는 사람들이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때문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돈의 노예가 되었다.... 천국과 지옥에는 관심 없고, 돈을 갖기 위해서라면 사기, 위조, 날조, 조작을 서슴지 않는다.” “부부 간에는 물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서로 존중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가 마치 한 번 태어났으면 천년만년 살 것처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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