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인터넷언론, 시행령 철회 나서야

지난 9월 10일, 창간 10주년을 맞은 개신교 인터넷언론 <에큐메니안> 축하기념 세미나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터넷언론 죽이기 움직임을 알게 되었다. 현 집권 세력이 장기집권 플랜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를 보수화하려는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은 알고 있었지만, 인터넷언론까지 통제하려들 줄은 차마 예상 못했기에 자못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독교 인터넷언론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이란 제하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현실과 기독교 언론의 역할’이란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 임순혜 운영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 시도는 인터넷언론 말살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2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문화부는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에서 취재 및 편집 인력을 3명에서 5명으로 증원하고, 취재인력의 상시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중 한 가지 이상의 가입내역 확인서’를 제출하게 했다. 문화부는 함께 발표한 규제영향분석서를 통해 “인터넷신문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과도한 경쟁과 선정성 증가, 유사언론행위, 기사 어뷰징(abusing) 폐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따라서 인터넷신문 등록을 위한 최소 상시고용 인원을 증원하여 인터넷신문의 기사 품질 제고와 함께 언론매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여 인터넷신문 난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 '기독교 인터넷 언론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을 주제로 진행된 <에큐메니언> 창간 10주년 기념 세미나.(사진 출처 = 에큐메니안)

인터넷언론 규제는 조중동 주도 종이신문 영향력 유지 강화 의도

하지만 인터넷언론의 언론계 진입 장벽을 높인 이번 조치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논평대로 “기존 종이신문보다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언론 활동을 할 수 있는 인터넷신문의 매체 특성과 장점을 사장시키고, 자본과 인력을 동원할 능력이 떨어지는 사회적 소수자 등이 인터넷신문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2명을 신규 고용하는 비용을 3600만 원으로 추산한 문화부 방식대로라면, 5명의 상시 취재 및 편집 인력을 고용했을 경우 비용이 9000만 원으로 산출되는데. 결국 1억 원 미만 사업자가 5명의 인력을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 신문사업실태조사’를 보면 종사자 규모를 공개한 인터넷신문 1626개 언론사 중 연 매출액 1억 원 미만인 곳이 전체 85.1퍼센트로, 이번 시행령이 결과적으로 전체 인터넷 매체 85퍼센트 이상을 퇴출시키는 것이 되는 셈이다.

정권의 통제가 불가능했던 인터넷언론을 위축시켜 조중동이 주도하는 종이신문의 영향력을 유지, 강화해 현 정권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부르는 까닭이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5공식 언론통폐합’과 다름없는 언론자유 말살 행위”라고 반발하는 것도 그러하다. 이런 의혹은 조중동 같은 친여 매체들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사언론이 야기하는 피해가 심각하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식의 기획보도가 잇따르고, 새누리당에서 ‘인터넷신문이 정부와 여당에 부정적인 기사를 내고 있다’는 여의도연구소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법 개정을 서두른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장기집권 플랜 차원에서 인터넷언론까지 손보는 꼼꼼함

1인 미디어 시대라 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언론 환경 흐름에도 역행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왜 이런 작업을 추진하는 것일까. 총선과 대선을 앞둔 현 집권 세력의 정권재창출, 더 나아가 보수 세력의 장기집권 플랜 그 시나리오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이미 ‘그들만의 리그’ 수준인 대한민국. 우리나라를 삼권분립 민주주의국가라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에다, 여당이 다수당인 국회까지 이미 입법 사법 행정 삼부가 카르텔을 형성했다할 만큼 모두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의 욕심은 그치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대로 갈수록 보수화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이념 지형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진보 영역인 교육계와 문화계, 언론계마저 접수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노골화하고 있다. 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 투신 사건으로 드러났듯 국공립대 총장과 시도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등은 교육계 보수화 시도의 단적인 예다. 한국문화예술위의 정치검열 의혹 등 자율성이 목숨인 문화계 숨통 옥죄기도 심각하다. 이미 조중동과 종편에 공중파까지 보수화된 언론 환경이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도 그마나 통제가 불가능해 자유로왔던 인터넷언론까지 손보려는 것이 이번 시행령이다.

지리멸렬한 대항 세력, 각자도생 아닌 전민련으로 연대해야

어느 때부터 민주진보 진영에서 사회 재구조화를 외치고 있지만, 이미 그들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재구조화 작업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채찍을 휘두르거나 당근을 흔들거나 같이 강온 전략을 달리했지만 사회 각 분야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 장악하려는 시도를 포기한 적은 없었다. 장기집권의 토대와 기반을 마련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볼 것은 모조리 손보겠다는 심사로 그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기집권 시나리오에 맞설 대항 세력은 지리멸렬 그 자체다. 130석 거대 야당은 파이가 커진 만큼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며 무기력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어 정치자영업자 조합이란 비판까지 듣고 있다. 시민사회도 현 집권세력의 교묘한 저강도 독재 행태 앞에 맥을 못 추고 있다. 각자도생의 시대라지만 이미 부문별 각개전투로는 집권세력의 치밀한 공격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진정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것일까. 결국 연대만이 살 길이다. 1987년 6월항쟁 시절 반독재 투쟁을 이끌었던 조직이 전두환 정권에 맞서는 모든 세력이 결집해 만든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다. 6월항쟁 이후엔 그것이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으로 발전해 갔다. 지금 다시 제2의 ‘전민련’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인간다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연대해 장기집권 토대를 닦으려 사회 각 부문을 장악하려는 권력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 교계 인터넷언론 공동 대응 나서야

그날 세미나에서 임 운영위원장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문화부가 입법예고한 기간이 10월 1일까지인데 입법예고 기간이 지나면 차관회의를 걸쳐 그대로 시행된다”면서 “대부분의 인터넷신문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인 지금의 이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심각한 것은 교계 인터넷언론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이다. 가톨릭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가톨릭프레스>, <진실의소리신문>, 개신교의 <뉴스앤조이>, <에큐메니언>, <당당뉴스>, <베리타스> 등은 이제까지 교회 쇄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예언자적 소명을 다해 왔다.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며 사명을 선포하셨던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가신 길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이야말로 보수화 길을 걸으며 갈수록 기득권화 되어 가는 한국교회를 깨우는 목탁이다.

하지만 소수 인원으로 일당백 활동을 펼칠 만큼 대부분의 교계 인터넷언론들은 재정적으로 열악해, 이런 움직임 앞에 그야말로 풍전등화 처지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복음 정신으로 물심양면 보듬어야 할 소중한 몫이다. 교회에 예언적 자극을 주어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교회 쇄신의 촉진자로서의 이들의 역할을 교계가 인식한다면 앞장서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물론 우선은 시행령(안)이 철회 되도록 교계 인터넷언론들은 자구적 차원에서라도 관련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공동 대처해야 할 것이다.
 

▲ 각 언론사의 배너모음. ⓒ정중규

 

 
 

정중규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이자 정책네트워크 내일 장애인행복포럼 대표로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