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담회 이어져

천주교 춘천교구 신자들이 6월부터 매달 하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를 열고 있다. 9월 21일 저녁에는 춘천교구 사회사목국 주관으로 교구 사회사목센터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미수습자’ 가족과 간담회를 했다.

미수습자는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뒤 시신을 찾지 못한 9명, 단원고 학생 조은화, 허다윤 양, 남현철, 박영인 군과 교사 고창석, 양승진 씨, 일반인 탑승자 권재근 씨, 권혁규 군, 이영숙 씨를 말한다. 가족들은 이들 9명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다는 뜻을 가진 ‘실종자’라는 말보다는 세월호 안에 분명히 있다는 의미로 ‘미수습자’라는 말을 쓰고 있다.

▲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오른쪽 첫째)가 간담회를 마친 뒤 신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최미경)

춘천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조은화 양의 부모와 연대활동가 신요섭 씨가 참석해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인양, 미수습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변에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조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정부가 인양 결정을 했고, 인양해 준다는데 왜 아픈 몸을 이끌고 피켓을 들고 있느냐고 많은 분들이 묻는다”면서 “세월호 안에 엄마, 남편, 자녀가 있다면 무엇부터 얘기하겠는가”하고 되물었다. 이 씨는 “‘꺼내 달라, 살려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면서 “사람으로서, 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이 말밖에 없다는 것이 저희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며 겪지 말아야 할 고통을 겪고 있는”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에 대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부터 찾는 것이 먼저”라고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에게는 각자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들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 씨는 “노란 리본을 달아 주시고, ‘사람부터 찾자’고 말해 주시고, (미수습자들의) 이름을 써 주셔도 되고, 알려주고 외쳐 주셔서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고 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이 모든 것이 잘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배가 올라오지 않을까봐, 올라와도 내 딸이 거기에 없을까봐 저희는 사실 무섭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자 70여 명이 참석했으며, 춘천교구 사회사목국장 여성재 신부 등 사제 11명이 미사를 공동집전했다. 세월호참사 뒤 500일이 넘도록 배와 함께 가라앉은 딸을 기다리고 있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인 만큼 분위기는 무거웠다. 참석자들은 말없이 부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몇 사람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조 양의 아버지 조남성 씨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대처 과정을 보며 “조선 강국이라는 이 나라가 되돌아보니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면서 “정부를 믿어야 하지만 믿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선정한 인양 업체 ‘상하이 샐비지 컨소시엄’의 장비들을 보면서 “처음부터 이런 설비와 매뉴얼만 제대로 갖추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살아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춘천교구 외에도 서울 광화문광장과 수원교구, 인천교구, 광주대교구, 부산교구 등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미사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희생자가 많았던 안산 단원고가 있는 지역인 수원교구에서는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앞에서 매일 저녁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참사 현장이 가까운 팽목항에서도 매주 수요일 오후에 광주대교구 사제와 신자들이 미사를 열고 있다.

세월호 인양팀은 지난 8월 하순부터 선체 인양을 위한 조사와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8월 17일 해양수산부는 세월호에 대한 정밀조사와 잔존유 제거, 미수습자 유실방지망 설치를 거쳐 2016년 7월 전에 인양을 마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 9월 21일 춘천교구 사회사목센터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신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 최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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