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주교, ‘전교의 달’ 담화

주교회의 복음화위원장 이병호 주교가 10월 ‘전교의 달’을 앞두고 발표한 담화문에서 오는 12월 시작되는 ‘자비의 특별 희년’의 의미를 설명하고, “하느님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주교는 “정의와 자비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자비에 관해서 하는 모든 말이 의미를 잃게 된다”면서 “극단의 정의는 극단의 불의”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며, 한국 사회에서 법의 심판이 균형을 잃고 있음을 비판했지만 구체적 사례를 들지는 않았다.

“정의를 수호하고 실현해야 하는 법원에 가면, 정의의 상징으로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정확하게 균형을 잡은 저울이 그림이나 조각으로 새겨진 것을 봅니다. 그런데 극도의 정의를 앞세워 극도의 불의가 자행되고 있는 현실은 그 저울이 자주 균형을 잃고 불의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는 현상을 보여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서는 그 저울이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일도 있어야 세상이 희망을 찾고 정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자비는 반대쪽으로 기울어진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또 그는 신자들에게 자비의 특별 희년 동안 “성문이 있는 각 교구와 전국의 성지를 순례”하며, 2016년 3월 11-12일에 ‘주님을 위한 24시간’을 거룩하게 지키며 고해성사를 받고, 희년의 사순 시기에 파견될 자비의 선교사의 강론에 적극 참여하자고 당부했다. 이 주교는 “그렇게 함으로써 각자 마음의 문을 열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참 제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로 변모하며, 교회는 자비의 참된 증인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의와 법을 담당하는 여신 유스티티아를 표현한 동상.(사진 출처 = pixabay.com)

자비의 특별 희년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인 2015년 12월 8일에 시작해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끝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자들이 하느님의 자비에 주의를 기울여 그들 자신이 그 자비의 뚜렷한 표지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특별 희년을 선포했다.

이병호 주교가 담화문에서 말한 성문(聖門)은 평상시에 닫혀 있지만 희년(성년)에 여는 로마 4대 대성전의 문을 말하며, 성년문(聖年門)이라고도 한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 11일 발표한 자비의 특별 희년 칙서 ‘자비의 얼굴’에서 대림 제3주일(2015년 12월 13일)에 모든 개별 교회에서도 주교좌 대성당이나 특별히 중요한 성당에서 자비의 문을 열고 희년 내내 열어 두라고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병호 주교는 이번 담화문에서 10월 전교의 달을 맞아 가톨릭 신자들이 ‘선교사’의 소명을 되새기며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특별 희년을 지내며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고 열정과 확신으로 신앙을 증언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자신이 하느님에게서 무한한 용서와 자비를 받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 천주교는 1926년 비오 11세 교황이 신자들의 선교 의식을 높이고자 10월 마지막 주일의 앞 주일을 ‘전교 주일’로 정한 데 부응해 1970년부터 10월을 ‘전교의 달’로 지내고 있다. 이날 한국 천주교에서 모은 특별 헌금은 교황청 전교기구로 보내 전교 지역의 교회를 돕는 데 쓰인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