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모임, “나홀로가족 등과 함께해야”

소공동체가 일인가구, 재혼 및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정 등 ‘신 가족들’이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같은 결론은 천주교 주교회의 소공동체소위원회가 주최한 제14차 소공동체 전국모임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본당 사목을 소공동체와 가정 친화적인 내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소공동체 전국모임에는 13개 교구에서 평신도 162명, 수도자 20명, 부제 11명, 사제 21명, 주교 2명 등 모두 216명이 참여했다. 교구, 본당 소공동체 활성화 및 교육팀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구역 반 소공동체 봉사를 5년 이상 한 사람들이 주된 참가 대상이었다.

강영옥 소공동체소위 위원은 70대 노인들로만 이뤄진 서울 대방동 성당 소공동체와 부모, 자녀가 함께 모이는 제주 정난주 성당 소공동체에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강 위원은 처음 1-2년은 성경을 읽는 것도 어려워했던 대방동 성당 노인 신자들이 소공동체를 통해 한글을 깨치기도 하고, 다른 신자들과 친교를 나누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고 했다.

제주 정난주 성당 소공동체에 대해 강 위원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자녀가 부모와 함께 앉아 복음 나누기와 기도를 자연스럽게 했다며, 청소년의 이야기에 부모 세대가 귀 기울여 듣고 청소년은 어른들에게 스스럼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대전 복수동 성당에서는 가족 단위의 소공동체 경험을 나눴다. 오종진 주임신부는 “가정 소공동체 모임을 도입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부모님과 자녀가 서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다”며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복음의 빛으로 삶을 비추어 보고, 자신의 삶을 나누다 보면 섣부른 판단이나 꾸지람 없이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 신부는 부모와 자녀가 어떤 주제를 갖고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가정 과제를 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 체험 사례를 발표한 복수동 성당 신자 정자영 씨는 “가정 소공동체 모임은 평소에 생각을 말하지 않는 남편의 마음을 아는 자리이고, 저의 힘듦을 표현하는 자리, 아이들이 쑥스러움을 이기고 씩씩하게 주님을 초대하고 말씀을 나누며 성장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또 그는 “남편이 퇴근해 들어오면 아이들은 각자 놀다 부르고 불러야 달려왔는데 공동 활동으로 정하고 실천하다 보니 현관 버튼 소리만 들려도 서로 달려가 안기느라 바쁜 풍경이 되었다”고 했다.

자녀들도 사례 나눔에 나섰다. 정 씨의 큰아들 홍진형 군은 가정 과제인 세족례를 하면서 부모님과 동생의 발을 씻어 주니 ‘내가 언제 또 부모님과 동생의 발을 씻겨 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동생 홍진성 군은 처음에는 가정 소공동체를 하기 싫어했지만 지금은 재미있어졌다면서, “말씀 나누기 할 때 처음에는 짧게 말하였지만 점점 길게 말하게 되었다”고 했다.

▲ 서울 대방동 성당의 소공동체.(사진 제공 = 서울 대방동 성당)

소공동체소위원회 노주현 총무는 “소공동체가 위기 상황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을 품고, 뿌리를 잃고 흔들리는 오늘날의 가정과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이 소공동체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참 가정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물으며, 많은 사례가 있지는 않았지만 이번 전국 모임을 통해 가능성과 희망을 살펴볼 수 있었다고 9월 1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최종 선언문에서 “가정은 복음화의 주체이며 대상인 ‘가정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저출산, 이혼의 증가 등으로 나홀로가족, 재혼부부의 복합가족, 조손가족, 한부모가족, 독거하는 노인가족,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우리 사회에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렇게 새롭게 등장하는 우리 사회의 ‘신 가족들’을 동반하기 위해 소공동체가 이들과 함께할 대안적 가족 공동체임을 본당 사례들을 통하여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선언문은 본당 사목이 가정의 위기, 도전과 관련해 패러다임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면서, “제도적이고 개인 신심 위주의 본당 중심 사목에서 소공동체와 가정 친화적인 사목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이어서 “우리 사회에 급속히 등장하고 있는 신 가족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본당에서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소공동체 모임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공동체 전국모임은 오늘날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가정을 소공동체가 어떻게 지지하고 격려하며 함께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가정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열리는 2015년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응답하고자 마련됐다. 전국모임의 주제는 ‘소공동체와 가정’이었으며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냐”(마태 12,48)를 주제 성구로 삼았다.

“미디어 종사자를 위한 천주교 용어 자료집”에 따르면 소공동체는 ‘그리스도교적인 작은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1956년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활성화하고자 브라질의 로시 주교가 만들었다. 소공동체는 억압과 빈곤, 사제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성직자와 본당 조직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평신도의 역량을 사목 활동과 복음화에 도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주교회의는 소공동체를 기초교회공동체의 여러 형태 중 대표적인 것으로 본다.

소공동체 전국모임은 한국 천주교의 소공동체 경험을 나누고 지도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2001년부터 거의 매년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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