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대 서가대연을 만나다

지난 2007년 11월 24일, 서울대교구가톨릭대학생연합회(서가대연)은 이화여대에서 총회를 열어 52대 의장단과 중앙일꾼을 선출했다. 서가대연은 서울지역 30여개 대학의 가톨릭학생회의 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명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26개 단위대학이 참가한 이날 총회에서는, 의장 광운대 06학번 서윤호(바오로), 부의장 서울시립대 06학번 한신욱(베드로), 그리고 함께 중앙일꾼으로 결의한 덕성여대 06학번 박혜정(세실리아)가 서가대연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되었다. 작년 7명보다 적은 수의 일꾼이다. 어려운 시기에 서가대연을 맡아 이끌게 된 이들을 만나, 그간의 과정과 이들이 이끌고자하는 서가대연 상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회원들이 느끼는 부족함을 채우고 싶다

인사동 어귀의 찻집에서 만난 이들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밝고 적극적이었다. 자리를 잡자 우선 서가대연 의장단을 결심한 이유를 물었다. 서윤호 의장은, 서가대연의 의장활동을 통해서 학교 가톨릭학생회에서 활동하면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얻고 싶다고 했다. 가장 얻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서가대연은 국제가톨릭학생운동(IMCS)에 소속되어 외국의 가톨릭학생회와 교류를 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이지넷(EASYnet)등과 연대하고 있다. 서 의장은 서가대연 회원들뿐 아니라 이런 연대단체들과 자주 만나서 회의도 하고, 시야를 넓히고 싶다고 한다. 한신욱 부의장은 대중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은 만큼 회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좀더 자신이 성숙해지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회원들이 활동하면서 느기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총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서 의장의 경우엔 “가톨릭학생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하는 문제였다. 준비과정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학교 가톨릭학생회 회원들을 좋아하지만, 정작 가톨릭학생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들 별다른 활동 없이 술 마시고 놀기만 하는 분위기가 굳어진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보낸 2년 동안 “‘나는 누구인가’, ‘나의 신앙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식의 고민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 부의장 역시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학교 가톨릭학생회 뿐만 아니라 서가대연도 종종 나가는 열심한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학교 가톨릭학생회의 회장을 떠밀리듯 맡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맡게 된 회장 임기동안 억울하고 의욕도 없었다며, 그 때문에 서가대연 부의장 제의에도 머뭇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평소부터 준비하지 못하고 있던 고민을 한꺼번에 하면서 총회를 준비하고 정책을 세우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52대 가대연 의장 서윤호

총체적인 신앙을 경험할 수 있는 서가대연을 만들겠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1년 간 회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기본’을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이런 논의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한다. 서 의장은 “대학생들이 청년성서모임 같이 영성을 통한 위안을 강조하는 것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그 단체들의 방향은 존중하지만 그것으로 총체적인 기본을 이해하기에는 편향되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도 1학년 때 청년성서모임의 연수에 다녀왔지만, 그것만으로 신앙의 길을 발견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부의장은 “개신교 신자들과 만나서 토론하고 나면 무언가 그들의 오해를 풀어내고 싶지만 무얼 말해야할지 몰랐다”며 가톨릭학생회 안에서도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런 기본에 대한 이해 부족에 대해 아직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모여서 이런 상황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들은 구체적인 접근으로, 우선 서가대연 일꾼들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알기 위해 책으로 세미나도 하고 강연도 듣기로 했다. 서 의장은 “이런 공부를 통해 회원들의 원하는 바도 더 잘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들은 현재는 <88만원 세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같은 책을 읽고 있고, 이후 복음서 해석, 교회론 등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나갈 예정이다. 이런 책읽기 목표를 묻자 서 의장은 “우리를 둘러싼 사회현상들과 우리들의 신앙 정체성 사이의 관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또한 미사 등의 전례를 아예 무시하거나, 참여는 하더라도 전례의 의미에 대한 이해 없이 기계적인 의무로 참가하는 지금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회원들의 ‘전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사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 부분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아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박혜정 씨는, 이런 사업들을 제대로 하려면 사람들을 모으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지구모임’과 같은 자리를 강조했다. 서가대연은 서울에 있는 대학들을 동, 서, 남, 북의 네 개 지구로 나누어서 관리하고 있다. 그는 “이런 각각의 지구 모임이 활발히 되어야 중앙에도 편하게 와서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집행부가 학교들을 돌아다니면서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도 밝혔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을 진행해나가겠다

가톨릭학생회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현실에서 집행부의 힘이 빠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듣자, 이들은 입을 모아 “미리 각오하고 있다”면서 “1년간 어떤 일이 있어도 꾸준하게 일을 진행해 가겠다”고 다짐한다. 서 의장은 “회의가 많은데,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개인이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성실한 시간 관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물리학계의 원로인 장회익 선생은, 자연과학, 인문과학과 같은 학문 간의 소통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부챗살을 밑에서 지탱해주는 연결고리로 내려가면 이들이 모두 맞닿게 되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문제는 부챗살 사이의 소통이 없는 것인데, 서 의장은 이 ‘부챗살의 비유’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전례, 사회에 대한 인식 등 이런 부채의 가장 밑 부분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백승덕 200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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