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교회-한상봉]

신도시 개발로 한국교회 지형이 약간 바뀌고 있다. 본래 한국교회는 부동의 대형교구 위치를 놓치지 않는 서울‘대’교구, 그리고 권역별로 나뉜 대구대교구와 광주대교구가 다음 순위이며, ‘그 밖의’ 교구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도권의 도시 확장과 신도시 개발로 거대교구 자리를 넘보는 수원교구가 부상하고 있다. 혹자에 따르면 수원교구 신도시 지역의 모 성당 일 년 예산이 광주대교구의 일 년 예산과 맞먹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으니, 그 기세를 알 만하다. 그래도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주교는 이참에 돈벌이에 나서자고 서울대교구처럼 직접 주식회사를 차려 수익사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교회 중산층화로 인한 교회 상업화 혐의는 누누이 지적되어 왔지만, 사실상 이 문제가 모든 교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농촌 중심의 안동교구 같은 경우에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부르짖고 있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새길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히 가난하다. 그런 점에서 안동, 원주, 춘천, 의정부 같은 교구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같은 교회이며, 가톨릭판 번영신학에 오염되지 않은 비교적 청정지역이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요즘 인천교구가 ‘상업화와 부당노동행위’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운영하는 국제성모병원의 의료급여 부당청구와 인천성모병원의 노사문제 때문이다. 지난 1일에는 성모병원 정상화 인천시민대책위와 보건의료노조 등이 인천성모병원 불매 운동까지 선언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인천본부 산하 사업장 노동자가 성모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인천성모, 국제성모병원 과잉진료 신고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 교황청에 방문해 성모병원 문제를 알리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이렇게 분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성모병원이 돈벌이에 혈안이 되었고, 노동조합을 탄압한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인천교구는 의료선교의 목적과 가톨릭 사회교리를 배신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성장주의의 늪에 빠진 인천교구

이 모든 문제의 바탕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결국 ‘돈’이다. ‘기회는 찬스’라고, 중산층 신자들을 겨냥해 돈 나올 곳이 있다고 판단되면 교회도 돈 모을 명분을 찾아 나선다. 인천교구의 경우에 2011년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사업이 안성맞춤이었다. 50주년을 앞두고 인천교구는 2009년 11월 사제전체회의에서 기념사업 설명회를 하면서 인천가톨릭대학교에 인접한 산기슭에 대지 3만여 제곱미터, 연건평 1만 3000여 제곱미터 규모의 ‘국내 최고최상의 종합 영성교육 피정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건립비용은 약 300억 원. 인천교구 신자들이 세대 당 100-150만 원을 봉헌해야 가능한 금액이다. 이미 주보를 통해 모금운동을 시작한 상태였다. 굳이 피정센터 건립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교구사정을 감안할 때 왜 이처럼 ‘대규모’ 피정센터가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성지개발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신앙을 명분으로 부동산 확장을 꾀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받을 만하다. 결국 교구 사제들 사이에 심각한 논란과 반대에 부딪쳐 모금운동이 지체되었다. 교구는 결국 2012년 다소 축소된 형태로 ‘갑곶 순교성지 50주년 기념 영성센터’ 준공으로 만족해야 했다.

개발에 대한 인천교구의 욕망은 사실상 그 이상이었다. 인천교구는 50주년 기념사업으로 피정센터 건립 외에도 처음에는 영종 하늘도시에 ‘국제광장 대성전’ 건립을 계획했다. 2009년 당시 인천광역시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시와 협약을 맺어 영종도의 인천대교에 인접한 약 3만 제곱미터의 공간에 ‘밀라노 디자인 시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안상수 시장은 인천교구에 ‘우선분양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밀라노 디자인 시티 안에 광장을 두고 인천교구가 그곳에 밀라노대성당과 유사한 대성당을 지으라는 것이다. 인천교구는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여 주교좌성당을 영종도로 옮길 생각까지 했지만, 결국 막대한 건설비용과 교구사제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당시 안상수 인천 시장은 인천을 “밀라노와 같은 세계적 디자인 산업 명품 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교구의 최기산 주교는 당시 주교좌성당을 디자인 명품 성당으로 짓고, 교회를 관광지로 만들어 어떤 ‘대단한 수익’을 기대했는지 궁금하다. 그나마 이 계획이 구상 단계에서 무산된 것이 다행이다. 실상 3조원을 투입해 한국의 밀라노를 만들겠다던 인천 영종도 밀라노디자인시티 사업은 2011년 시행사인 피에라 인천전시 복합단지(FIEX)의 파산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천교구가 종교적 사업 확장에 대한 꿈을 여전히 접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신정권 시절부터 ‘돈맛’을 알았던 대구대교구는 물론이고, 인천교구도 서울대교구가 2004년에 설립한 학교법인 주식회사 ‘평화드림’을 벤치마킹해서 ‘주식회사 바다의 별’을 설립한 바 있다. 물론 교구 재정을 안정화시키자는 명목을 내세웠다. 그러나 평화드림처럼 “언제까지 신자들의 헌금에 의존해서 교구를 운영할 것인지” 묻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교회를 신앙공동체가 아닌 상업적 이익집단으로 변질시켜도 좋다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 인천교구에서 운영할 실버타운 마리스텔라 조감도.(이미지 출처 = 국제성모병원 홈페이지)

의료선교가 아닌 병원사업에 몰두하는 교회

재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다. 평화드림은 통신, 여행과 레저사업을 포함해 사무기기와 건설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몫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의 성모병원들을 통해서 얻는 수익이다. ‘평화상조’로 대변되는 장례대행업과 주차장 관리, ‘미셸푸드’ 등 식품유통업, 특히 병원기자재 등 병원과 연관된 사업은 엄청난 수익을 교구에 안겨 주었다.

인천교구는 하필이면 서울대교구에서 가장 질 나쁜 사업을 본보기로 삼았다. 인천교구의 ‘바다의 별’은 성모님의 이름으로 교구 내 기관들에게 가구와 가전제품 유통사업, 자동차보험과 팩스 용지까지 납품해 왔지만, 결국 병원 부대사업에서 승산이 없으면 수익사업에 실패할 조짐이 보였다. 인천교구가 소유한 병원은 ‘바다의 별’ 설립 당시 2005년에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서 넘겨 준 ‘성모자애병원’(현 인천성모병원) 하나뿐이었다. 관할 구역인 부천에 있던 ‘성가병원’(현 부천성모병원)은 성가소비녀회에서 인천교구가 아닌 서울대교구에 무상증여함으로써 제외되었다. 결국 ‘주식회사 바다의 별’은 의미 있는 수익사업에 실패하고 최근 인천교구 홈페이지에서도 슬그머니 관련사이트가 사라졌다.

결국 인천교구는 재정확보를 위해 병원사업에 명운을 걸고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인천 서구에 있는 ‘메디컬테마파크’ 사업이다. 이곳에는 국제성모병원과 성모요양원, 마리스텔라 실버타운이 있으며, 공연장과 레스토랑, 골프 연습장, 휘트니스 센터 등이 있는 메디컬테마파크몰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2014년에 인천가톨릭의료원을 별도로 설립했는데, 병원사업에 뛰어들면서 안정적인 의료진 수급을 위해 관동대학교를 사서 가톨릭관동대학교를 설립했다. 관동대 인수에 450억 원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현물 출자 1040억 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인천교구는 ‘성모’의 이름으로 ‘의료사업’이라기보다 ‘병원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익에 앞서 얼마나 많은 교구 부채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 자칫하면 한국교회에서 제일 먼저 ‘교구 부도’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래, 돈이 문제다”
돈벌이에 사목은 뒷전인가

인천교구의 병원사업과 관련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2000년대에 한국순교복자수녀회와 성가소비녀회가 무엇을 고민했는지 교구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애초에 수도회의 병원사업은 ‘의료선교’의 차원에서 한국사회의 열악한 의료상황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형병원을 비롯한 각급 병원들이 곳곳에 있는 가운데 교회가 똑같은 병원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 그나마 이유가 있다면 주교와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저렴하게 의료혜택을 줄 수 있다는 이득 정도겠다. 인천교구는 성가소비녀회가 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성가복지병원’만 남기고 병원사업을 포기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의료현실에서 대형병원은 철저하게 ‘영리 위주’로 운영하지 않으면 의료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그리고 그런 영리사업은 이미 교회의 몫이 아니다.

그런데 인천교구는 영성센터 건립과정에서 경험했듯이 막대한 사업자금을 헌금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대형병원 설립이 관건이 된다. 그러나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기 위해 먼저 막대한 빚을 얻을 수밖에 없고, 이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익을 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이 지점에서 인천교구는 구설수에 오르는 행위를 통해 패착을 두게 된다. 국제성모병원의 경우에는 병상을 채우고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모든 방법이 동원될 것이다. 마리스텔라는 투자한 만큼 입주민을 늘리고 테마파크 가동을 활성화시키야 한다. <매일미사>에 매번 마리스텔라 광고가 등장하는 이유다.

교회가 돈벌이에 명운을 걸다보니, 사목은 뒷전이 되고, 노동조합은 눈엣가시다. 인천성모병원은 계속 규모를 키우고 있는데, 250명이던 노조원은 11명 남았다. 그래서 이들은 인천교구가 “극단적 수익 추구로 노동권과 인권을 짓밟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성모병원은 허위 환자 유치 혐의와 관련해 지난 6월 병원장 등 17명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의 수사 결과, 국제성모병원은 ‘환자 유치의 날’을 정해 직원들의 친인척을 동원해 환자를 유치하고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혜택을 줬으며,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 ‘돈벌이 경영’이란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시사인천>의 보도에 따르면, 인천성모병원 병원장인 이학노 몬시뇰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교흥, 신학용, 최원식, 홍영표 후보에게 500만원씩, 문병호 후보에겐 300만원을 기부했다. 새누리당 이학재, 홍일표, 황우여, 정유섭 후보에게도 500만원씩 기부했다. 이중 7명이 당선됐는데, 묘하게도 인천교구 산하의 병원이 있는 서구강화갑과 부평갑에 출마한 후보에게는 여야 후보 모두에게 정치후원금이 전달되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천주교 사제가, 그것도 병원장 신부가 왜 정치인들에게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기부금을 건넸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사제 개인의 정치적 지향 때문에 돈다발을 건넸을 리는 없다.

교회가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

실상 이권 관련 의혹도 있다. 인천성모병원은 2010년에 병원에 인접한 옛 경찰종합학교 부지 약 1만 6000여 제곱미터를 244여억 원에 샀다. 병원 측은 이 부지를 지금은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향후 최첨단 의료시설과 병실을 갖출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아예 나머지 부지도 사들여 종합의료시설을 세울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안다. 추가 부지 구입에 드는 비용도 대략 65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인천교구가 어디서 이 막대한 비용을 구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과연 인천교구가 19대 총선 대 정치인들에 대한 기부금을 제공한 것 외에 또 다른 로비는 없었는지 의심스럽다. 교회가 정치권력과 거래해야 한다면 이미 교회는 복음적 신실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8월 26일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명옥 지부장이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 촉구와 천주교 인천교구 최기산 주교 면담요청’ 등을 요구하며 답동주교좌 성당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성당 측의 요청인지 경찰의 자발적인 투입인지 모르지만, 성당에 경찰력이 진입해 노동조합의 틈입을 막아야 할 정도라면 이미 그 교회는 희망이 없다. 경찰의 힘을 빌어 노동자들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 교회는 과연 누구의 교회인가, 묻고 싶다.

지난 2002년부터 줄곧 세계노동절에 즈음해 유일하게 ‘노동자주일’을 지내고 있는 곳이 인천교구다. 교구장인 최기산 주교는 한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했던 분이기도 하다. 그 복음적 열정이 일순간에 무너지고 교회가 맘몬의 유혹에 굴복한 것 같아 애석하다. 그리고 지금 빠져 있는 자본의 늪에서 인천교구가 이제라도 빠져 나오길 희망한다. 그리고 현재 인천교구가 겪고 있는 상황을 한국교회의 다른 교구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호소한다.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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