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신부가 영화 만드는 이유

교회의 정신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문화예술을 통해 세상과 나누기에 힘쓰는 한국가톨릭문화원(문화원)이 영화 제작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 영화 '사랑이 이긴다' 포스터.(이미지 제공 = 한국가톨릭문화원)
영화 ‘사랑이 이긴다’는 이미 여러 언론에서 사제들의 참여로 주목 받고 있다. 이 영화에 사제들이 참여하게 된 연결고리가 한국가톨릭문화원장 박유진 신부다. 영화 ‘사랑이 이긴다’의 VIP 시사회가 열리는 영등포 CGV 영화관에서 영화 관람 바로 전에 박 신부와 만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위기는 가족의 위기”

민병훈 감독과의 인연도 있었지만, 문화원이 제작에 참여한 이유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모습 때문이다. 박 신부는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며, “대부분의 가정에는 조금씩 금이 가있고, 소통의 벽이 생긴” 현실에서 “가족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를 영화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교회도 동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은경축(사제서품 25년째)을 맞은 박 신부는 동기 신부들에게 영화 제작비 펀드를 제안했다. 제작이 처음이니 “손해가 나면 함께 안고 가자”는 말도 덧붙였다. 50여 명의 사제가 제작비 지원뿐만 아니라 개인의 비용으로 영화관을 대관해 신자들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줬다.

메이저급 영화사나 배급사도 없고, 상업영화도 아닌 다양성영화(작품성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저예산 영화)라 어려운 여건이지만, 박 신부는 “영화도 그렇지만 세상에서 우리가 해 본 일 중에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이어 박 신부는 이렇게 많은 신부들이 공동투자를 이뤄 낸 것이 신자들에게도 자부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원은 신자들의 놀이터”

▲ 한국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사진 출처 = 한국가톨릭문화원 홈페이지)
문화원의 도전은 문화원을 만들 때부터 시작됐다. 아니, 1998년 IMF사태로 온 국민이 힘겨워하던 시기에 문화원을 연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문화, 예술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만, 당시에는 이런 여론이 더욱 심했다. 그때 박 신부는 음악피정을 열었고, “교회의 예술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치유하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경험했다.

2013년에 문화원은 경기도 김포에 아트센트를 열면서 44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추고, 클래식, 생활성가, 대중공연, 전시회 등 다양한 공연을 열고 있다. 문화원에서 열리는 공연의 절반 정도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많은 공연이 무료다.

박 신부는 문화원이 “신자들이 즐겨 찾는 놀이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차 한잔과 미사, 콘서트 그리고 운이 좋으면 전시회까지 부담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현재 문화원은 매주 목요일에는 생활성가 콘서트를, 매주 주일에는 음악피정을 열고 있어, 미사도 드리고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또한 문화원은 어려운 예술가를 지원하고,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 본당사목자에게 제공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 박유진 신부.(사진 출처 = 한국가톨릭문화원 홈페이지)
내 자신이 기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문화원은 100퍼센트 후원으로 운영된다. 문화에 기부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박 신부는 문화에 기부하는 것이 교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빌어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며, 교회의 정신, 하느님의 말씀, 그리스도의 사랑이 흘러넘치는 복음문화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느님이 우리를 자녀로 삼은 것은 주님을 만나라는 것이며 우리의 삶과 마음으로 주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게 되면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신앙인에게 거룩한 기쁨이 중요하며, 그것이 곧 행복”이라고 했다. 내 자신이 기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 에너지가 사회의 정의, 진리를 위해서 퍼져 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기존의 교육적인 방식보다는 교회가 즐기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원은 4일부터 6일까지 초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 대화도 하는 ‘한국 가톨릭어린이영화제’를 연다. ‘사랑이 이긴다’의 민경훈 감독과 스태프들이 초등학생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했다. 박유진 신부는 “아이들이 어른이 돼서 돌이켜봤을 때 교회 안에서의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어린이영화제를 기획한 이유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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