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주교의 고뇌

바샤르 와르다 대주교는 그간에 이라크의 위기상태 속에서 자신의 신앙이 어떤 도전을 받았고 어떻게 변했는지 질문을 받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이슬람국가(IS)를 피해 이르빌로 왔을 때 자기가 겉으로는 그들을 환영하면서 용기를 내라고 했지만 자기 마음 속에서는 날마다 “하느님과 싸웠다”고 말했다.
 

▲ 바샤르 와르다 대주교.(사진 출처 = CNS)

와르다 대주교는 동방가톨릭인 칼데아 전례교회 소속으로서 이르빌 대교구를 맡고 있다. 그는 또한 구속주회에 속한 수도자이기도 하다. 이르빌은 2004-08년에 한국의 자이툰부대가 주둔하던 곳으로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속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내가 겪는 모든 위기와 소망, 생각, 그리고 슬픔을 모두 하느님께 맡긴다. 그러면 적어도 약간이나마 안식을 찾을 수 있다.” “다시 다음날이 되면 나는 내가 절대로 꿈도 꾸지 못했을 그분의 섭리와 함께 깨어난다.”

10만 명이 넘는 그리스도인과 소수종교인들이 이르빌로 피난처를 찾아 몰려들었던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와르다 대주교는 수난받는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돌보심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본다면서, 많은 현지 평신도나 미국 가톨릭구제회나 국제가톨릭 사목원조기구 등이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와르다 대주교의 이 인터뷰는 그가 8월 하순 미국을 방문 중에 인디애나폴리스 대교구의 <크라이터리언>(Criterion, 표준)과 한 것이다.

그가 맡은 이르빌 대교구는 이러한 가톨릭 원조기구들의 도움으로 난민들에게 잠자리와 음식, 의료와 교육 등을 돕고 있다.

"하느님은 한 나라가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을 교회와 수많은 이들의 자선을 통해 하셨어요."

그는 난민이 된 그리스도인들이 보여 주는 불굴의 신앙을 보면서 자신의 신앙도 강해졌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어떤 박해를 받았는지, 밤새워 10시간을 걸어야 했다는 얘기 등을 하지요. 그리고는 ‘우리가 살아나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누슈쿠르 알라, 하느님 이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맺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슬람국가”를 아랍말 “다에쉬”(Daesh)로 부르며 얘기할 때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에쉬는 악한 자들입니다. 사람을 마구 죽이고, 강간하고, 다른 이를 대하는 방식이 모두 잔인합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학살하는 신학을 갖고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장악했는데 이르빌이 40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걱정했다. “미국과 연합세력이 다에쉬의 진군을 막았고, 사람들이 조금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공포스런 경험 때문에 이르빌로 도망쳐 온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제는 아예 요르단이나 레바논, 터키 등의 난민 수용소로 옮겨가고 있다. 영원히 중동 지방을 떠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던 곳과 이웃에 대한 신뢰를 잃었어요. (이슬람인인) 이웃들이 몽땅 그들을 배신하고, 그들을 훔쳐갈 보물로 봤어요. 그들의 집과 재산을 가로챘지요. 그들의 딸들은 언제든 위해를 당할 처지에 놓였고요.“

와르다 대주교는 이르빌로 피난한 사람들이 모두 모술이 해방되어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국제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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