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구월부터
- 박춘식
십자가
그 아래 성모님 그림
텔레비전
옆으로 산티아고 조개 지팡이
달력과 벽시계
순교자 그림
시 한 편의 액자
성조 아브라함 그림
거실 벽을 마주하며 매일
보이는 것은 눈에 없고
보는 것만 살피는 먹통 -
구월부터
십자가 안에 순교자를 바라보고
그다음 리모컨 91번을 눌러야지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8월 31일 월요일)
우리는 항상 보이는 온갖 사물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수천 가지 보이는 사물을 다 살펴보지는 않습니다. 보고 싶은 것 또는 필요한 것만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보아야 하는데 늘 보는 것은 텔레비전이나 그저 먹는 것과 생활용품입니다. 순교정신으로 눈동자를 세척하여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본 다음 다른 것을 보는 노력을 한다면 하늘에 있는 순교자들께서 매우 기뻐하시라 여깁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