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강화도 바다의 별 청소년 수련원 안의 순교자 현양 동산.ⓒ박홍기

구월부터

- 박춘식

십자가

그 아래 성모님 그림

텔레비전

옆으로 산티아고 조개 지팡이

달력과 벽시계

순교자 그림

시 한 편의 액자

성조 아브라함 그림


거실 벽을 마주하며 매일

보이는 것은 눈에 없고

보는 것만 살피는 먹통 -

구월부터

십자가 안에 순교자를 바라보고

그다음 리모컨 91번을 눌러야지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8월 31일 월요일)


우리는 항상 보이는 온갖 사물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수천 가지 보이는 사물을 다 살펴보지는 않습니다. 보고 싶은 것 또는 필요한 것만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보아야 하는데 늘 보는 것은 텔레비전이나 그저 먹는 것과 생활용품입니다. 순교정신으로 눈동자를 세척하여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본 다음 다른 것을 보는 노력을 한다면 하늘에 있는 순교자들께서 매우 기뻐하시라 여깁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