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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자기 상처 먼저 드러내야죠"'교회,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기 위하여' - 2

스스로도 부족하고 모자라며, 그래서 상처받지만, 그 상처로 인해 고통을 더 깊이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는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교회의 모습을 ‘야전병원’이라고 일렀다.

완벽하지 않지만,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나눔으로써 채우는 교회,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내어주는 교회, 고통으로 고통을 품는 교회. 이는 스스로 가난한 자로 가난한 이들을 만나고 상처투성이로 세상을 끌어안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기도 하며, 교회의 결핍과 상처는 역설적으로 은총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교회의 모습을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 우선 그 시작점을 본당 공동체로 보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교회가 가진 상처는 무엇인지, 본당이라는 야전병원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 속에 차려져야 할지 그 방향을 더듬어 봤다.

   
▲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청년들. 교회의 미래인 청년들은, 교회 안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는가. (사진 제공 = 교황방한위원회)

교회도 자신의 상처와 한계 드러낼 수 있어야
힘이 있어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함으로써 힘이 생기는 것

“상처입은 치유자라는 말처럼, 우리가 완벽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시 고통스럽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고통을 볼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상처입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힘이 필요하다고 욕심을 갖는 순간, 힘이 있는 이들과 가까워져야 하고 그들 편에 서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 연구실장은 교회가 세상을 치유하기 전에 먼저 교회 지체 간에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교회가 겸손하게 자신의 부족함과 상처를 드러낼 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교회가 만나는 이들 역시 그들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기 어렵고, 결국 치유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염려다.

이 실장은 무엇보다 교회 안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사제와 수도자도 신자들에게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목자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고 지침을 준다는 방식보다는 신자들과 서로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는 가운데, 공감대를 넓혀 함께 고민하고 풀어 가려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영 실장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차원에서도 “힘이 있어야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함으로써 힘이 생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교회가 앞장서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같이 슬퍼하고 위로를 건네는 좋은 이웃, 상처의 원인을 복음적 시선으로 자비롭게 일깨워 주는 지혜로운 이웃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실장은 본당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어려운 이들과 신자들이 본당 공동체를 통해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다는 목소리를 전하면서, “본당 사무실이 행정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평신도 선교사나 사목 봉사자들이 사목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행동보다는 평가에 치중하는 사목자들에 실망해 본당을 떠나 직접 약자들과 연대할 방법을 찾는 친구들을 본당에서 여럿 봤어요. 물론 개인마다 하느님을 향하는 방법과 속도는 달라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행동이나 신앙 실천을 위한 동력이 없다는 느낌이고 그건 어쩔 수 없이 사목자의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지영 씨(36, 방배4동 성당) 역시 소통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본당 공동체 내 세대 간 불통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청년층의 신앙생활이 밖으로 향하기보다는 공동체 내에 고여 있다고 느낀다는 그는, 신앙 실천을 위한 엔진의 역할을 해야 할 사목자와 실천의 모범을 보이지 않은 부모세대의 책임이 있다면서 사목자의 나침반 역할과 ‘교육’의 중요성을 짚었다.

“교황님이 누구를 안아 주고 위로하는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안아 주는 교황님만 보고 있었죠.”

김지영 씨는 그가 본 우리 신앙의 단적인 모습을 지난 교황 방한 때, 대전에서 봉헌된 미사에 참석한 일을 통해 말했다. 당시 미사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초대됐다. 초조하게 교황을 기다리는 유가족 앞에서 환호 연습을 하는 관중석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느꼈다는 그는, “우리는 교황님이 만난 이들이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가 아니라, 교황의 모습에만 눈이 팔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모습이 우리가 지금까지 신앙인으로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는가를 짐작하게 하는 바로미터처럼 여겨진다면서, “사회적 약자, 상처 입은 이들을 제대로 찾아볼 수 있는 시선은 결국, 가르침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는 사회교리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실천 방법을 고민하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얻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 본당 공동체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어야 한다. ⓒ강한 기자

신앙 실천의 나침반과 동력을 마련해 주는 사목자, 어른 역할 절실
교회, 고통받는 청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 

“교회가 청년들에게 위로를 준다기 보다는, 청년들이 위로를 찾아 교회 문을 힘겹게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두드리다가 지쳐서 돌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죠.”

7포 세대를 넘어 어디까지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N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청년 문제는 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 시대 청년은 어쩌면 가장 중한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교회에 청년이 없다는 현상 이전에, 왜 청년이 교회에 없는가, 그리고 교회 안에 있는 청년들은 세상의 절망을 교회 안에서 어떻게 위로받고 있을까.

명동성당에서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재원 씨(31, 미카엘)는 교회가 청년들을 어떻게 품고 있는가에 대해, “무엇보다 청년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서, “본당 운영을 맡고 있는 사목위원들이 우리 부모세대임에도 세대 간 간극은 교회 안과 밖이 똑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이 고통을 겪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노동’, ‘취업’이지만, 교회가 여러 문헌과 복음을 통해 노동에 대한 가르침을 갖고 있음에도,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면서, “불안정한 고용, 왜곡된 노동가치로 힘겨운 청년들이 주일미사를 빠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비단 청년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에 의한 약자들을 위해서 교회는 불의한 상황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해 줘야 한다면서, “청년들을 비롯한 약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복음의 기준에 비춰, 해석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갈 때, 교회는 ‘야전병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훈민 씨(27, 대건 안드레아)도 “교회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청년들을 위한 사목을 별도로 하고 있는 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오히려 본당 공동체에서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면서, “연령이나 단체별로 닫힌 것이 아니라, 전 신자층이 함께 어우러지고 교류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청년이 교회의 미래라고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본당 청년분과의 위치는 후순위로 밀려있다면서, “청년만 챙겨 달라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 각자의 형편과 상황을 직접 살피고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본당공동체는 모든 것이 갖춰진 종합병원이 아닌, 부족하고 절박한 야전병원이다. ⓒ배선영 기자

야전병원으로서 본당.... 선입견과 편견, 가진 것을 버릴 줄 아는 용기 필요
세상과 소통하기 전에 교우들의 일치 우선해야

“본당 공동체는 누가 오더라도 환대할 수 있는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의 신분, 종교 등 한계를 짓지 말고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배용희 수녀(예수수도회) 역시 본당 사목 경험을 통해 본당이 야전병원과 같은 곳이 되려면,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당 내 구성원이든, 지역사회의 누구든 환대할 수 있으려면,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교회가 가진 것을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치유와 돌봄은 머릿속 지식이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며, 당장 상처입은 이들의 곁에 가서 이웃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미 알면서 못하는 실천이 너무나 많다. 교육이 필요하다면 나눔의 자리를 만들고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용희 수녀는 교회 밖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회 안에서 상처받는 이들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례로 그는 “성당에서도 비정규직, 계약직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회가 먼저 불안정한 고용을 선택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고, 교회 안에서 고용하는 입장에 있는 이들 역시 인간적인 노동의 가치를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우리 본당의 한 사제가 강론을 통해 교회 밖에서 일어나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려 주십니다. 또 한가한 토요일 시간을 이용해 전문가를 초대해 신자들이 언론을 통해서도 알 수 없는 지식이나 사실을 깨달을 기회를 주시는 모습입니다.”

서울대교구 혜화동 성당 총회장을 지내기도 한 송인섭 씨(58, 안드레아)는 스승이 없는 사회에서 희망과 가르침을 얻을 기회를 ‘강론’에서 찾는다면서, 강론을 통한 교육을 강조했다. 또 그는 본당 공동체가 지역사회와 동떨어져 내부적인 친교에 집중한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지역사회 주민과의 교류에 앞서, 오히려 교회 내 단체 간 친교를 더 강조해야 한다”면서, “타 단체를 경쟁상대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에서 교우들의 일치가 우선되지 않으면 이웃을 만나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을 갖기 전에는 노력하는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이 정의롭다고 여겼지만, 신앙을 통해 성장하면서,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품위있게 사는 사회가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부당하게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거리로 내몰린 이들을 위해 교회가 마땅히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섭 씨는 마지막 당부로 “이미 한국의 신자들과 수도자, 사제, 주교들 모두는 교황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행동을 봤다. 이제 그분처럼 살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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