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사회적기업 지원 행사 열어

열매로 빨래를 할 수 있는 것을 아는가? 자연에서 온 천연세제 소프넛을 쓰면 아기옷이나 속옷도 안심하고 빨 수 있다. 소프넛은 빨래를 한 뒤에 햇빛에 분해 돼 세제 찌거기가 남지 않고, 다 쓴 뒤에는 퇴비로 사용한다. 게다가 소프넛을 사면 공정무역을 통해 라오스에서 왔기 때문에 생산자와 그 마을을 지원하는 것이 된다. 소비자로서, 자연에도 사람에게도 착한 일을 할 수 있다.

28일 오전 명동 가톨릭회관 앞마당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산하 카리타스사회적기업센터(센터)가 연 ‘제1회 세상을 바꾸는 착한 소비 한마당’에 가면 이 소프넛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기업이 내놓은 좋은 물건을 사거나 체험해 볼 수 있다.

▲ (왼쪽부터) 열매 세제 소프넛, 딜라이트 보청기, 손바느질로 만든 물품을 파는 '도돌이' 체험 부스. ⓒ배선영 기자

사회적 기업은 영리만 추구하지 않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또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실현한다. 한마디로 사회적 기업의 물품을 사면 한마디로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서로를 돕는 작은 뿌리들이 많아야 한다며, 이런 움직임이 자리잡기 위해 제도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기업이 힘을 발휘하고 발전하기 위해 2012년 3월에 센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29일까지 이어지는 착한 소비 한마당에는 14개의 사회적 기업이 참여하며, 각 기업의 체험 부스에서는 물품 판매, 시식, 기업소개 등을 하고 있다.

그중 딜라이트는 150만 원 이상의 맞춤형 보청기가 비싸서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표준형 보청기를 개발해 싸게 판다. 딜라이트의 2채널 보청기는 34만 원에 살 수 있다. 딜라이트는 복지재단을 통해 무료 청력검사를 다니고, 1년에 1억 원 가량의 보청기를 취약계층에게 지원한다.

(주)어스맨은 공정무역회사다. 어스맨의 최희진 대표는 “지구사람 또는 흙과 사람이란 의미의 어스맨은 이쪽 지구마을과 저쪽 지구마을의 물품을 교환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공정무역은 국제 농산물업체 등이 매기는 터무니없이 싼 생산 가격때문에 생산자가 착취당하는 일이 없이, 소비자가 공정한 가격으로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는 무역이다. 이로 인해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갖게 되고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다.

어스맨에는 기계공정이 아닌 손으로 엮은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파키스탄 북부에 있는 훈다에서 온 말린 체리, 자연염색 뒤 베틀로 짠 스카프, 전통 방식으로 자르고 쪼개어 엮어 낸 대나무 소품 등이 있다. 특히 라오스 야생 숲에서 자라는 소프넛 열매는 그야말로 자연에서 온 천연세제다.

최 대표는 얼마 전 말린 체리의 생산지인 파키스탄 훈다에 다녀왔다며, 킬로그램 당 100원도 받지 못하다가 공역무역을 통해 농사만으로 자립한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또한 공정무역에서 발생한 수익은 생산자 자립뿐만 아니라 공동체 발전기금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수로 개발, 더욱 가난한 아이들의 건강, 교육 등 현지 지역사회에 환원된다.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에 사는 주부 4명이 뭉쳐 만든 (주)도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에코백, 앞치마, 가방, 손수건, 미사포 주머니 등은 모두 손으로 만든 것이다. 이영재 씨(45, 엘리사벳)는 지역에서 재봉틀 강좌, 청소년을 대상으로 면 생리대 만들기를 겸한 환경 교육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한다.

▲ 아시아 공정무역네트워크에서 말린 망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왼쪽부터) 황용대 목사, 염수정 추기경, 최창식 중구청장 ⓒ배선영 기자

아시아 공정무역네트워크(AFN)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저개발국 가난한 농민들의 협동조합과 공정한 거래를 해 공정한 가격에 건강한 물품을 판매한다. 이하연 사무국장은 “가격이 낮기 때문에 착취가 일어난다”며 AFN은 강제노동, 아동노동에 대한 감시도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AFN에서는 베트남에서 수확하자마자 가져와 신선한 캐슈넛과 산화방지제, 색소 등의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말린 망고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말린 망고는 아일랜드의 셰이 컬린(Shay Cullen) 신부가 감옥에서 출소한 젊은이와 영세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세운 ‘프레다 페어트레이드’를 통해 들어왔다.

이밖에도 행사에는 농산물을 파는 ‘도농살림’, 봉헌초 등을 파는 장애인 보호 작업장 브랜드 ‘화목’,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로컬푸드 업체 ‘엠마우스 일터’ 등이 함께 했다. 대부분의 물품 등은 각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살 수 있다.

한편, 이날 축사에 나선 이기권 노동부장관은 중증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제공하는 ‘위캔’의 쿠키를 선물할 때 애용한다고 밝히며, 사회적 기업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장 황용대 목사는 축사에서 착한 소비, 즉 윤리적 소비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하고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함께 한다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법이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 총회장이기도 한 그는 기장에서 매년 연말에 사회적 기업의 물품으로 어려운 이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한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데 사회적 기업이 큰 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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