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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부른 노래[장영식의 포토에세이]


   
▲ 남편을 잃고 노래를 잃었던 김영덕 어머니는 강정의례회관에서 7년 만에 노래를 불렀다. ⓒ장영식

지난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간의 제주 평화기행이 있었습니다. 시작은 '밀양 할매들의 강정 연대'였습니다만, 판은 커지고 커져 10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쌍용차, 강정, 용산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과 밀양, 청도가 모두 뭉치는 유례없는 대규모 만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23일 아침, 제주공항에서 '우리는 서로 손잡았다'며 쩌렁쩌렁하게 외치던 순간부터 눈시울을 적시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공항으로 환영 나왔던 강정 활동가 딸기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렀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국가와 자본의 폭력으로 가족과 동료를 잃고 거리에서 풍찬노숙하며 삶의 현장에서 살기 위해 싸워야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가난한 동토의 땅에서 질기고 모질게 버텨왔던 이들의 감격적인 만남이었습니다.

첫날 환영의 밤에서는 전재숙 어머니의 용산참사 뒤에 살아도 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가자들은 함께 울어야 했습니다. 용산참사 유가족 김영덕 어머님은 남편을 잃은 지 7년 만에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둘째 날 화합의 밤에서는 용산참사 가족들이 함께 문정현 신부와 딸기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쥐박이송’을 합창하였습니다.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밀양과 청도 할매들과 함께 하면서 녹아내린 것이겠지요.

2박3일 동안 우리는 울고 웃으며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쌍용차 옥쇄파업 당시 용역 깡패가 쏜 새총에 '중요부위'를 맞아 30분 동안 겪었을 고통을 이제는 웃음으로 회고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공권력에 의해 우리가 겪었던 잔인한 폭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우리는 그날의 폭력을 기억하며,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지지 않았으며, 우리가 틀리지 않고 옳았다는 것을 믿습니다.

2박3일 동안 제주 평화기행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과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용산참사 가족들이 문정현 신부와 강정활동가 딸기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쥐박이송'을 합창하고 있다.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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