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범대위 국회 기자회견, "천주교성지화" 비판

서울 서소문공원 주변의 역사, 문화, 종교적 의미를 활용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사업이 2016년 초 공사 시작을 앞둔 가운데, 정부의 계획은 ‘천주교 성지화’라고 비판해 온 이들이 대신에 ‘민족의 역사공원’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는 8월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서소문공원에서 순국한 민족선열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탑, 지하공간에는 민족선열을 기념할 전시관 등을 조성하여, 서소문공원을 민족의 역사공원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이를 위한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 8월 26일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서소문공원을 순국선열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강한 기자

대책위는 “정부는 518억 원의 예산으로 지상에는 ‘순교성지 조성공사’, 지하에는 ‘순교성당’을 만들고 ‘전국에 산재한 한국 천주교 유물을 집대성하는’ 기념전시관 등을 조성하여 서소문공원을 ‘세계적 천주교 순교성지’로 만들어 ‘관광자원화’한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 단체에는 천도교 신자뿐 아니라 불교 승려, 역사학자, 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2014년 11월 29일부터 오늘까지 271일째 서소문공원 입구에 텐트를 치고 반대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2012년 1월 중구는 ‘최창식 중구청장, 서소문공원 성지화로 세계적 관광지 만든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으며, 2014년 2월부터 6월까지 설계 공모를 진행하면서 공개한 홈페이지에 설계 대상 중 하나로 ‘순교성당’을 명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현재 정부와 서울시, 서울 중구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에 대한 공식 문서에서 ‘천주교 성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5월 서울 중구는 서소문공원에 조선 후기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활용한 역사문화 전시, 체험공간을 만들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고, 서울 도심의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사업 내용은 지상에 ‘역사공원’을 만들고, 지하에는 ‘기념 및 전시공간, 시민광장 등’을 짓는 것으로 총 사업비 460억 원이 든다. 2016년 1월 공사를 시작해 2018년 3월 개관할 계획이다.

한편, 8월 23일 광화문광장에서 있었던 124위 순교복자 시복식 기념 표지석 축복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천주교의 순교가 천주교 신자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이를 위해 서소문공원 일대에 역사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서소문공원을 관할하는 중구청의 최창식 구청장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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