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기 시작

8월 25일 임기 반환점을 지난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가 시작됐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지난 2년 반 동안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교회 구성원들의 평가를 들었다. 답변한 이들은 대체적으로 공약이 잘 지켜지지 않아 평가 자체가 어려우며, 특히 국민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부동산가격이 너무 올라 사는 게 팍팍해졌다는 등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총무 배인호 신부(안동교구)는 경제, 남북관계, 국내 갈등 상황 등 위기감이 높아졌다며 “국가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에는 국가에 봉사하는 사람으로 “대통령답게 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대전교구의 한 신자는 질문을 듣자마자 “빨리 2년 반이 지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약이 잘 실행되지 않았으며, 특히 세월호참사를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해 놓고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약하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덜 찾는 것 같고, 대표적인 공약이었던 ‘국민대통합’은커녕 오히려 국민들이 더 갈라졌다고 보고 있다.

▲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제70주년 경축사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

이애령 수녀(예수수도회)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도 인간이니, 인간으로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 주길 간곡히 청한다”고 덧붙였다.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신종호 신부도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70퍼센트를 넘는다”며 이 부분이 가장 큰 악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월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정부 2015’(Government at a Glance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34퍼센트다.

신 신부는 사람 사이 관계에서도 약속을 뒤집을 때는 양해를 구하는데,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약속을 그 만한 사유나 명분 없이 바꾸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인수위에서 ‘방과후학교’를 하겠다는 공약을 믿고 당시 있던 본당에서 준비 중이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포기했었다. 그는 그러나 지금 방과후학교 정책은 보이지 않고, 재벌이나 경제사범은 사면에서 제외하겠다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국민대통합’ 공약에 대해서도 잘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책을 펼친다며 비판했다. 그는 임금피크제를 예로 들며, “정년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8퍼센트뿐인데, 장년이 청년의 임금을 빼앗고 있는 것처럼 청년과 노년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고 세대갈등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지난 8월 17일 KBS 라디오에서 밝힌 것에 따르면 임금피크 시기까지 맞고 정년퇴직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중 7-8퍼센트다. 여기서 군인, 교수, 교사, 공무원을 빼면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3-4퍼센트뿐이다.

국민 분열, 부동산가격 상승.... 팍팍하고 불안한 서민의 삶

천주교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 박은미 총무는 “국정원 사건이 벌인 일을 덮기 바쁜 2년 반”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언론통제가 심해지고, 보수적인 언론이 더 커져 사람들은 정치에 더 무관심해지고, 내 일 아니면 신경 안 쓰겠다는 경향이 더 굳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임기 동안에 정권에 바라는 것이 있는지 묻자 그는 “이 정권에는 기대하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인석 신부는 “진실과 의로움이 외면당하고 불의와 거짓이 춤을 추는 세상이 됐다”고 한탄했다. 또한 그는 세월호참사, 밀양 등을 언급하며 국민들이 더 분열됐다고 걱정했다. 그는 남은 2년 반 동안은 “남북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 신자 배길남 씨(58, 하상 바오로)는 “서민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광주에서도 2배 이상 오른 집값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서울에서 퇴직한 뒤 광주에서 자리를 잡으려던 사람들이 집값이 너무 비싸 결심을 되돌리는 사례를 봐왔다.

게다가 그는 둘째 딸이 결혼하면서 지은 지 20년 넘은 아파트를 구했는데도 가격이 1억 6-8000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마저도 대출을 받은 딸에게 배 씨는 아버지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딸을 마주대하기가 어렵다.

이어 배 씨는 메르스 때문에 국민들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과 한마디 없는 것에 대해 “이건 아니다”라며 화가 난다고 했다.

이에 비해, 대구에 사는 한 신자는 “박근혜 대통령도 신자고, 좋은 분일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사람들이 불통이라고 하지만 너무 귀가 얇아 자기 주관이 흔들리면 그것도 문제라며,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은 임기에 대해서도 "믿고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 단체협의회 권길중 회장은 임기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정치를 잘 모른다, 의견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018년 2월 24일까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