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적 잣대로 접근 필요"

남북한이 25일 목함지뢰 사건으로 시작된 군사대치를 끝내고 이산가족 상봉 등에 합의한 데 대해 천주교 내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무적인 결과이며,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와 평협 평화위원회 변진흥 위원장은 공동합의문에 대한 평가를 묻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질문에, 합의문 내용에 대한 정치적 평가나 셈법을 들이대기 보다는, ‘남북간 형제애 회복’, ‘통일의 영성’과 같은 복음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제6항 “민간 교류 활성화”에 주목하면서,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적 접근 이전에 민간적 차원의 만남과 이해가 필요하며, 이는 교회가 앞장서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TV 유투브 영상 갈무리)

이은형 신부는 남북 간 갈등은 당연히 남한 내 갈등과 관련이 깊으며, 이념적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교회 내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분단을 복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복음적 시선에서 본다면 우리는 모두 한 형제다. 분단체제를 이용하려는 세력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형제애로 마음을 모으고 위기를 극복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진흥 위원장은 이번 합의가 새로운 평화의 길을 열 수 있도록 마련한 주님의 은총이라면서, “이 은총을 평화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 교회는 정치가 아닌 복음적인 통일의 영성으로 남북 통치자들이 새로운 힘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위원장은 민간적 교류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민간 교류의 차원을 교회가 어떻게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이 만나고 이들의 삶이 하나가 될 때, 정치적으로도 성과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예를 들면 평양 장충성당 보수, 남북 공동 신앙대회 등의 제안이 협의되고 있는 만큼, 남북 간 만남과 이해, 화해를 위한 노력을 함으로써 남북 화해의 새로운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학순 수석연구원(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역시 이번 합의가 군사적 긴장 완화를 가져왔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합의 내용 실천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장관급 회담, 정상급 회담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 깨진 남북 간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 북핵문제 해결 등 근본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6.15선언, 9.19선언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6.15선언은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남북 간의 화해와 교류를 합의한 선언이며, 9.19선언(공동성명)은 6자 회담 중인 2005년 9월 19일 이뤄진 합의로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 파기와 NPT, IAEA 복귀, 한반도 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 약속, 북미 간의 신뢰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백 연구원은 앞으로 다른 위기를 맞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이때 우리 정부의 태도가 관건이 될 것이며, 남한 정부는 남북 간 문제와 핵문제를 따로 풀어가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오는 10월 10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로켓발사와 같은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면서, “남한 정부는 남북 간 대결 수준이 높아지면, 국제사회가 개입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 주도권을 잃게 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이번 합의안을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협의회는 “이번 합의가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고 한반도 평화 정착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당국회담을 개최해 남북 화해의 길을 열고 민간교류 활성화가 그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 발표된 남북 간의 합의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남과 북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자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3.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로 중단하기로 하였다.
4. 북측은 준 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초에 가지기로 했다.
6.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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