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절차로 비판 많아

▲ 7월 11일 동성혼인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무지개 깃발을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아시아가톨릭뉴스)
타이완 법무부가 동성혼인 합법화를 놓고 진행 중인 온라인 찬반투표에 대해 가톨릭인들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타이완 법무부는 미국 대법원이 동성혼인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린 뒤 동성혼인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에 앞서 지난 8월 3일부터 90일간 온라인 투표를 하고 있다. 현재 2만 7000명이 넘게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70퍼센트가 동성혼인 합법화를 찬성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타이완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혼인을 합법화하는 나라가 된다.

그러나 이번 온라인 투표가 허술해서 투표 결과가 실제 대중여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타이완주교회의 사무총장 찬 오트프리트 신부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투표 참여자의 국적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외국인들이 타이완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표는 전자우편 주소가 있거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갖고 있는 것만 확인하면 투표를 할 수 있다.

찬 신부는 “이 투표는 또한 기층민중인 다수, 특히 노인층에게도 불공정하다. 신자 중에는 노인들이 많은데 온라인 투표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추핑청(바오로, 35)은 한 사람이 여러 계정으로 여러 번 투표를 할 수도 있기에 쉽게 조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현재 중국에서 일하는 타이완인은 중국 정부의 '만리장성 방화벽'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씨와 찬 신부는 이번 투표가 내년 총통(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표를 얻기 위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자기들이 뭔가를 했다고 보여주려는 것이다."

여성으로 양성애자인 항이천(24)도 이번 투표에 대해 회의적이다. 

“법무부가 투표 결과를 어떻게 쓸지 아무도 모른다. 투표 결과를 정책 결정에 이용한다면 나는 반대한다. 인권 문제는 투표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이번 조사는 간단한 3개의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항은 또한 설문이 추상적이고 혼란을 준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단체 회원 가운데 많은 이들조차 법무부가 동성혼인법을 (기존 혼인법의 개정이 아니라) 따로 만들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별도의 법은 동성애자를 더 차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성혼인에 긍정적인 한 가톨릭 학생도 이번 투표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신을 “샤오펑”이라고만 밝힌 이 학생회 간부는 “투표는 타이완 국민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몇몇 동성애자 친구들은 자신들의 고통과 고민을 우리에게 얘기한다. 자신들이 사회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그래서 골방에서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소속감이며 차별당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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