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사진 출처 = pixabay.com)
빛가루

-박춘식


아득히 먼 데서 내리달려와

장독대에서 부서질 때

햇살은

빛가루로 폭발하듯 환히 피어난다

그 뜨거움이 8월을 익히면서

하느님의 붉은 가슴도

살짝 보여 준다


<출처> 나모 박춘식 미발표 시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태양의 빛줄기 한 가닥은 얼마나 무거울까? 화살처럼 내려오는지, 작은 알갱이로 회전하며 내려오는지 많이 궁금합니다. 하느님의 사랑도 햇살보다 더 강하게 우리에게 오지만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여름 햇볕에 호박잎이 추욱 늘어지는 모습을 보면, 실감나게 연기하는 듯합니다. 참새와 고급자동차 말고는 모든 것이 더위에 눌려 흐느적거립니다. 한창 뜨거울 때는 기도하는 우리 입술도 호박잎 닮아 버벅거리기만 합니다.

 
 

나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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