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영 신부] 8월 23일(연중 제21주일) 요한 6,60-69

왜 그들은 예수님을 떠나갔을까?

오늘 복음을 보면 “제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고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요한 6,66)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그들은 예수님을 떠나갔을까? 아니 이보다 먼저, 그들은 무엇 때문에 예수님을 따라갔을까? 그동안 예수님의 행적을 간추려 보면, 예수님은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고, 벳자타 못가에서 38년간 앓아 누워 있던 환자를 고치는 등, 이런저런 표징들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이들을 배불리 먹였습니다. 그러고 나자 수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요한 6,26)이라며 그들에게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아가 당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고, 이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요한 6,51)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유대인들은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요한 6,52)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라고 하면서 투덜거렸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것은 빵 때문이었고, 예수님을 떠나간 이유 또한 빵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은 그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우리의 굶주린 배를 채워 주었듯이, 그렇게 하면 된다는 것. 그들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지극히 현실적인 욕구를 채워 주는 대상이었지 믿음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너희는 나를 보고도 나를 믿지 않는다.”(요한 6,36) 그들은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본 것이 아니라, 빵만을 보았고, 그저 굶주린 배를 채워 주는 빵만을 원했습니다. 수많은 치유와 빵의 기적은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보여 주는 표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치유만을 원했고, 빵만을 보았을 따름입니다.

▲ 서울의 밤 풍경.(사진 출처 = pixabay.com)

왜 우리는 예수님을 따라가는가?

가톨릭 신자들에게 “귀하가 종교를 믿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63퍼센트가 ‘마음의 평안’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2014년 한국갤럽) 우리의 삶이 너무나도 피폐해지고 한국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기에 종교를 통해 평온한 마음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바람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 한국 사회는 너무나도 고단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나온 소설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지음)는 한국에서의 삶에 지쳐 결국 호주로 떠나 버린 주인공 계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 한국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의 한 대목을 보면,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엔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워야 돼.”(44쪽)

미래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분명 불안하기만 합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든 사회적 차원에서든 삶이 안정되고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우리의 바람입니다.

그렇다면 가톨릭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평온한 마음만이 우리가 예수님을 찾는 이유인가? 그저 예수님은 우리의 현실적 문제들을 뒤로한 채, 평온한 마음만을 주시는가? 기도를 열심히 하면 돈을 많이 벌게 해 주고, 평생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는가? 복음에 나오는 일부 제자들처럼 “빵”만을 원하고,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데 우리에게 “영원”은 무의미한 단어인가?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은, 빵이 아니라 빵을 주시는 예수님, 우리 영혼을 피폐하게 하고 인간성을 상실하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 생명이신 예수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향해 살아가기 위함이 아닐까? 가톨릭 신앙은 예수님과 나와의 관계를 토대로 복음적 가치를 살아가는 삶의 태도이고, 구체적 삶을 통해 신앙은 성장해 나갑니다. 신앙은 분명 나를 초월하게 하고, 더 나은 나로 성장시켜 갑니다. 예수님은 나로 하여금 현실에 파묻히지 않고, 현실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주신다고 저는 믿습니다.
 

 
 
최성영 신부 (요셉)
서강대학교 교목사제
예수회 청년사도직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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